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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국민 젖병’이라도 2만원 넘으니 추천에서 빼시오



“2만원 넘는 건 추천 제품에서 빼야 합니다.”(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K컨슈머리포트 5호’ 젖병 평가



 “별 4개짜리 최고 등급 5개는 가격 상관없이 다 추천해야 합니다.”(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



 14일 서울 반포동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 소비자단체와 공정위 관계자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17일 발표키로 한 ‘K컨슈머리포트 5호’ 평가 결과를 두고서였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아기 젖병 23개 제품을 두고 젖먹이 아이를 둔 부모 132명의 설문조사를 통해 별점을 매겼다. 디자인과 쥐는 느낌, 제품 설명도, 세척·부속품 교환의 용이성, 배앓이·중이염 방지 기능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최고 등급인 별 4개를 받은 제품은 총 5종. 수입 제품 4개(닥터브라운 PES, 아벤트 BPA 프리 PES, 피죤 모유실감 PPSU, 치코 제로 BPA)와 국산 1개(유피스 쇼콜라 PPSU)였다. 이 중 피죤과 치코 제품은 가격이 2만3000원으로 비싼 편이었다. 일본 브랜드 ‘피죤 모유실감’(제조국 태국, 대형마트 기준 국내 점유율 47%내외)은 한국 엄마가 가장 많이 사서 인터넷 육아 카페에선 ‘국민 젖병’으로 불린다.



 공정위는 두 수입 제품 가격이 2만원이 넘는 걸 문제 삼았다. 대신 그보다 낮은 별 3개를 받은 제품을 추천하자고 주장했다.



 논의 끝에 결국 소비자단체가 양보했다. 공정위 의견을 일부 반영해 최고 등급 중 값싼 3개만 추천키로 했다. 그 결과 1만9110원짜리 ‘유피스 쇼콜라’(국산)는 추천 제품에 이름을 올렸지만 2만2905원짜리 ‘국민 젖병’은 추천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평가에서 가격을 고려하는 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최무진 공정위 소비자정책과장은 “K컨슈머리포트는 품질과 가격의 종합적인 비교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라며 “일반적인 소비자가 사려고 생각하는 가격보다 비싼 제품은 추천에서 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가 생각하는 적정한 젖병 가격이 평균 2만원으로 나타난 만큼 그보다 비싼 걸 추천할 순 없다는 논리다. 



 K컨슈머리포트는 3월 공정위가 “소비자의 힘을 키우겠다”며 야심 차게 선보인 사업이다. 미국판 컨슈머리포트처럼 제품 성능과 품질에 대한 객관적인 비교·분석 자료를 제공해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활동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인터넷에 넘치는 광고성 정보가 아닌, 신뢰할 만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에 많은 이가 공감했다.



 등산화를 시작으로 변액보험, 어린이음료, 무선전기주전자 등 K컨슈머리포트가 발표될 때마다 반향은 컸다. 정부 지원으로 생산된 정보인 만큼 믿을 만할 거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K컨슈머리포트 1호(등산화)에서 ‘추천 제품’에 이름을 올린 코오롱스포츠 ‘페더’는 발표 직후 2주간 매출이 직전의 2.5배 넘게 껑충 뛰었다. 지난달 발표된 K컨슈머리포트 4호에서 ‘테팔 못지않은 성능’이란 평가를 받았던 보국전자의 무선전기주전자 역시 판매가 늘었다. 보국전자 관계자는 “K컨슈머리포트 발표 직후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10배 넘게 급증하는 등 톡톡한 마케팅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가의 전문성과 독립성에 대한 시비가 적지 않았다. 변액보험을 다룬 K컨슈머리포트 2탄의 경우 생명보험협회가 소송 제기 가능성까지 들먹이며 반박하기도 했다. 미국 컨슈머리포트와 달리 정부 주도로 생겨난 만큼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자칫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때마다 공정위는 평가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평가 자체는 어디까지나 독립적인 소비자단체에 의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 공정위는 평가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젖병 비교평가에서 보듯 발표 내용에 대한 사전 논의와 조정이 있었다. ‘관제 컨슈머리포트’라는 태생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박철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 물가안정이 최우선 과제라고는 하지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할 컨슈머리포트에 정부가 개입하는 건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나온 지 석 달밖에 안 된 K컨슈머리포트가 자리 잡기 전에 평가의 독립성이 훼손될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K컨슈머리포트가 어떤 제품을 추천하는지가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정부 개입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 등급은 5종, 추천 제품은 3개라는 모호한 결과에 젖병 판매업체도 당혹스러워했다. 추천 제품인 유피스 쇼콜라를 판매하는 보령메디앙스 관계자는 “평가항목의 객관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마케팅 자료로 K컨슈머리포트 결과를 쓸지 말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피죤 모유실감’ 수입판매원인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그 정도 가격이 매겨진 데는 나름 합리적 이유가 있기 마련”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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