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분수대] 귀신이니 도깨비니 해도 가장 무서운 건 역시 살아있는 사람

[일러스트=강일구]


이른 무더위가 너무 오래 머물고 있다. 그저께가 단오날이었다. 그러나 이런 더위라면 춘향이도 집에 앉아 수박이나 먹고 있지 굳이 광한루에 놀러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더울 땐 덥게, 추울 땐 춥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보다는 납량괴담·공포영화를 쐬는 편이 더 낫다. 어떤 이는 “뭣하러 돈 주고 영화관 들어가서 떠느냐”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걸 어떡하나. 그러나 어느 결엔가 TV에서는 귀신을 주제로 한 여름철 드라마가 드물어졌다. 유치해서일까, 귀신이 더 이상 무섭지 않아서일까. 그나마 한 케이블TV가 왕년의 인기 시리즈 ‘전설의 고향’을 다시 방영하고 있어 반갑다. 옛날의 무섬증이 되살아날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나이·문화권에 따라 무서움의 대상은 제각각이다. 공포나 원한을 해소하는 방식도 다르다. 작가 김영하씨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서 며칠 전 납량특집으로 ‘한국의 학교 괴담’을 올렸다. 억울하게 죽은 처녀의 원혼을 소재로 한 ‘아랑의 전설’이 있다. 한국에서는 원혼이 고을 수령, 정승·암행어사같이 힘있는 관리에게 나타나 해원(解寃)을 호소한다. 그러나 중국형 아랑은 아버지·오빠 등 가족 앞에 나타난다고 한다. 가족이 직접 범인에게 복수하거나, 복수에 실패한 뒤 사건이 관청으로 옮겨져 포청천 같은 관리의 도움으로 범인을 처벌하는 줄거리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김영하 작가는 “사람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고 남과 공유하려는 욕망이 있다”며 “최근 괴담 얘기만 나오면 발작적으로 정부가 반응하고 유포자를 잡아서 수사하겠다고 나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진단한다.



 에로물과 마찬가지로 호러(horror)물에 대한 반응도 면역이랄까 점차 이골이 나게 돼 있다. 나도 어릴 때는 영화 ‘월하의 공동묘지’ 포스터만 보아도 무서움에 떨었다. ‘목 없는 미녀’ 포스터에 공포를 느끼면서도 없다면 머리가 없다고 해야지 왜 목일까 의문을 품기도 했다. ‘전설의 고향’은 인기가 식었지만 대신 새로운 자극을 주는 괴담들이 꾸준히 생산된다. 밤늦게까지 자율학습을 해야 하는 여학생의 귀가 공포를 대변하는 ‘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 괴담도 한참 전 얘기가 됐다. 바바리코트 차림에 마치 선글라스를 쓴 것처럼 얼굴이 움푹 파인 ‘자유로 귀신’도 한물갔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무서워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무서운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설명할 수조차 없는 존재와 행동이다. 자신의 아내·친동생·처남을 차례로 살해한 사람의 행동이 ‘보험금’만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 사람의 살을 수백 점으로 나눠 자른 짓을 어떻게 풀이해야 하나. 귀신이니 도깨비니 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역시 같은 사람이다.



글=노재현 기자

사진=강일구 기자



▶ [분수대]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