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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55> 경기부양 응급약 LTRO & QE

김수연 기자
“지난 2년 동안 경제와 금융 시장에 대한 중요한 버팀목은 경기부양책이었다, 이것이 없다면 경제가 순항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 투자전략가 브루스 비틀스가 최근 한 말입니다. 그의 말은 요즘 세계 경제는 몹시 아파서 약 없이는 못 버틴다는 겁니다. 요즘 부쩍 이런 긴급 처방 얘기가 다시 나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장기대출프로그램(LTRO)과 양적 완화(QE)입니다.



드라기의 디폴트방어 처방 vs 버냉키의 불황탈출 카드



장기대출프로그램 (LTRO, Long Term Refinancing Op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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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그대로다. 유럽 중앙은행(ECB)이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돈을 빌려가는 쪽도 은행이다. 2011년 12월 ECB는 유로존 각국의 은행에 3년 만기, 4890억 유로를 1%라는 초저금리로 빌려줬다. 이것을 1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이라고 한다. 이 대출을 받으려면 담보를 맡겨야 하는데 담보 기준도 완화해 돈을 쉽게 쓸 수 있게 했다. 위기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나온 정책이니 이렇게 통상적인 통화 정책의 범주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2차 LTRO는 올 2월 29일 시행됐다.



 돈을 받아쓴 은행들은 각각 2014년 12월, 2015년 2월에 갚으면 된다. 대출받은 지 12개월만 지나면 조기 상환을 할 수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 유럽 재정위기가 극에 달하자 실시된 LTRO는 위기에 빠진 은행에 대한 일종의 구제금융 성격이었다. 더불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은행은 이 3년짜리 대출을 받아서 대부분을 0.25%의 금리로 다시 ECB에 예치해 신용 경색을 피했다. 자금 조달 압박에서 한결 자유로워졌고, 이 자금을 받아 자본 확충용으로 쓰기도 했다.



 은행은 또 대출받은 돈의 상당액을 자국 은행채와 국채를 사들이는 데 썼다. 특히 이탈리아 은행이 자국 국채를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중앙은행에서 1%짜리 저리 자금을 빌려 더 높은 수익률이 나오는 국채를 사는 일종의 ‘돈놀이’를 한 것이다. 하지만 그 덕에 재정위기국은 대규모 국채 만기를 순조롭게 넘길 수 있었다. 국채 발행 실패는 곧 국가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직결될 수 있다. 국채 금리가 지나친 수준까지 올라도 이들 국가는 장기적으로 디폴트 상황으로 내몰린다. 1차 LTRO는 이런 식으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또 다른 목표였던 시중 신용경색 완화는 달성하지 못했다. 중앙은행이 푼 돈이 일선 기업과 가계에까지 닿지 않았다.



 LTRO 말고도 재정위기국의 국채 금리를 즉시 낮출 방법은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것이 ECB가 문제 국가의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것이다. 가장 손쉽고 빠르게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의 국채 금리 상승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그야말로 응급조치다. ECB가 직접 나설 경우 그만큼 부작용이 예상된다. 또 유로존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른 것도 문제다. ECB는 앞서 2010년 5월 국채매입프로그램(SMP)도 시작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2차 LTRO를 실시한 뒤로는 이를 사실상 중단했다.



 LTRO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LTRO를 비판하는 쪽이다. 은행에 지나치게 관대한 유동성 지원이 이뤄져 오히려 은행을 더 큰 리스크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은행이 자국 국채를 대거 보유하게 돼 결과적으로 정부와 은행은 한몸이 돼 버렸다. 어느 한쪽이 위험하면 함께 위험에 빠진다. 또 ECB 장기대출의 본래 목적은 은행이 부실을 털어 스스로 개혁하고, 남유럽 국가가 경제 성장을 재점화할 수 있도록 3년의 시간을 벌어주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은행에 돈을 퍼주다 보니 개혁은 어렵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3년 후 한꺼번에 만기가 돌아오면 문제가 더 크다는 시각도 있다. 그 사이 상황이 좋아져 은행이 스스로 채권을 발행,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3년 후에도 여건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LTRO 만기는 또 다른 ‘폭탄’이 될 수도 있다.



  2차 LTRO를 즈음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3차 LTRO는 없다’고 여러 차례 시사했다. 하지만 최근 그리스와 스페인 상황이 다시 나빠지고, 유럽 은행의 연쇄 뱅크런 우려가 커지자 3차 LTRO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솔솔 나온다.





