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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이석기와 애국가

이철호
논설위원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이석기 진보당 의원의 애국가 발언에 대해 “기껏 하는 일이 조중동 모아 놓고 식사하며 야부리(허풍 또는 수다의 속된 말)라니…못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더니…못된 것부터 배웠군”이라 비난했다. 어제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하지만 정작 엉덩이에 뿔 난 쪽은 그 자신인 것 같다. 못된 것부터 배운 것도 그 자신이다. 비난하려면 정확한 사실부터 확인한 뒤에 해야 한다. 툭하면 조중동을 걸고 넘어지는 그의 습관적 야부리(?)에 기가 막힌다.



 문제의 15일 점심엔 조중동을 포함해 기자 10명이 참석했다. 한국·세계·서울·뉴시스·OBS·오마이뉴스·MBN도 포함돼 있다. 한겨레·경향은 왜 빠졌느냐고? 대답은 간단하다. 같은 시간의 문재인 민주당 상임 고문의 오찬 간담회에 간 것이다. ‘모아놓고’라는 표현도 거슬린다. 이날 약속은 이 의원이 첫 등원한 지난 5일, 분신한 박영재씨의 병문안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이 “식사 한번 하자”고 제의해 우연히 잡혔을 뿐이다. 참고로, 오프 더 레코드(非보도) 발언을 처음 보도한 매체는 조중동이 아니다. 어딘지는 같은 언론사끼리 밝히지 않는 게 예의일 듯싶다. 궁금하다면 최근 신문을 찾아 보면 된다.



 이날 초선 의원과 신참기자들(상당수가 입사 5년 이하다)의 오찬은 서먹하게 시작됐다. 도중에 S일보 기자가 “오프 더 레코드로 편하게 하자”며 분위기를 잡았고, 이 의원은 “그렇다면 자유롭게 말하겠다”며 문제의 발언을 꺼냈다. 일부 기자는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했다. 오프 더 레코드더라도 민감한 발언은 이따금 기사화되는 게 정치판의 생리다. 따라서 이번 파문은 의도적인 ‘언론 플레이’로 보기 어렵고, 보수언론의 ‘색깔론’도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오히려 문제는 그 다음 이 의원 측의 대응이다. 진보당 내부는 “딴 세상 사는 사람 같다”며 부글댔다. 하지만 이 의원실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되레 “애국가 문제는 제대로 한번 논쟁해 보고 싶다”며 받아치고 있다. 여기엔 두 가지 노림수가 깔려 있는 듯하다. 우선 애국가의 작사자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좌파에선 친일파 윤치호를 정설로 여긴다. 그들은 작곡가 안익태 선생까지 ‘친일파’로 옭아맨다. 그래도 애국가의 위상이 흔들리는 건 아니다. 우리가 관습적으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최남선이 친일파더라도, 똑같은 논리로 그가 쓴 독립선언서의 의미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의 노림수는 정치적 계산이다. 진보당 구 당권파는 이달 말 당대회에서 부산·울산·경남연합과 손잡을 움직임이다. 이들이 당권을 잡으면 ‘도로 진보당’이 된다. 물론 비례대표 부정과 폭력사태, 씨앤커뮤니케이션즈(CNC)의 선거비용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날은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의원으로선 애국가 논란이 손해볼 장사는 아니다. 검찰 수사를 덮을지도 모르고, 파렴치범보다 자주파의 아이콘으로 순교하는 게 낫다. 애국가 대신 민중의례를 하는 민노총·전교조의 표를 결집시키는 반사이익이 덤으로 따라올 수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라디오 인터뷰 도중에 전화를 끊고, 역(逆)색깔론으로 경선을 뒤집은 것처럼….



 사실 극우와 극좌는 동업자 신세다. 툭하면 “북으로 가라”거나 “또 빨갱이 타령이냐”며 미워하면서, 상대방 덕분에 자신들의 존재근거를 찾는 적대적 공생관계다. 그들은 “사상 대립에 신물이 난다”고 한다. 그러면서 당대회나 경선을 앞두고는 상대방의 공격을 유도하기 위한 도발을 서슴지 않는다. 집안 식구를 단속하는 데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낡은 진보와 낡은 보수의 대립으론 건강한 사회로 가기 어렵다. 하지만 쓸데없는 흥분은 양쪽의 정치적 노림수에 걸려들 뿐이다. 이미 젊은 세대 사이에 주사파는 “주거지가 사실과 다른 파”라는 농담까지 번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자체 면역기능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 사실을 왜곡한 채 선동을 일삼는지 가만히 지켜볼 일이다. 수사당국도 ‘종북 논란’보다 경선부정, 선거비용 사건처럼 구체적 위법행위에 집중해야 한다. 유럽에서도 법치주의와 사실에 근거한 현실주의가 두텁게 뿌리내리면서 극우와 극좌는 차례차례 분리수거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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