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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일본식 집요함이 끝낸 17년 도주극

서승욱
도쿄 특파원
1729건. 15일 검거된 1995년 일본 도쿄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 ‘최후의 특별 수배자’ 다카하시 가쓰야(54), 그가 마지막 도주를 감행한 열하루 동안 경찰에 쏟아진 시민 제보의 숫자다. 이는 일본의 집요함과 집중력의 상징이다.



 신분을 감쪽같이 위장하며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냈던 다카하시가 다시 도주를 시작한 건 지난 4일이었다. 다카하시와 함께 ‘최후의 수배자 2인’이던 동료 용의자 기쿠치 나오코(41)가 3일 체포된 건 그로선 땅을 칠 일이었다. 17년을 숨겨온 가명과 은신처, 최근 얼굴이 기쿠치의 진술로 모두 드러났다.



 이후 열하루 동안 일본 사회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낼 때마다 즐겨 쓰는 ‘올 재팬(All Japan)의 태세’로 다카하시 검거에 몰두했다. 경찰은 다카하시가 찍힌 CCTV 영상을 연일 공개했다. 일본의 TV 뉴스들은 특유의 극성스러움으로 다카하시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했다. 심지어 그가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이 가와사키(川崎)역 동쪽 출구인지, 서쪽 출구인지를 놓고도 취재경쟁이 벌어졌다.



 뉴스 앵커들은 CCTV 영상에 포착된 다카하시의 ‘검은색 바탕에 파란색 줄무늬’ 가방과 똑같은 가방을 직접 메고 등장해 시청자 눈에 각인시켰다. 검거에 동원된 경찰관 5000여 명보다 더 무서운 건 일반 시민의 눈이었다. 일본 국민에게서 쏟아진 제보들은 다카하시에게 걸려 있는 현상금 1000만 엔(1억5000만원)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적극적이었다. 17년3개월에 걸친 도주극이 “가게에 다카하시와 닮은 사람이 있다”는 만화방 점원의 제보로 마침표를 찍은 건 일본 사회가 편 총력전 덕분이다.



 95년 독가스 살포로 숨진 사람은 12명. 사망자 수에 관계없이 일본 사회가 이 사건에 몰두하는 건 ‘테러 청정지역’이라는 안전 신화를 깨뜨린 상징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유능한 젊은이들을 한순간에 나락의 길로 빠뜨리는 사이비 종교집단의 위험성에 치를 떨게 한 사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 사회의 집중력은 긴 세월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57)의 사형이 최고재판소에서 확정된 2006년까지 흐른 시간만 무려 11년. 300번 가까이 공판이 열릴 때마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13명에게 사형, 5명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돼 일련의 재판이 일단락됐던 지난해 11월에도 일본 사회는 “테러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도주 중인 나머지 세 명을 꼭 잡아야 한다”고 태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사건 발생 6297일 만에 최후의 한 사람을 검거한 일본은 이제 그의 입에서 어떤 새로운 진실이 드러날지를 기다리고 있다. 일본 사회의 놀라운 지구력과 집중력을 지켜보는 사이 열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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