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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진 찍어 … 훌리건 한마디에 등골이 오싹

잉글랜드와 스웨덴의 경기가 열린 지난 16일(한국시간) 영국 팬들이 웃통을 벗어젖힌 채 열광적인 응원을 하고 있다. 잉글랜드가 3-2로 승리했다. [키예프(우크라이나) AP=연합뉴스]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관중을 훌리건(Hooligan)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상대 관중을 향해 물병을 집어던지거나 무차별 공격을 한다. 옷을 벗어던지고 소리를 지르는 건 기본이다. 이들 중 ‘최강’은 잉글랜드 훌리건이다. 축구 종주국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다른 나라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잉글랜드 훌리건이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에서도 악명을 떨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스웨덴의 경기에서 그들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유로 2012서 본 잉글랜드 훌리건
경기 7시간 전 모여 맥주 마시며
상대 스웨덴 팬 조롱하고 병 던져
난투극 일보 직전, 경찰이 말려



 잉글랜드 팬들은 경기 시작 7시간 전인 오후 3시쯤 키예프 시내의 팬 존(Fan Zone)에 모이기 시작했다. 한 손에 맥주가 담긴 페트병을 들고 두세 명씩 짝을 지어 어슬렁어슬렁 스웨덴 팬을 향해 걸어왔다. 대부분 30·40대 남성으로 더위와 취기로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우크라이나 여성들에게는 음흉한 눈빛과 수준 낮은 농담으로 수작을 걸었다.



 복장은 중요하지 않았다. 잉글랜드 유니폼은 보통 흰색인데 빨강·파랑·검정 등 제멋대로 옷을 입고 나왔다. 잉글랜드 팬 폴 윈터는 “우리는 축구와 맥주를 좋아할 뿐이다. 스웨덴 녀석들처럼 꾸미는 건 흥미 없다. 경기에서 이기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들 1000여 명은 팬 존 오른쪽을 점령한 뒤 스웨덴과 대치 분위기를 만들었다.



 팬이 훌리건으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문제는 술이다. 슬슬 취하기 시작한 잉글랜드 훌리건들이 갑자기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스웨덴을 자극하는 노래를 불러댔다. 기발하고 자극적인 가사다. “스웨덴 여자는 예쁘지. 하지만 너희 축구는 정말 X 같아”라며 조롱했다. 또 “RAF(Royal Air Force·영국 공군)는 위대하지. 스웨덴 공군은 꿀벌에 불과해”라며 느닷없이 군사력까지 자랑했다. 규칙과 예의가 없는 응원가였다. 스웨덴 팬들은 “노랑과 파랑(스웨덴 국기 상징)이여. 일어나라”며 평화로운 노래로 화답했지만 잉글랜드 훌리건을 이겨내진 못했다.



 이때 갑자기 스웨덴 팬 쪽을 향해 맥주가 가득 든 페트병이 날아왔다. 참지 못한 열혈 스웨덴 청년이 잉글랜드 진영으로 뛰어들어 난투극 직전까지 갔다. 안전요원이 개입해 큰 부상자는 없었지만 아찔한 상황이었다. 잉글랜드 훌리건은 기자에게도 다가와 “왜 우리 쪽만 찍는가. 스웨덴 쪽을 찍어라”며 카메라 렌즈를 잡은 뒤 놓아주지 않았다.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 간신히 이들에게서 떨어질 수 있었다.



 훌리건 난동은 경기장까지 이어졌다. 3000명에 불과한 잉글랜드 팬은 2만 명의 스웨덴 팬을 압도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옷을 훌러덩 벗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오른손으로 벗은 옷을 쥐어 잡고 돌리며 스웨덴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2-2로 맞선 후반 23분 잉글랜드 대니 웰벡의 결승골이 터지자 분위기는 극에 달했다. 잉글랜드 훌리건 50여 명이 난간을 넘어 경기장 안쪽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경기장 안전요원 100명이 쏜살같이 달려들어 이들을 막았다. 훌리건은 경기장 안까지 들어갈 기세였다. 경찰까지 동원돼 겨우 이들을 다시 올려보냈다.



 경기가 3-2 역전승으로 끝나자 잉글랜드 훌리건은 1시간 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록 그룹 퀸의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를 목청 터져라 불러댔다.



키예프(우크라이나)=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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