양적 완화(QE, Quantitative Ea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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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는 단순히 말해 금융 시장에 돈을 뿌리는 것이다. 미국에서 돈을 찍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중앙은행이 시장에 돌아다니는 국채를 사들여 시중에 돈을 공급한다. 국채는 미국이 발행한 채권이다. 즉 차용증을 들고 있으면 미국 정부가 ‘매년 이자를 몇 퍼센트 주겠다’는 증서다. 이걸 소유한 사람에게 ‘가진 국채를 돌려주면 돈을 주겠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투자자들 주머니에 현금을 넣어주는 것을 양적 완화라고 한다. 즉 채권 같은 걸 들고 있지 말고 그 돈으로 쇼핑도 하고 주식투자도 하고 집 사는 경제활동을 해서 실물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시중에 달러화가 늘어나게 돼 미국 달러의 가치는 떨어진다. 미국의 수출경쟁력도 높아진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국채를 중앙은행이 사서 보이지 않는 곳에 쟁여두니 시중에는 국채가 귀해지게 된다. 그러면 국채를 사서 이자를 받고 싶어 하는 투자자는 “이자 많이 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 국채 좀 사자”는 반응을 보인다. 이자를 조금만 주는 국채도 이제는 시장에서 잘 팔리게 되니 시중금리가 내려가는 효과가 생긴다. 이렇게 미국에서 양적 완화를 하는 이유는 시중에 돈을 뿌려 사람들이 돈을 쓰게 하자는 뜻도 있고, 시장 이자율을 떨어뜨려 대출받은 부동산 폭락을 막아보자는 뜻도 있다.



 미국에서 돈을 풀면 한국 경제에도 여러 가지 영향을 주게 된다. 원화의 가치는 올라간다. 또 풀린 돈이 한국 주식시장으로 넘어오는 효과도 있다. 주가가 올라야 밥 먹고 사는 증권가에서 양적 완화를 가뭄 단비처럼 기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미국의 양적 완화는 2008년 말 연준 사상 처음으로 실시됐다. 실질 정책금리가 제로 수준이어서 더 이상 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 그에 앞서 시행했던 단기대출 중심의 긴급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의 시한도 끝났을 때였다. 2008년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1차 양적 완화를 실시, 1조7500억 달러를 들여 금융사가 갖고 있는 주택대출유동화증권(MBS)과 국채를 사들였다. 1차 QE 때는 대규모 MBS 매입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유동성은 그리 급격히 늘지 않았다. 연준이 MBS를 사준 덕분에 은행의 현금성 자산이 늘어나긴 했지만 이 현금을 연준에 ‘초과 지준’이라는 형태로 다시 넣어뒀기 때문이다.



 2차는 2010년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이뤄졌다. 이번에는 6000억 달러를 풀었다. 규모는 1차보다 적었지만 이번엔 그 돈으로 전부 국채를 매입했다. 그러니 세계 달러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컸다. 아시아로 자본이 몰려들어가 2009년 4월부터 2010년 9월까지 아시아의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대폭으로 급증했고 이 나라들의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핫머니(투기자본) 유입이 확산되자 일부 아시아 국가는 자본 유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또 미국을 향해 ‘통제불능의 달러 찍어내기’ ‘자국 이익만을 위한 약달러 정책’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2차 양적 완화가 끝난 것은 2011년 6월 말이다. 하지만 실물경기 회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물가상승 압력은 높아졌다. 그래서 미 연준의 완화 정책은 2011년 9월부터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로 전환됐다. 장기 국채는 사들이고 단기 국채는 파는 것이다. 장기금리는 안정시키고, 단기 금리 상승 압력은 낮추며, 추가 유동성 공급은 자제해 물가 상승을 막으려는 게 목표였다. 이것 역시 이달 말 끝난다.



 미국이 이전에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내게 한 이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다. 버냉키 의장은 이전부터 양적 완화 지지자로 알려져 있었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90년 말 장기불황에 빠진 자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양적 완화를 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이에 대해 버냉키 의장은 ‘일본은행이 실패한 것은 일본이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양적 완화)을 너무 늦게 썼고, 또 너무 일찍 종료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더 빨리, 더 강하게 돈을 퍼부었어야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비판론자도 많다. 양적 완화의 가장 큰 부작용은 물가상승이다. 본래 목적인 경기부양에는 뚜렷한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주식시장이나 석유·금속 등 상품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투기가 시작되고 이는 안 그래도 상승 압력을 받는 물가를 더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대표적인 반대론자다. 그는 “연준의 양적 완화는 단기 효과만 낼 뿐 길게는 일본식 디플레이션과 장기 불황을 몰고 올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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