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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북한에 대한 3단계 미망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북한에 대한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각자의 생각이 모여 공동체 전체의 자세가 되기 때문이다. 이 태도가 잘못되면 국가의 존재 자체가 위태롭다. 이런 위험으로 가는 3단계 미망(迷妄)이 있다. ‘맹북(盲北)’, 친북, 그리고 종북(從北)이다.



 맹북은 인권탄압이나 국가테러 같은 악행(惡行)에 눈을 감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천안함 폭침에 대한 진보·좌파의 태도다. 2010년 6월 29일 민주당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규탄하는 국회 결의안에 반대했다. 어뢰 증거물이 발견됐고 거의 모든 나라가 규탄했는데도, 정작 피해국가의 제1 야당이 외면한 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북한 인권법안은 외교적 결례라고 했다. 국가가 다른 국가의 인권을 거론하는 건 내정간섭이라는 것이다. 이런 게 무지(無知)에서 비롯된 맹북주의다. 다른 맹북주의자들은 “정치범 수용소 같은 건 직접 보지 않아 알 수 없다”는 말도 한다.



 친북은 북한의 여러 문제를 우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친북주의자는 ‘내재적(內在的) 접근법’을 쓴다. 북한 내부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석하자는 것이다.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핵 개발이나 3대 세습, 정치범 수용소 같은 게 어느 정도 이해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론이 김대중·노무현 햇볕정책을 떠받쳤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내재적 관측자’가 일부 통합진보당 의원과 민주노총이다.



 이상규 의원은 북한 핵 개발에 찬성하지 않지만 그래도 처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의 관계에서 압박을 받으며 고립·봉쇄된 채 늘 군사적 대결상태에 있는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미디어오늘 인터뷰)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북한의 역사적 책임과 도발을 덮어버린 반쪽짜리 내재론이다. 군사적 대결상태를 초래한 건 미국이 아니라 6·25 남침을 저지른 북한이다. 테러와 도발로 세계와 한국을 압박하는 건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다.



 이석기 의원은 언론인터뷰에서 3대 세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송두율 교수의 내재적 접근론에 공감하는 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내정간섭이라고 여길 만한 북한 체제와 새 지도자에 대한 훈계로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 물론 내재적 접근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경찰이 범인 심리를 분석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내재적 분석에도 윤리와 인권 같은 보편적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 히틀러의 욕망과 독일의 국가 상황을 이해한다고 유대인 학살을 용인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일본의 군국주의와 일본군의 성욕을 고려한다고 일본군 위안부 사건을 용납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분석은 내재적이라도 대처방법은 객관적이고 종합적이어야 한다. 그런 구분이 없으면 문제 해결이 위험해진다. 딸을 성폭행한 범인이 ‘성욕 이상자’라고 치자. 내재적으로 그런 상태를 이해한다고 그를 용인할 수 있는가. 이해는 이해고 조치는 조치다. 범인을 가두어야 하고 전자팔찌를 채워야 하는 거다. 똑같이 북한 핵도 없애야 한다.



 친북이 발전하면 종북이 된다. 종북은 북한의 생각과 노선을 추종하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강령으로 주장한다. 이석기·이상규 의원이 관여했던 민족민주혁명당은 김일성주의를 추종한 종북 단체였다. 임수경 민주당 의원이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한 것은 북한의 탈북자 정책을 따르는 종북주의다.



 인간은 청년·중년·노년을 거쳐 죽음에 이른다. 미망의 3단계가 위험한 건 이렇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맹북이 친북으로 자라고, 친북이 종북으로 커지면 마지막에 ‘합북(合北)’으로 갈지도 모른다. 북한이 추구하는 고려연방공화국을 하자고 외칠지도 모르는 것이다. 둑은 작은 구멍으로도 무너진다. 맹북을 억제하고 친북을 규탄해야 종북과 합북을 막을 수 있다.



 북한을 변화로 유도하되 악(惡)은 정면으로 다루어야 한다. 그게 정북(正北)이다. 맹북·친북·종북은 남북 모두에게 미망의 길이다. 정북은 남북 모두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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