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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박수가 터졌다 … 역시 정의신 연극

고수희(맨 왼쪽)의 표정만으로 이 연극이 어떨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까. 연출자 정의신은 배우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도 정평이 나 있다. [사진 남산예술센터]


재일동포 극작·연출가인 정의신(55)씨. 4년 전 그가 올린 ‘야끼니꾸 드래곤’에 한국 연극계는 휘청거렸다. 어설픈 자의식, 지적 허영, 감정 과잉은 조금도 없었다. 극한의 상황까지 몰고 간 뒤, 그 아픔 자체를 섬뜩하리만큼 끄집어내는 정면돌파는 대학로에선 좀체 보기 힘든 우직함이었다.

신작 ‘봄의 노래는 … ’
전작 ‘야끼니꾸 … ’에 이어 우직하고 징한 가족이야기



 그런 정씨의 신작 소식은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정의신
제목은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있을 법했다. 다소 지루했다. 기시감(旣視感)도 있었다. 하지만 컨디션이 나쁘다 한들 선동열은 선동열 아니던가. 정의신의 승부구, 묵직했다.



 또 가족 얘기였다. 일본 패망 직전인 1944년, 한국의 어느 외딴 섬이 배경이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네 자매가 얽혀 있다. 큰딸 진희는 한쪽 다리가 불편했고, 비슷한 처지의 일본군 장교에게 연정을 품었다. 둘째는 춤바람이 나 있었고, 셋째는 갓 결혼한 남편에게 헛헛함을 느껴 외간 남자에게 눈을 돌렸다. 막내는 겉은 막걸리 좋아하는 선머슴이었지만, 사실은 항일 지하조직원이었다. 불안하지만 평온한 이들 가정에 한 순간, 폭풍이 몰아친다. 막내 정희의 신분이 일본군에게 발각되면서다. “탕! 탕!” 몇 발의 총성과 함께 작품은 극단을 향해 내달린다.



 예열이 너무 길었다. 막내딸의 비극적 사건이 터진 건 2부 중반 무렵. 그 과정이 지나치게 장황해 밀도가 떨어졌다. 그럼에도 작품은 이후 저력을 발휘했다. 날것 그대로의 감정선이 조금의 포장도 없이 객석에 전해졌다. 특히 죽음 앞에서 온 가족이 모여 아픔을 속으로 삭이며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부르는 대목은, 절로 눈물이 나는 명장면이었다. 고수희(엄마 영순), 서상원(일본군 헌병 시노다)은 눈부셨다. 막이 내리고 눈시울을 붉히는 관객이 많았다. 기립 박수도 터져 나왔다.



 정의신 연극은 여전히 유쾌하면서도 아렸다. 무엇보다 징하디 징했다. 비슷한 변주일지라도 늘 일정한 완성도를 보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7월 1일까지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1만5000∼2만5000원. 02-758-2150.



최민우 기자



◆정의신=재일동포 출신의 극작가 겸 연출가. 일본 효고현 출신이다. 요코하마 방송영화전문학원(현 일본영화대학) 미술과를 졸업했다. 1987년 극단 ‘신주쿠양산박’을 만들었다. 대표작으로 ‘쥐의 눈물’ ‘아시안 스위트’ ‘겨울선인장’ 등이 있다. 영화 ‘피와 뼈’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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