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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실 급식 현장 가보니 복도서 배식 … 학생들 엉켜 아수라장

서울 양천구의 B중학교 교실에서 한 학생이 점심을 먹고 있다. 이 학생은 “초등학교 땐 식당이 있었는데 지금은 교실에서 먹으니 비위생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학교급식은 수업 못지않게 중요한 교육의 한 과정이다. 하지만 취재팀이 18일 학교급식 전문가인 숙명여대 주나미(식품영양학) 교수와 함께 돌아본 서울 시내 초·중학교 급식 현장은 충격적이었다. 정부는 최첨단 스마트 교실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점심시간의 학교 모습은 초등학교 급식을 시작했던 20년 전(1992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학교 업그레이드 ② 책상이 밥상인가

 2003년 학교급식을 시작한 서울 양천구 B중학교는 축구부 숙소를 개조해 조리·세척과 식재료 보관 장소인 급식실을 만들었다. 그러나 학교 식당이 따로 없어 전교생 2000여 명이 모두 교실에서 점심을 먹는다. 급식실에서 만들어진 음식은 배식통에 담겨 20여m 떨어진 본관으로 옮겨진다. 본관 안에선 ‘덤웨이터(dumbwaiter)’라는 소형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각 층으로 급식을 나른다. 이 학교 영양사 김모(28·여)씨는 “급식실이 별도 건물에 있다 보니 운반 중에 먼지나 빗물이 들어갈 수 있고, 조리 이후에 교실로 급식을 나르는 데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려 면이나 생야채 요리는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급식 전 과정을 살펴본 주 교수는 “요즘처럼 더운 날엔 급식실에서 교실로 배달하는 과정에서 음식이 상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복도에 잔반통이 몇 십분씩 방치돼 있는 것도 어마어마한 세균을 번식시킬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교실 앞에 배식통이 도착하면 좁은 복도는 배식 당번과 급식판을 든 학생들로 뒤엉켜 아수라장이 된다. 이 학교 1학년 이모(13)군은 “배식을 할 때 줄을 늦게 서면 반찬이 모자랄 때도 있어 밥 먹기 전에 손 씻는 건 상상도 못한다”고 말했다. 3학년 김모(15)군은 “요즘처럼 더워지면 음식 냄새에 땀냄새가 섞여 교실에 있기 힘들다”고 말했다.





 인근 C초교는 약 150㎡ 넓이의 비좁은 급식실에서 조리원 9명이 1500명분의 음식을 만든다. 급식실 한복판에 음식을 조리하는 작업대가 놓여 있고 4개의 벽면에 가스레인지·냉장고, 그리고 식기를 보관하는 선반 등이 꽉 차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단체급식업장 권고기준에 따르면 조리 공간과 세척 공간은 서로 벽면으로 분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 학교에선 그렇지 않았다. 한 조리원은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곳이 붙어 있어 음식에 이물질이 들어갈까 봐 늘 걱정”이라며 “교육청에서 이를 알지만 시설 예산을 못 주기 때문에 별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근처의 D중학교 역시 바닥에 노란 선만 그어져 있을 뿐 조리·세척 공간이 분리돼 있지 않았다. 주 교수는 “씻지 않은 식판들이 조리구역을 지나도록 돼 있고 세척 공간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어 식중독 등 위생상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B중학교 교장은 “매년 교육청에 학생 식당 신축 예산을 요청하고 있지만 안 받아들여져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교의 교장은 “교육청이 3년 전부터 식당 신축 예산 2억원을 준다고 했는데 무상급식 실시 이후로 식당 얘기는 쏙 들어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정해진 사업계획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기 때문에 무상급식 때문에 급식시설 예산이 줄었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의 급식시설 현대화사업 예산은 2009년 3927억원(913개 교)에서 올해 1517억원(329개 교)으로 줄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일부 교육청이 무상급식으로 예산을 돌리면서 식당과 조리실을 짓고 개선하는 데 소홀해졌다”고 말했다. 문혜경(식품영양학) 창원대 교수는 “열악한 시설 때문에 학교급식의 위생 관리가 어렵다”며 “급식도 교육의 일부인 만큼 시설이 열악한 학교부터 예산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성시윤(팀장)·천인성·윤석만·이한길·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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