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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스타’의 경고

한우덕
중국연구소 부소장
기자가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 있는 ‘스타(star)’ 공장을 방문한 것은 2007년 7월이었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인 ‘star’ 볼(공)을 생산하는 신신상사의 중국법인(중국명 신신체육용품유한공사)말이다. 공장은 중국 최고 민영 가전업체인 하이얼(海爾) 본사의 바로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수백 명의 직원이 널찍한 공장에서 농구공 접착 작업을 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당시 한 노동자는 근로여건이 어떠냐는 질문에 “칭다오의 다른 공장보다 기숙사가 깨끗하고, 임금도 최고 수준”이라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가끔 전 사원 운동회도 연다고 좋아했다.



 그 ‘스타’가 요즘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현지 주민들이 한 달 전 공장 출입구를 봉쇄하더니, 지난주에는 담을 넘어 들어가서는 아예 점거하고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해 공장에 들어갔던 칭다오 총영사관 영사가 한때 억류되기도 했다. 임대료가 발단이었다. 해당 촌(村) 정부는 2041년까지 되어 있는 기존 토지 임대계약을 무시하고 ‘2년 갱신, 임대료 500% 인상’ 등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는 공장을 상업용지로 전환해 고가에 팔려는 꼼수’라는 얘기도 나돈다.



 한·중 수교 바로 전 해인 1991년 칭다오에 진출한 ‘스타’는 양국 경협의 상생(相生) 모델로 자주 꼽히기도 했다. 한국의 기술력과 중국의 노동력이 시너지를 만든 것이다. 스타 농구공은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 프로농구리그인 NBA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공급될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지 축구학교를 지원하고, 해방군·산둥성 등의 여자 축구팀을 후원하는 등 사회활동도 꾸준히 전개해 왔다. 덕택에 20% 안팎의 중국 볼 시장 점유율도 기록하고 있다. 그런 ‘스타’였기에 이번 위기는 더 큰 충격이다.



 중국은 그동안 우리 기업에 ‘축복’과 같은 존재였다. 기업은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제품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었고, 두 차례 경제위기 극복의 힘을 중국에서 찾기도 했다. 그러나 몸집이 커진 중국은 우리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상식에도 맞지 않는 이유를 내걸며 압박하고 있다. ‘스타’뿐이 아니다. 많은 기업이 지방정부 또는 파트너 업체의 무리한 요구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국 기업쯤이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힘으로 쫓아낼 수 있다’는 오만도 엿보인다. 수교 20년 양국 기업 협력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우리는 지금 중국과 새로운 경협 패러다임을 짜기 위한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계약과 법으로도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FTA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FTA를 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칭다오 주재원들은 ‘양국 간 미래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외교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법과 원칙이 아닌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선례로 남는다면 우리 투자 기업은 ‘중국에 코 꿰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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