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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박인수, 병마 딛고 무대로 돌아왔다

가수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박인수씨가 16일 서울 서교동 재즈클럽 ‘문 글로우’에서 자신의 대표곡 ‘봄비’를 열창하고 있다. [사진작가 장성하]


16일 오후 5시 서울 서교동 재즈 클럽 ‘문 글로우’. 흰머리가 성성한 노(老)신사가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까만 운동화에 낡은 정장바지, 흰 셔츠에 중절모를 손에 쥔 그는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관객·연주자들을 둘러봤다.

재즈 클럽서 10년 만에 공연
70년대 국내 첫 솔 가수
저혈당·파킨슨병·기억상실
토크 콘서트, 새 앨범 계획



반주가 시작되자 마이크 앞에선 그는 자동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봄비/나를 울려주는 봄비/언제까지 나리려나/마음마저 울려 주네/봄비….”



 한국 최초의 솔(Soul) 가수 박인수(65)였다. 이날 ‘박인수와 함께하는 솔의 만남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열렸다. 그가 무대에 다시 서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박씨는 전쟁고아로 열두 살 때 미국의 한 가정집에 입양돼 흑인 음악이라 불리는 솔을 처음 접했다. 10대 때 한국에 돌아와 미군부대를 전전하며 노래를 시작했다. 신중현의 눈에 띄어 신중현 사단에 합류하게 된다. 1970년 신중현의 곡 ‘봄비’로 인기 가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대마초 파동과 이혼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 건강까지 악화됐다. 저혈당 증세로 가사를 잊어버리거나 쓰러지는 일이 잦아지면서 스스로 노래를 접고 무대를 떠났다. 2002년 7월 동료 가수들이 치료비를 마련해 주기 위해 연 자선콘서트 무대에 잠깐 오른 것이 대중 앞에 나선 마지막이었다. 그해 췌장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으나 저혈당 쇼크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파킨슨병까지 겹쳐 제대로 거동조차 못하게 됐다. 그는 경기도의 한 노인요양원에서 그렇게 10년을 홀로 지냈다.



 지난 4월, 박씨는 35년 전 헤어졌던 부인 곽복화(62)씨와 극적으로 만나 재혼했다. 그 뒤 건강이 점차 호전됐다. 투병 중에도 꺼지지 않던 음악에 대한 열정, 가족과 재회하기까지의 뭉클한 사연 등이 최근 KBS ‘인간극장’에 방영돼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동료 가수들이 새 앨범 작업을 돕겠다고 나섰다. 이날 행사는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그에게 ‘가수 박인수’의 기억을 되살리는 자리이자 공식 컴백 무대였다. 재즈보컬리스트 김준, 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이경우(하사와 병장)·신촌블루스·적우 등 동료 가수들이 축하 무대를 꾸몄다. 박씨의 아내 곽씨와 아들 진서(37)씨는 맨 앞줄에 앉아 공연을 지켜봤다.



 박씨는 너무 긴장한 탓에 가사가 잘 생각나지 않는 듯, 노래 도중 몇번이나 멈췄다. 목은 쉬어 있었고, 발음 또한 정확하지 않았다. 동료가수인 임희숙, 4인조 ‘헤리티지’가 노래를 도왔다. 박씨는 “(오랜만의 공연이라) 많이 떨렸다. 그런데 목소리가 안 나와서…”라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역경을 극복한 ‘가수 박인수’의 새로운 출발에 관객들은 그어느 때보다 큰 박수로 화답했다.



 박씨는 23일 오후 5시 성균관대 앞 ‘뮤직클럽 위’에서 음악평론가 박성서씨가 진행하는 ‘박성서의 토크 콘서트-한국 최초의 솔 가수 박인수와 함께하는 한국 대중음악의 솔과 만나다’에 출연한다. 올 9월엔 신곡을 포함한 새 앨범도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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