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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서 뛰쳐나온 진중권 "종북파는…" 매운 독설

‘키보드 워리어’란 별명을 가진 대한민국 대표 진보논객 진중권. 그는 과거 두 번이나 진보 정당을 탈당한 이력이 있다. 믿었던 가치와의 충돌 때문이었다. ‘종북논란’으로 확대된 이번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사태에 대해 그는 진보와 보수진영 양쪽 모두에게 매서운 독설을 쏟아냈다.



그는 “앞으로도 ‘진보’니 ‘좌파’니 이런 거 안 할 테니까, 진짜 참기름, 진짜 진짜 참기름, 진짜 진짜 진짜 참기름 구별하는 놀이는 자칭 ‘좌파님’들끼리 하세요.”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4일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 교수 연구실에서 <월간중앙>과 만난 그는 “평등의 가치, 생태에 대한 책임감, 리버럴에 대한 동경으로 두 번이나 진보당에 가입했지만 그 안에서 경험한 건 소통되지 않는 종파주의였다”고 고백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진보 세력의 제도권 진입에 균열이 생긴 원인을 무엇이라 보십니까?



“지하조직에 있던 운동조직이 합법 조직으로 나오면서 생긴 문제입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비합법 투쟁을 해오던 자들이 아닙니까? 실정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투철하지 않았던 거죠. 전두환이나 박정희 대통령 때 운동권들이 법 지켜가며 투쟁하지 않았거든요.”



진보 세력은 어느 가치보다 도덕적 가치에 민감하게 대응했던 것으로 압니다.



“이번 사태는 도덕성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은 법보다 상위의 가치를 놓고 싸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 문제가 된 NL(주사파)뿐만 아니라 PD(평등파) 계열도 마찬가지예요. 그들이 이루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정법은 큰 의미가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 세력들이 합법 정당으로 나오다 보니 충돌이 된 거죠. 합법 공간은 일단 법을 지켜야 하거든요.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하면서 벌어진 사태죠.”



가치관을 포기하고 합법 공간으로 나오는 게 쉬운 일일까요?



“포기하라는 게 아니라 상대화하라는 거예요. 예컨대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다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다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과거 독재시대에는 ‘민주화’라는 공통된 가치관을 공유했는데 지금 우리는 가치관이 분화된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그들이 생각하는 실정법보다 상위 범주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세요?



“추구하는 ‘이념’이겠죠 뭐. 그게 종북이 될 수도 있고, 친북이 될 수도 있고. 이념을 고수하면 지지를 못 얻고, 조직을 보위하면 대중을 못 얻는다는 데에 그들의 딜레마가 있는 거죠.”



직접 체험하신 당권파의 위력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제가 민노당에 있을 때도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누가 주도 세력인지 잘 몰랐어요. 언젠가 울산북구의 경선 과정을 취재하다 우연히 당시 민노당 강기갑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요청한 일이 있어요. 강 대표는 흔쾌히 요청에 응했으나 잠시 후 어느 이름 모를 당직자가 다가와 ‘인터뷰를 할 수 없다’고 통보하더라고요. 공적으로 위임받은 공당 ‘대표’의 권한을 넘어서는 더 큰 비공식적 권력이 있다는 것이 짜증나더라고요.”



그동안 민노당의 강기갑·이정희 전 대표나 진보신당의 심상정·노회찬 전 대표는 합법 공간으로 나오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잖아요.



“그들은 오랫동안 합법 공간에 나오기 위한 워밍업 작업을 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석기·김재연 등 그 밖에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들어오면서 문제가 생긴 겁니다. 이석기·김재연은 비례가 아닌 정상적 선거에서도 당선될 사람들입니다. 당권파잖아요. 26%만 장악하면 전체를 다 먹는다는 얘기입니다. 투표율은 50%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다 분산되는 표니까요. 문제는 자기들끼리는 다수지만 유권자들 앞에 나오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죠. 검증이 안된 사람을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끼우는 데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당보다 계파가 위에 있다고 보는 그릇된 생각이 작용한 거죠.”



유시민 전 국민참여당 대표는 “당권파의 자리 지키기로 진보의 얼굴을 잃었다”고 개탄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이정희 대표가 취한 행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정희는 통진당 사태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이정희가 유권자들을 위해 활동할 때는 ‘아이돌’이었지만 당권파를 위해 활동했기 때문에 한순간에 날라간 겁니다. 통진당 당권파는 이번 사태를 통해 깨달았을 겁니다. 유권자를 무시하고 정파의 이념과 이해를 위해서만 활동할 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입니다. 그들은 다시는 현실정치에 나올 수 없을 거예요. 제가 이정희였다면 정파를 버릴 텐데 이해가 안 가는 부분입니다. ‘혁신’으로 보였던 이정희 체제가 사실은 ‘수구’의 복귀였다는 것, 이것이 지금 대중이 받는 충격의 정체죠. 사실 이 대표를 생각하면 좀 아까워요.”



