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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세력 빠지자 냉소·분열 … 이집트 대선 결선투표 현장

이집트 대선 결선투표가 시작된 16일(현지시간) 카이로 북동부 도시 자가지그의 투표소에서 한 소년이 유권자가 한 표를 던지는 모습을 보며 따분한 듯 하품을 하고 있다. 결선에서는 무슬림형제단이 내세운 무함마드 무르시와 공군참모총장 출신 아흐메드 샤피크가 겨뤘다. [자가지그 AP=연합뉴스]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중산층 밀집 지역인 도키 구역의 한 투표소, 17일 오전(현지시간) 20여 명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20대로 보이는 유권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인근 다른 투표소에도 중·장년층만 모여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샤피크·무르시 다 싫다 선거 생각만 하면 짜증”



 지난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로 몰려나왔던 수십만의 청년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의문을 품고 요즘 카이로에서 대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다는 자말렉 지역(카이로의 대표적 부촌)의 외국계 커피숍을 찾아갔다. 1~2층의 테이블이 청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여대생 하가르 알리(21)는 “투표할 생각이 없다”고 주저 없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을 몰아낸 시민혁명 때 타흐리르(해방) 광장의 시위에 가담한 적도 있으며 지난달의 대선 1차 선거에도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은 두 후보 중 어느 쪽도 찍고 싶지 않다. 선거 생각만 하면 짜증난다”고 말했다.



 카이로에서 만난 사람 가운데 둘 중 한 명은 기권 의사를 보였다. 투표율도 50% 안팎으로 예측되고 있다. 저녁 카이로의 식당·찻집의 TV는 대부분 뉴스가 아닌 유럽축구선수권 대회 축구 경기를 보여줬다.



 지난해 1∼2월의 대규모 시위로 850명이 희생되며 얻은 60년 만의 민주적 대통령선거. 끓어 넘치던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좌절감과 냉소가 대신 자리를 차지했다. 원인은 1차 투표에서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데 있었다. 혁명 세력이 후원한 두 후보, 사회주의 성향의 민족주의자 함딘 사바히와 온건파 개혁가 아불 포투는 이슬람 정치 조직의 후보와 무바라크 정권의 마지막 총리였던 구 정권 인사에게 결선 진출권을 빼앗겼다. 결선에 오른 두 명의 후보는 ‘무슬림형제단’이 내세운 무함마드 무르시(61)와 공군참모총장 출신의 아흐메드 샤피크(71)다.



 이에 따라 5200만 유권자 중 상당수는 지지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최악을 막기 위한’, 마지못해 하는 투표를 벌였다. 투표소 앞에서 만난 전직 카이로대(종교철학) 교수 오마르 후세이니(55)는 “두 후보 모두 싫지만 무르시가 당선되면 이란·수단과 같은 시민의 자유가 억압받는 이슬람 국가가 될까 봐 샤피크에게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반면 택시기사 알리 만수르(52)는 “무슬림형제단의 집권을 원치 않지만 군부 통치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무르시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샤피크는 일찍이 군복을 벗은 ‘보통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그가 군부와 연계돼 있다고 믿고 있다. 3일 전 헌법재판소가 이슬람 세력이 70%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의회를 해산시키며 재선거를 요구한 것도 군부가 샤피크의 당선 뒤 의회까지 장악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많다. 헌재 결정 뒤 “군부가 조종한 사실상의 쿠데타”라고 주장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무르시의 선거 캠프에선 투표가 금지된 군인·경찰관이 신분을 속이고 대거 투표에 참여해 샤피크에게 몰표를 던졌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시민혁명의 주동세력인 ‘4월 6일 청년운동’ 등의 사회단체들도 샤피크가 유권자들을 매수하거나 대형 버스를 동원해 투표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샤피크가 선거에서 승리해도 이를 인정하지 않을 태세다. 무슬림형제단이 잉크가 휘발돼 기표 내용이 없어지는 펜을 대량으로 들여와 샤피크 지지 유권자에게 나눠줬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냉소를 넘어 혼란과 분열이 이 나라를 뒤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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