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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민주국가 간 갈등 늘어난다

폴커 페르테스
독일 국제·안보 연구소장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18~19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오늘날 국제사회가 얼마나 다극화됐는지가 다시 한번 잘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한국·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강국이나 중간급 강국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발언권을 요구할 것이다. 이 가운데 몇몇 국가는 실제로 상당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국제문제를 결정하는 회의장에 입장할 자격을 이제 겨우 얻었을 뿐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은 여전히 거부권이 있으며 막강한 군사력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자원과 능력, 정통성은 글로벌 도전에 맞서기는커녕 자국이 맞고 있는 위기에 대처하기엔 부족할 정도다.



 최근엔 중국과 미국을 G2(주요 2개국)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과거 미국과 소련이 세계를 양분했던 것과 같은 이극(二極) 체제가 새롭게 탄생할 것 같지는 않다. 멀지 않은 장래에 G7(서방 주요 7개국: 미국·독일·일본·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이나 G8(주요 8개국: G7+러시아) 같은 어떤 특정 주요 국가 클럽이 글로벌 사회에서 실질적인 패권국가 모임으로 자리 잡을 것 같지도 않다. G20도 지금의 구성으로서는 21세기 국제 문제의 지형도를 그릴 수 있거나 실제로 그릴 강대국 모임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일본, 그 외의 옛 서방(西方) 국가들에 좋은 소식은 국제사회에서 더 많은 역할을 원하는 신흥국가들의 대부분이 민주국가라는 점이다. G20 회원국 가운데 민주국가가 아닌 나라는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뿐이며 러시아는 민주주의의 옷을 입은 권위주의 국가로 간주된다. 별로 좋지 않은 소식은 이들 신흥 민주 강국은 옛 서방과 정치적 어젠다를 공유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들은 지나친 개발이 기후변화를 일으킨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국제적인 경제제재와 군사 개입에 몇몇 예외를 빼놓고는 일반적으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들이 미국이나 EU와 견해를 달리하는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중동을 비롯한 지역 분쟁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일례로 2010년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해결 방법을 놓고 터키·브라질과 외교 갈등을 겪었다. 미국은 이 두 나라가 자국과 의견을 달리하면서 독자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신흥 민주 강국들이 비민주 강국과 함께 손잡고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의 다섯 신흥국 정상회의)를 만든 것도 미국은 못마땅해 한다. 인도·브라질·남아공은 이러한 새로운 연합을 자국 이익을 추구하는 실용적인 방법으로 여기며 이를 통해 높아진 자국의 국제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 신흥국가가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데 대해 경악하거나 불쾌해 하는 정책결정자들이 미국과 유럽에선 적지 않다. 이러한 반응은 “민주국가들은 구체적인 부분에선 의견이 일부 다를 순 있어도 국제문제의 굵직한 주제에선 생각이 일치해야 한다”는 냉전 시대의 낡은 사고방식을 반영한다. 핵심 문제에서 서로 의견이 다른 나라는 같은 민주진영이 아니거나 국제사회에서 주요 국가가 아닌 걸로 간주했다. 하지만 국제화하고 다극화한 오늘날의 세계에선 민주주의적 가치를 공유한다고 해서 국제정치의 핵심 문제에서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민주주의 국가가 늘어날수록 이들 민주주의 국가 사이에선 국익과 의견 차이 문제로 인한 갈등이 더욱 잦아진다.



 국제질서는 갈수록 더 다원화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의견을 달리하는 민주국가들과 국제 어젠다에서 서로 경쟁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상대방을 이해하고 이견보다 공통점을 찾아 협상하는 능력이 더욱 필요하다.



폴커 페르테스 독일 국제·안보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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