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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나이 들어 생을 마감하는 게 벌이 아니듯, 늙음도 벌이 아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70대 노인과 젊은 여성의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와 연극이 연일 화제다. 평범한 소재로 특별한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일본 작가 미타니 고우키의 ‘너와 함께라면’이라는 연극과 박범신의 베스트셀러 『은교』를 영화로 만든 ‘은교’다.



 연극은, 가족행사 준비가 한창인 날 장녀 야유미의 40살 연상인 남자친구 겐야가 불쑥 집을 방문하면서 겪게 되는 좌충우돌 뒤죽박죽 얘기다. 예비사위를 청년 사업가로 믿었던 가족들과, 나이를 속였던 야유미. 나중에는 엄마에게만은 들키지 않으려 온 가족이 합세해서 겐야의 존재를 숨기지만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점점 더 꼬여가는 사건들은 시종일관 웃음폭탄을 날리고. 정말 오랜만에 실컷 웃어봤다. 참 신기한 게 있다. 처음엔 비현실적인 둘의 사랑이 언제 깨지려나 했었는데 나중엔 나도 그 가족과 합세하여 둘의 사랑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 거다. 허락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늙은(?) 남자친구의 긍정적인 태도 덕분이리라.



 영화 ‘은교’. 70대 시인의 명성과 지식, 17살 여고생의 싱그러운 젊음. 둘은 끊임없이 자기가 가지지 못한 서로의 것을 탐하다가, 결국은 질투로 인해 그동안 이룬 명성도 인생도 파멸로 끝난다는 비극적인 얘기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나의 늙음도 나의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란 말까지 써 가면서 영화 내내 던져주는 나이 듦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보는 내내 불편했다. 늙는다는 게 벌은 벌이지만 내 탓은 아니다? 늙어 생을 마감한 사람더러 ‘벌 받아 죽었다’ 하지 않듯이 늙음은 벌이 아니다.



 때마침 서울시에서도 ‘노인’이라는 단어의 새 명칭을 다음 달 6일까지 공모한단다. 노인이라는 말이 삶의 의욕을 저하시켜서 그렇다나.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원이 없겠다는 사람들 참 많이 봤다. 난 싫다.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던 젊은 시절. 비록 잘한 일보다 아쉬운 일이 더 많지만 되돌아가 처음부터 그 고생 다시 하기 싫다. 10년 후. 그때도 지금을 그리워는 하겠지만 되돌아오고 싶진 않을 게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그렇기도 하고, 살아봤던 시절보다는 다가올 미래가 더 궁금하고 흥미진진해서 그렇기도 하다.



 ‘은교’의 노시인. 그가 만일 야유미의 늙은 남자친구같이 당당하고 삶의 의욕이 넘치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억울하고 우울한 얼굴로 질투하는 대신에 사랑이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했을 거다. 지식이나 명성도 젊음이나 싱그러움같이 분명 성적 매력이 될 수 있다. 혼자서 궁상떨고 식은 밥 퍼먹으며 한껏 외로운 몸짓을 하고선 젊은 여자 곁눈질할 필요 없다. 건강만 챙긴다면 뭐든 해내리라.



 그건 그렇고. 요즘 혼기 찬 딸들이 집집마다 넘쳐난다는데 그 딸들이, 남자친구라며 70대 노인 손잡고 집으로 들어오면 어쩌나. 당당한 그들에게 응원을?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다.



글=엄을순 객원칼럼니스트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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