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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시장 근처 동네마트선 돼지고기 600g이 6000원”

지난 봄부터, 강남 주부 다섯 명이 강남의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목적지는 아파트 단지 주변과 주택가에 있는 동네 중·소형 마트(이하 동네마트)다. 주어진 역할은 동네마트의 할인 정보를 기록하고 주민들에게 전하는 것. 동네마트를 두루 살핀 후, 이들은 “대형마트에 가서 한 주치 장을 보는 것보다 동네마트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제품을 사는 게 지혜로운 소비”라는 결론을 내렸다.



강남구 물가모니터 요원

글=송정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강남구에 있는 중·소형 마트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할인행사를 체크하고 제품 가격을 조사하는 물가 모니터 요원들. 왼쪽부터 박미숙·정종희·김인화·이혜경씨
 

“영동시장 근처 마트에서는 돼지고기 600g에 6000원, 갈치 2마리에 9900원 할 때도 있어요. 품질도 괜찮아요.” 한명숙(55·도곡동)씨의 이야기를 듣던 주부들이 “아, 거기요!” 하며 맞장구 친다. 이어 자신들이 다녀온 마트 관련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역삼동에 괜찮은 동네마트가 생겼다”는 정종희(48·개포동)씨의 이야기에 근처에 사는 김인화(50·논현동)씨가 “나도 가봐야겠다”며 자세한 위치를 묻는다. 동네마트를 꿰고 있는 이들은 강남구 물가모니터 요원으로 세 명 외에도 박미숙(46·일원동)·이혜경(44·일원동)씨 등 모두 5명이다. 모두 강남에 산 지 10년 이상 된 주부들로 지난 3월부터 올해 물가모니터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물가모니터 요원은 대중들이 자주 이용하는 46가지 항목을 조사하는데, 중국집의 자장면·짬뽕·탕수육 가격과 미용실 비용, 고기 600g 가격 등이 포함된다. 요즘은 강남구 홈페이지에 ‘착한장터’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는 동네의 중·소형 마트를 조사하고 있다. 이들의 준비물은 지도. 주소가 적힌 지도를 들고 가게를 하나씩 방문한다. 그때그때 할인하는 품목의 정보를 조사하고 상인들의 이야기도 들어준다.



 한 달에 15번 시장조사를 나가는데 하루에 평균 4시간 정도 돌아다닌다. 골목골목 걸어 다니느라 요즘처럼 날씨가 덥거나 날씨가 궂은 날은 힘들기도 하지만 이들의 얼굴은 밝았다. “걷는 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많이 걷다 보니까 건강해지는 느낌도 든다”고 답하며 활짝 웃었다. 김씨는 “10년 넘게 살아도 우리 동네 아니면 알기 어려운데 이 일을 하면서 옆 동네까지 구석구석 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종종 가게에 들르는 만큼 먼저 인사를 건네는 상인들도 많다. 더운 날에는 시원한 음료수를 건네기도 하고 식사 때는 먹거리를 권한다.



 지역의 상인들과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구청의 귀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카드 수수료가 너무 비싸요.” “가게세가 올랐어요.” "인건비 부담이 커요.” 주인들의 딱한 사정을 들을 때는 마음 한 켠이 짠하다. 정씨는 “우리가 해결할 수는 없어도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씨의 말대로 이들은 바로 해결책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한 달에 한 번 제출하는 리포트에 상인들의 의견을 함께 구에 전달한다.



이들이 조사하는 동네마트의 수는 150개가 넘는다. 각각 정해진 지역을 돌며 동네마트의 특징과 가격, 할인 상품 등을 조사한다. 이렇게 찾아 다니면서 동네마트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다. “대형마트 부럽지 않은 동네마트들이 꽤 많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먼저, 강남이라는 지역의 특성상 주민들 대부분이 물건의 품질에 민감하기 때문에 제품의 질이 좋다. 한씨는 논현동의 ‘네츄랜드’를 예로 들었다. “농수산물이 매일 배송되어 신선하며 지역 주민들과의 유대도 깊다”는 것이 한씨의 설명이다. 동네마트가 비싸다는 것은 편견이다. 이씨는 “강남하면 막연하게 물가가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구석구석 뒤져보면 의외로 저렴한 곳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동네마트는 할인을 안 한다고 생각하는데 시기별로 할인 상품이 있으니 꼼꼼히 챙겨보라”고 덧붙였다. 단, 동네마트는 지역 상권이나 분위기에 따라 주요 상품과 할인 품목이 다르다.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역삼동 주변의 동네마트와 슈퍼마켓에서는 음료수와 과자 등을 할인하는 경우가 많고 주택가로 이뤄진 논현동 주변은 식료품 행사가 대부분이다.



 또한,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박씨는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봐오면 오가느라 힘이 들기도 하고 버리는 것이 많지만 동네마트에서 소량으로 사면 오히려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도 똑똑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됐다. 정씨는 “평소에 장을 볼 때도 가격을 비교하고 몇 그램인지 따지게 돼 점점 총명해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반대로 오랫동안 지역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 오던 동네마트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기업형 마트나 슈퍼마켓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 누구보다 아쉬움이 크다. 박씨는 “모든 게 대기업 위주로 바뀌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한씨는 “동네마트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자주 이용할 수 있다”며 "동네마다 이러한 마트들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주민들이 동네마트를 자주 이용할수록 자생력이 생긴다”며 “우리가 발품 팔아 모은 정보들이 강남구민에게 좋은 정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착한장터는 …



물가 모니터 요원이 조사한 정보들은 지난 15일부터 강남구 홈페이지(www.gangnam.go.kr) 상단의 도시경제→소비자물가정보→착한 장터(중·소형마트 할인정보) 코너에 공개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동별 중·소형 마트의 위치·전화번호· 부가정보·할인행사와 더불어 배·사과·배추·무·양파·상추·오이·애호박·간마늘·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달걀·참조기·명태·오징어·고등어·갈치 같은 서민 생활품목 18종의 정보를 담았다. 강남구는 우선 OK마트(대치4동)·굿모닝마트(개포2동)·플러스마트(논현1동) 등 40개 업소의 정보를 공개했으며 점차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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