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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총선 끝났지만 … 고뇌 깊어진 메르켈

그리스 불 꺼질까 17일(현지시간) 치러진 그리스 2차 총선은 당일까지도 어느 정당이 승리할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선거 하루 전 아테네 남부의 한 해안 마을에서 펄럭이는 그리스 국기 뒤로 산불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아테네 로이터=뉴시스]
운명의 날인 17일 아침(현지시간) 그리스 중도우파 신민당 대표인 안도니스 사마라스가 투표를 마치고 나오며 “우리나라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제부턴 과거와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정책에 대한 지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발언들이다.



강남규 기자 그리스 4신

 그러나 이들의 말처럼 새 출발을 하기에는 그리스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 미국 샌프란시코에서 20년 넘게 살다 귀국한 코스타스 파나고플로스는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경기침체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많은 사람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는 말도 했다.



 불안감은 예금인출사태(뱅크런)로 터져 나오고 있다. 총선 직전인 14~15일 이틀 동안 그리스 은행에서 빠져나간 예금은 20억 유로(약 2조9400억원)에 달했다. 하루 10억 유로꼴이다. 우파 신문인 카트메리니가 은행 관계자의 말을 빌려 16일 보도한 내용이다. 주말 자금 수요가 많은 목·금요일이었음을 감안해도 적지 않은 돈이다. 이전까진 하루 7억~8억 유로가 인출됐다.



메르켈
 톰슨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재정위기가 불거진 2009년 이후 최근까지 예금 700억 유로(약 102조9000억원)가 빠져나갔다. 그리스 전체 예금의 30% 정도 되는 금액이다. 이 돈 가운데 대부분은 독일 시중은행에 입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이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고민은 오히려 깊어졌다. 향후 그리스 정국이 어떻게 진행되든 ‘유럽의 소방수’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 총선은 막판까지 살얼음판을 걸었다. 1, 2위를 다툰 그리스 중도우파 신민당과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지지율 차이가 1~2%포인트에 지나지 않았다. 선거전의 이런 분위기는 정부 구성에까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재 메르켈을 애먹일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우파 신민당이 1당이 되는 경우다. 특히 신민당이 전체 의석(300석)의 과반인 151석 이상을 얻으면 글로벌 시장은 일단 안심할 수 있다.



 사마라스 당 대표는 “유로존에 남기 위해선 구제금융과 재정긴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타그마 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선 “그리스 경제의 운명이 유로화에 달려 있다”고 부르짖었다.



 신민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해도 구제금융과 재정긴축을 지지하는 중도좌파인 사회당과 연정을 구성할 예정이다. 절대 의석을 확보해 정국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다. 사회당은 구제금융 조건을 놓고 트로이카로 불리는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과 재협상을 원한다. 사마라스가 사회당과 손을 잡으려면 재협상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파가 이겨도 트로이카를 사실상 지휘하는 메르켈이 재협상 요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론 신민당이 과반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리스 어느 정당이든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선 유효 투표의 36~42%를 얻어야 한다. “신민당이 그 정도 지지율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그리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이러면 신민당은 사회당 이외의 제3당을 추가로 끌어들여야 한다. 신민당의 정국 주도권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메르켈이 받는 재협상 요구의 강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둘째는 선거전 교착상태가 이어지는 것이다. 올 5월 1차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신민당과 사회당이 힘을 합쳐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시리자도 연립정부 구성을 이끌 만큼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다. 각 정당이 거국내각을 구성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겠지만 또다시 선거를 치러야 할 수 있다.



 셋째 시나리오는 메르켈과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기피한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과반 의석을 차지하거나 1당이 되는 경우다. 확률은 50% 정도 된다. 시리자 대표 치프라스는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그 문서들을 찢어 버리겠다”고 공언했다. 트로이카와 맺은 재정개혁 협약을 파기하겠다는 얘기다.



 메르켈이 만약 구제금융을 중단하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사실상 시작된다.





◆그리스 총선은 이렇게=그리스 헌법에 따르면 2차 총선은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를 고르는 투표가 아니다. 정당 투표 방식으로 치러진다. 득표율에 따라 정당이 내세운 후보 명단에서 당선자가 결정된다. 1차와 2차 총선 간 기간 차가 18개월을 넘지 않아서다. 1당에는 한국의 비례대표처럼 의석 50석이 더 간다. 1당이 연립정부 구성을 주도하라는 장치다. 2차 총선에 나선 정당은 21곳이다. 1차 때엔 32곳이었다. 지지율이 3%에 미치지 못한 정당은 의회에 들어갈 수 없다. 8개 정당 정도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도 연립정부가 구성되지 않으면 주요 정당은 임시 총리를 지명하고 3차 총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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