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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칼럼] 종북의 늪

문창극
대기자
종북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답답하다. 암 수술하듯 그 부분을 싹둑 도려냈으면 좋겠는데 어려운 모양이다. 과거 같으면 반공법, 국가보안법으로 처벌이 가능했을 것이다. 반공법은 폐기되고 국가보안법은 물이 되었다. 공산주의자로부터 나라를 지켜내는 데 필수적이었던 이 법들을 독재정권들이 권력 유지를 위한 억압의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야당의 대표가 된 사람은 종북 비판을 매카시즘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매카시즘은 공산주의자가 아닌 사람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간 것을 말하는데 스스로 친북 주사파임을 부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게 왜 매카시즘인가. 더 큰 문제는 드러난 그들보다 훨씬 더 넓게 친북세력이 우리 사회에 퍼져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암세포를 죽이는 데만 몰두하다 보면 정상세포까지 건드리게 되어 결국 몸을 망친다. 근본적으로 암세포가 좋아할 환경을 만들지 말고, 영양공급을 막음으로써 스스로 쪼그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 벌어지는 정치권의 논란이 종북 의원 그 자체보다 나라를 점점 더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한쪽은 친북을 때려잡자고 하고, 다른 쪽은 매카시즘이라고 맞서는 이런 구도는 과거에 경험했던 일들이 아닌가? 우리는 이런 과거를 아직 청산하지 못했는가? 종북 의원이 한마디 할 때마다 속을 뒤집어 놓는다. 그렇다고 그가 한마디 할 때마다 대서특필하며 끌려다닐 건가. 그것이 바로 그들이 노리는 바다.



 금년 봄 이집트는 의회를 구성하는 등 민주화의 길로 접어드는 듯싶었다. 그러나 대통령 결선 투표를 앞두고 군부 쪽에 가까운 대법원이 의회를 해산하고 무슬림 형제당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박탈했다. 민주세력은 이를 군부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독재를 뒤엎기는 했어도 민주주의를 성취하기란 이처럼 어려운 것이다. 그리스는 한때 민주와 번영을 함께 누리는 듯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지금 보여주고 있다. 이런 나라들과 비교할 때 우리는 참으로 다행이다. 민주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성취한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사태는 우리 내부가 여전히 과거의 구도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정치의 이런 생얼이 밖으로 알려진다면 한국이 그 정도 나라밖에 안 되느냐고 실망할 것이다.



 법으로도 처벌 못하고, 국회에서 내쫓지도 못한다면 그들이 자라지 못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친북 세력을 거드는 쪽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러나 친북 비판 분위기에 편승하여 군부 독재 시절의 잘못까지 정당화하려는 움직임도 경계해야 한다. 권력으로 부정 축재한 돈을 되찾고자 사돈을 걸어 재판하는 6공 대통령이나 “재산이 29만원뿐”이라면서 떼를 지어 골프장에 몰려다니고 호화로운 손녀 결혼식을 하는 5공 대통령의 모습은 너무 뻔뻔스럽다. 친북의 망령이 이 나라에 아직 떠도는 까닭은 바로 그같이 힘 있는 사람, 가진 사람들의 몰염치 때문이 아닐까. 그리스 사태는 상류층의 책임이라는 주장이 있다. 주변의 유럽국가들은 그리스 불을 끄려고 애를 쓰는데 정작 그리스 상류층은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 선박회사들은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해외로 회사를 옮기겠다고 한다. 그리스 경제권을 쥔 몇몇 과두세력은 재산 지키기에만 관심이 있지 굶는 아이, 실업 등은 외면하고 있다. 오늘의 그리스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종북은 안 된다. 그렇다고 종북에 붙잡혀 있어도 안 된다. 종북의 늪에 빠져 있어도 안 된다. 사회문제의 완벽한 해결이란 없다. 완전한 해결을 하려다 보면 오히려 다른 부작용이 생긴다. 과거 회귀 분위기도 바로 그 부작용이다. 이럴 때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확실히 인식하면서 대범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앞으로 나아가면 그 문제는 어느 결에 자연히 해결되어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수확이라고 위안한다면 종북을 도려내진 못했어도 이 사회에 종북의 실체가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다. 숨어 있던 암세포가 드러났으니 분명히 치유될 것이다.



 좌우 두 세력밖에 없었던 과거와 비교해 볼 때 우리는 전혀 다른 나라로 변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군에 입대하고 K팝에서 보듯 우리의 젊은 문화는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사회는 다양해지고 개인의 욕구는 세분화되었다. 과거처럼 힘으로 누를 수 없는 자유로운 나라가 된 것이다. 세계 속의 경쟁은 우리에게 창의성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의 위기는 우리가 어떤 경제 모델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이런 미래적 과제를 제쳐놓고 좌우 싸움으로 회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만약 지금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몇 달 뒤의 대선도 뻔하다. 선거는 과거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일 것이다. 어떻게 일으켜 세운 나라인데 이렇게 과거에 발목을 잡힐것인가.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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