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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우상이 돼 버린 4대강 사업

이철호
논설위원
충남·전북의 가뭄으로 다시 4대강 사업이 도마에 올랐다. 일단 반대진영의 싸움은 승산 없어 보인다. 처음부터 수질 공방에 매달리면서 스텝이 꼬였다. 수중보(洑)와 대규모 준설로 일단 7억t 이상의 물이 추가 확보됐다. 물 흐름이 정체돼도 수량이 많아지면 오염은 희석된다. 시간 역시 이명박(MB) 대통령 편이다. 정부는 15조원을 들여 지류·지천을 정비한다. 야당과 환경단체들이 “지류·지천부터 정비하자”고 한 만큼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 지류 곳곳에 하수처리장과 분류하수관거를 앉히면 본류의 수질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 22조원짜리 4대강 사업은 우리 형편에선 사치재나 다름없다. 보를 통한 치수는 소득 4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의 전유물이다. 문제는 지난 15년간 저수용량 1억t 이상의 다목적댐을 하나도 짓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는 동강댐을 백지화시켰고, 노무현 정부도 수자원 확보를 외면했다. 결국 4대강 사업이 차선책으로 대접받을 빌미를 준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온 쪽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최근 ‘주간 경향’에 환경연합 이철재 정책국장은 “…그렇게 경고했는데 큰 문제가 없으면 4대강 반대가 결과적으로 양치기 소년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제2의 천성산 도롱뇽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MB는 브라질에서 “4대강으로 가뭄과 홍수를 극복하고 있다”며 자랑했다. 가뭄에 타들어 가는 농심(農心)을 깡그리 잊은 자화자찬이다. 길게 보면 4대강은 치수의 완결판이 아니다. 만병통치약도 될 수 없다. 어쩌면 찬반 양쪽의 거친 공방 속에서 4대강이 슬그머니 우리 사회에 우상으로 자리잡는 게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중립적인 수자원 전문가들은 전혀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그들은 “4대강은 징검다리일 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다목적댐 추가 건설”이라 입을 모은다. 강수량이 6~9월에 집중되고, 산이 많은 데다 강 길이도 짧은 한국에선 여전히 댐이 효율적이란 지적이다.



 현재 유역 면적 대비 저수용량이 한계에 이른 곳은 남한강과 남강이다. 답도 이미 나와 있다. 각각 7억t 규모의 동강댐과 지리산댐이 그것이다. 사업비 2조원, 즉 10%의 돈으로 4대강 사업에 버금가는 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동강댐은 ‘어름치’ 때문에 물 건너갔다. 지리산 댐도 실상사까지 물에 찬다며 좌절됐다. 낙동강 상류에는 길안댐이 마지막 적지다. 하지만 “안동·임하댐이 있는데 또 희생하라는 말이냐”는 안동 주민들의 아우성이 빗발친다. 이미 우리나라는 댐을 지을 때 공학적 적지보다 보상비 싸고 주민 반발이 적은 쪽을 택할 만큼 비겁해진 지 오래다.



 기후와 지형이 비슷한 이웃 일본은 어떨까. 얼마 전 일본 기상청의 경고가 충격을 던졌다. 2075년이면 지구 온난화로 장마전선이 오키나와와 중국 상하이에서 더 이상 북상하지 못한다는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강수량의 35%가 날아간다는 뜻이다. 일본 집권 민주당은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라는 구호로 얀바댐 백지화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다목적댐은 59년간 준공을 못 본 토건사업의 상징이었다. 민주당은 그런 얀바댐을 완공하기로 최근 공약을 뒤집었다. 낡은 마루야마댐의 높이를 올려 1억4600만t으로 저수용량을 늘리는 리모델링 공사도 한창이다.



 최근 국내 14개 기관의 ‘기후변화에 의한 수문 분석’도 비슷한 결과를 담고 있다. 장마전선이 일본도 못 오는데 한반도까지 올라올 리가 없다. 특히 금강·영산강 유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됐다. 머지않아 50년 간격의 ‘극대 가뭄 주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지금 충남·전북을 덮친 가뭄이 그 불길한 전조(前兆)일 수 있다. 일본은 60년 뒤를 준비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4대강 논란에 갇혀 있는 신세다. 지금 우리의 1인당 물 사용량은 일본과 비슷하지만 수돗물 값은 5분의 1이다. 손 놓고 있다간 언제 일본보다 더 비싼 수돗물을 먹게 될지 모른다. 현명한 쪽은 미리 내다보고, 어리석은 사람은 당해봐야 안다는데, 걱정이다. 그나저나 장마전선이라도 빨리 북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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