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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서 높이 뛰었다, 내가 날아야 용대가 산다

정재성의 별명은 까마귀다. 피부색이 검은 정재성이 셔틀콕을 내리꽂는 모습이 마치 새가 날아오르는 것 같다며 선배들이 그렇게 불렀다. 정재성이 태릉선수촌 코트에서 스매싱하고 있다. [태릉=오종택 기자]
소년은 재빠르고 민첩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반 대항 이어달리기에서 우승한 뒤 선생님이 “운동을 해 볼래”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배드민턴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배드민턴 복식 대표 정재성
“키 작아 힘들텐데 … ” 우려 불식
점프 키워 장신 외국선수 눌러

빠른 몸놀림으로 코트를 종횡무진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중·고 시절 전국무대를 휩쓸던 그에게 사람들은 칭찬보다 “안 될 거야” “힘들 거야”라는 말을 먼저 했다. 작은 키 때문이었다.



 오기가 생겼다. 단신 약점을 체력과 파워로 보완했다. 남보다 더 빨리, 더 높이 뛰며 머리 하나는 더 큰 상대를 이겼다. 어느새 그는 ‘한국 최고 점퍼’로 불렸고, 세계 정상도 밟았다. 더 이상 그에게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런던 올림픽 배드민턴 국가대표 정재성(30·삼성전기)은 키가 1m68㎝다. 복식 파트너 이용대(24·1m80㎝)보다 12㎝나 작다. 배드민턴 선수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키가 작으면 타점이 낮아 공격 범위가 좁아진다. 네트플레이도 더 세밀한 힘조절이 필요하다. 수비범위도 좁아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정재성은 당당한 금메달 후보다. 이용대와 함께 나가는 남자복식에서 세계랭킹 2위다. 미리 보는 런던 올림픽이었던 올 3월 전영오픈에서 우승했다.



 “어릴 때부터 키가 안 클 거란 걸 알고 있었죠. 부모님이 키가 작으시거든요. 그래도 ‘키가 작으니 힘들거다’라는 말은 정말 듣기 싫었죠. 더 이를 악물고 뛰었어요. 생각해보면 그게 지금 나를 만든 원동력인 거 같아요.”



이용대
 정재성은 전주농림고 2학년 때 롤모델을 발견했다.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유용성(38)이었다. 작은 키에도 높은 점프로 내리꽂는 스매싱에 반했다. 이후 점프력과 파워를 집중적으로 키웠다. 동호인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정재성표 점프스매싱이 만들어졌다. 서전트점프는 최고 87㎝까지 기록했다.



 어찌 보면 작은 키가 도움이 됐다. 주니어 시절 단식은 힘들다는 지도자들의 판단으로 복식 선수가 됐다. 김동문·하태권 등 한국 배드민턴 복식 간판들을 키워낸 원광대에 진학하며 복식에 눈을 떴다. 최고의 복식 선수가 됐고, 2006년 이용대를 파트너로 삼게 됐다.



 정재성은 이용대를, 이용대는 정재성을 만난 게 행운이다. 짝을 이룬 뒤 세계를 주름잡았다. 2008년 전영오픈 남자복식에서 우승하며 이용대는 전영오픈 역대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노련한 정재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0순위로 꼽혔으나 1회전에서 탈락했다.



 “컨디션이 너무 좋았죠. 그런데 전날 잠도 안 오고…. 어떻게 경기를 치렀는지. 메달 부담과 긴장을 못 이긴 거죠.”



 정재성은 경기장 구석에서 1시간 반을 울었다. 그러곤 털어버렸다. 경기가 남아 있는 후배들을 위해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분을 삭였다.



하지만 허무함에 귀국 뒤 라켓을 놨다. 암투병 중인 어머니 조이순씨를 간병하며 자신을 추슬렀고, 막내를 걱정하던 어머니를 위해 다시 코트에 섰다. 그 사이 정재성-이용대 조는 이용대-정재성 조가 됐다. 이용대가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을 딴 뒤 국민적 스타가 됐고, 정재성은 후배의 그늘에 가렸다.



 “당연한 결과죠. 저는 이룬 게 없잖아요. (이)용대는 배울 게 많은 후배죠. 스타가 됐어도 성실히 운동하고 자기관리가 철저해요. 열정 넘치는 용대가 있어 이번 도전이 전혀 걱정되지 않아요.”



 정재성은 다시 올림픽 무대에 나선다. 두 번의 실패는 없다.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올해 허리 부상으로 재활하며 몸상태는 4년 전만 못하다. 하지만 한층 노련해졌고, 마음도 편하다. 든든한 후원자도 생겼다. 10년 열애 끝에 지난해 결혼한 아내 최아람(30)씨다. 2009년 돌아가신 어머니도 하늘에서 응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6년을 함께한 파트너 이용대가 있다.



 “용대는 소중한 내 마지막 파트너입니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전 대표팀에서 은퇴할 겁니다. 베이징의 실패 덕에 용대와 함께하는 마지막 무대는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과는 하늘에 맡겨야죠. 자랑스러운 남편이,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겁니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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