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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사장님 "영어쓰면 벌주…가슴으로 영업"

오비맥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장인수 전 영업총괄 부사장. 고졸 출신으로 30년 넘게 술 영업을 해 온 그는 “앞으로도 현장을 계속 누빌 것”이라고 말했다. [정시종 기자]
“영어할 줄 모른다”는 고졸 영업맨이 외국계 주류회사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20일 오비맥주가 영업총괄 부사장에서 승진 발령한 장인수(57) 신임 사장이다.



20일 새 CEO 된 장인수

 오비맥주는 “장 사장이 2010년부터 오비맥주의 국내 영업을 맡아 내수 시장에서 하이트를 제치고 오비맥주가 1위에 오르도록 만든 점을 높이 사 발탁 인사를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옛 진로와 하이트에서 30년을 보낸 장 사장은 2010년 1월 오비맥주 영업총괄로 자리를 옮긴 뒤 하이트를 눌렀다. 그가 오기 전인 2009년 오비맥주와 하이트의 출고량 비율은 오비맥주가 43.7%, 하이트가 56.3%였으나 올 1분기에는 오비맥주 53.8%, 하이트 46.2%로 역전됐다.



 전남 순천 태생인 장 사장은 서울 대경상고를 졸업한 후 신문용지를 제작하는 ‘삼풍제지’ 경리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역동적인 영업직을 꼭 해보고 싶다”며 1980년 진로에 입사해 주류 영업을 시작했다. 2007년 진로 서울권역을 총괄하는 상무이사로 승진했고 2008년 하이트주조 대표이사까지 올랐다. 장 사장은 “고졸로 학사, 석·박사 동기들과 경쟁하기 위해 ‘남보다 조금 더’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동료들보다 한 발 더 뛰려고 노력했다는 얘기다.





 오비맥주로 옮길 당시 장 사장은 최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관계자들 앞에서 “영어는 할 줄도 모르고, 영어로는 일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부하 영업 직원들에게도 영어를 쓰지 못하게 했다. 그동안 오비맥주 직원들은 ‘유흥업소’를 ‘BNO(Big Night Out)’, ‘가정 소비자’를 ‘OTM(Off Trade Market)’으로 부르는 식으로 영어 약자를 쓰며 일했다. 장 사장은 오비맥주에 온 뒤 “거래하는 도소매상, 업주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은 쓰지 말라”고 이를 금지시켰다. 거래 상대방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회식 자리에서 영어를 쓰면 벌주를 주겠다”고도 공언했다. 영업하는 자세로 일상생활을 하라는 의미였다. 또 “오비맥주는 그동안 신사적으로 영업해왔다”며 “도매상만 상대하고 업소·소매점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영업총괄 부사장인 그 스스로 강남역·홍대·신천역과 같은 주요 상권을 직접 돌았다. 매달 첫째 날에는 도매상 대표 1400여 명에게 “거래해줘 감사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고, 또 답신을 하는 이들을 통해 현장의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유통 방식 역시 뜯어고쳤다. 월말이면 도매상에 재고를 떠넘기는 ‘밀어내기’를 없앴다. 밀어내기는 월간 실적을 내기 위한 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도매상에 맥주가 쌓이는 바람에 소비자는 출고된 지 한참 된 맥주를 먹어야 했다. 장 사장은 “맥주는 신선식품인데 묵은 제품을 소비자들이 마시게 할 수 없다”며 밀어내기를 금지했다. 이로 인해 오비맥주에 온 직후엔 실적이 좋지 않았다. 2010년 1월 출고량 기준 점유율은 한 달 전보다 5%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그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2010년 하반기부터 오비맥주는 상승세를 탔고, 결국 1위가 됐다.



 오비맥주의 한 임원은 장 사장에 대해 “32년간 영업을 뛰어서 그런지 상대방이 누구든 잘 맞춰주는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술 실력은 “누구에게도 져본 적이 없다”고 한다. 장 사장은 “영업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며 “수치상의 점유율 경쟁에 연연해하지 않고 낮은 자세로 고객 감동을 이끌어내 1위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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