통진당 사태가 종북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하시나요?



“(손을 내저으며) 제가 여러 번 강조한 말인데 이번 사태는 종북 문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부정·부실선거의 문제입니다. 경기동부연합이라는 말은 이번에 저도 처음 들었습니다. 그 전에 제가 당에 있을 때만 해도 당권파는 울산·인천연합이었어요. 제 생각으론 진보신당이 민노당에서 떨어져나올 때쯤 경기동부연합이 당을 장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도 울산·인천연합 사람들은 비당권파에 붙지 않았습니까? 진보신당이 당 차원에서 견제했어야 하는 데 견제가 안됐던 것이죠.”



그럼 왜 통진당 사태가 종북 논쟁으로 번졌다고 생각하세요?



“대선을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보수진영에서 통진당과 민주당이 연계돼 있기 때문에 종북 문제를 싸잡아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꼼수로 밖에는 안 보여요. 민주주의적 기본질서란 견해가 다르면 논쟁을 통해 싸워 이길 문제지 아예 뿌리를 뽑아버리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은 견해가 다르면 존재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려고 하잖아요. 이게 무슨 민주주의냐 말입니다. 전두환을 찬양하는 사람이 있으면 박정희를 찬양하는 이들도 있는 겁니다. 북한 찬양도 그런 일환이라고 보면 돼요. 그들의 사상이 행동으로 옮겨져 간첩 행위를 하면 법으로 처벌하면 됩니다. 그런데 왜 사상 자체를 없애려고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러면서도 언론에 나와 종북주의자를 비판하는 이유는 뭔가요?



“물론 저도 종북주의자 싫어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생각을 반박하는 거지 존재 자체를 인정 안 하는 건 아니죠. 존재하는 걸 어떻게 하겠어요. 누군가 반박하면 그 반박에 설득당한 사람들은 그 생각을 안 갖게 되니 그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 거죠. 구미시에서 박정희 탄신제 하는 게 문제지 저도 개인이 박정희 추앙하는 건 문제삼지 않아요.”



우리 사회에 종북의 실체는 있다고 보시나요?



“지금 종북파로 몰리는 세력은 끈 떨어진 간첩입니다. 우리가 걱정할 정도의 실체는 없어요. 미군 철수시키고 자주적 민주 정부 세워 북한과 통일하자는 게 그들의 목표인데 이게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보십니까? 이건 북한도 가능하다고 안 믿는 목표예요.”



분단 국가 상황에서 북한 문제를 무시하고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해결책은 햇볕정책 밖에 없어요. 서로의 신뢰를 구축하면서 남북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죠. 그러면서 때를 기다리는 거예요. 주사파 문제도 간단합니다. 그들은 햇볕정책이 필요한 겁니다. 국보법을 폐지하고 마음껏 떠들라고 하세요. 장군님 나뭇잎 타고 강 건너는 얘기하고 있는데 그게 가망 있는 사상일 것 같습니까? 살아 남을 사상이냔 말입니다. 마음껏 떠들라고 해요. 그걸 지금 누가 믿습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막겠다고 국가보안법을 만들고 참 기가 막힐 노릇이죠. 대한민국은 진보세력이 있어야 합니다. 선거 때마다 수십 년을 경상도와 호남 세력이 자리 바꿔 해먹는 것이 내 삶, 일반 국민들의 삶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여기(동양대) 내려와보니 맨날 듣는 얘기가 경북 영주 인구가 원래 17만이었는데 10만 됐다는 말이에요. 이 문제를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 해결해줄 수 있나요? 도·농 간 격차 문제와 수도권 집중 문제 같은 건 진보적 해결책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에 통진당에서는 애국가 부르고 태극기 다는 문제로 시비가 붙었는데 어떻게 보셨습니까?



“아, 그것도 짜증나는 문제입니다. 태극기 달고 싶으면 달고 부르고 싶으면 부르는 거지 왜 이걸 모든 사람에게 강요하는 겁니까. 진보당 안에서도 저 같은 자유주의자들은 거부감이 드는 겁니다. 태극기는 우리 조상들이 3·1운동 때 들고 있던 태극기예요, 광주항쟁 때 시민들이 들고 나왔던 태극기죠. 그때 부른 애국가고요. 그 상징을 자꾸 우익에게 넘기니 문제가 되는 겁니다.”



◇진중권= 1963년 서울 생.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소련의 <구조기호론적 미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로 건너가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언어 구조주의 이론을 공부했다. 귀국한 후 진보 논객으로 각종 TV토론에 참여하고 활발한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저서로는 <미학 오디세이> <현대미학강의>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등이 있다.



박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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