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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검사 4인방 "다·나·까 말투 썼더니…"

인천지방검찰청 형사 5부 여검사 4인왼쪽부터 하신욱(36·연수원 31기) 검사, 신비나(28·연수원 40기) 검사, 박혜란(34·연수원 35기) 검사, 김은정(28·연수원 41기) 검사. [사진=조문규 기자]


냉정하고 차가운 이미지의 검찰이 변하고 있다. 뜨거운 가슴, 냉정한 머리에 발랄함을 더하고 있다. 여풍(女風) 덕분이다. 여검사들이 늘며 법조 3륜 중 가장 딱딱했던 검찰 이미지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인천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 이정회)는 이런 변화상을 닮은 축소판이다. 7명의 검사 중 4명이 여성이다. 지난 14일 인천지검을 찾아 하신욱(36·연수원 31기·형사5부 수석검사), 박혜란(34·연수원 35기·부수석), 신비나(28·연수원 40기), 김은정(28·연수원 41기) 등 네 여검사의 수다 속에서 대한민국 여검사의 삶을 들여다봤다.

“검사 누나 고마워요” 피의자 편지에 검사 하길 잘했다 생각



수수께끼 풀듯 답 찾는 게 좋아



하신욱(이하 하) : 2002년 연수원을 마치고 금감원에서 일했어. 금융계의 검찰이라고 하니 인연이 있었나 봐. 분식회계나 주가조작을 적발해서 고발하는 일을 했는데 검찰로 넘겨도 기소율이 낮더라. 도대체 왜 기소가 안 되는지 궁금했어. 그래서 내 손으로 해보자 싶어 2008년에 검사가 됐지.



김은정(이하 김) : 직접 검사가 되니 적성에 잘 맞아요?



하 : 적성에는 잘 맞아. 사건은 일종의 수수께끼 같거든. 고소인과 피의자의 얽힌 실타래를 정리해주고 답을 찾아가는 게 재미있어.



박혜란(이하 박) : 나는 안 풀리는 게 더 많던데. 다들 자기 주장을 하니까 판단이 쉽지 않아. 증거관계가 명확한 경우가 별로 없지. 사회 경험도 적은데 판단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아.



김 : 맞아요. 사건이 복잡하죠. 그래도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해서 좋아요. 저는 건설 쪽 담당인데 평소 모르던 세계에 대해 배울 수 있죠. 전 활동적인 검사 모습에 끌려서 지망했어요. 소외당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을 무찌르고 싶어요



하: 거악을 무찌르는 우리 김 검사!



신비나(이하 신): 김 검사는 열의가 넘칠 때죠. 지난 2월에 발령을 받았잖아요.



검사는 폭탄주를 즐기는 독종?



신 : 영화에 나오는 검사는 부패 검사가 많던데 국민들이 그걸 보고 오해할까 봐 걱정돼요.



김 : 맞아요. 우린 ‘정의’를 소중하게 여기는데….



박 : 불신의 벽이 있는 것 같아. 사실 검사에겐 차가움과 냉철함도 필요해.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증거나 사실관계가 중요한 것이 이 직업이니까. 언론에서 ‘부실수사’라고 해도 증거가 없으면 처벌 못 하니까 안타깝지.



김 : 사실 검찰 술문화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시보생활로 법조 3륜을 거쳐보니 우려와는 달라요. 폭탄주를 마시지만 강권하는 문화는 없어요.



박 : 우리 부는 여검사가 많아서 분위기가 더 부드럽지만 검찰도 바뀌고 있어. 기수·단체 문화 위주에서 개인을 강조하는 부분이 많아졌지.



신 : 정말 요즘은 술자리 대신 패밀리레스토랑에 가기도 해요. 야구장과 영화관도 가끔 가고.



하 : 시간이 없지만 기존 회식 대신 깨알 같이 문화생활도 즐기고 하는 거지.



박 : 나는 부산지검에 있을 때 여검사들과 함께 피부관리 받으러도 갔어.



신 : 저희도 좀 해주세요. 혼자 가시기예요?



 박 : 여검사들끼리 간다고 하면 이제는 남자 검사들이 삐쳐.



여성 피의자 얘기에 공감해 주니 술술 풀려



하 : 여자이다 보니 편하게 말하는 분들도 있어. 나는 인생사를 쭉 들어주는 편인데 그러다 보면 뜻하지 않게 다른 범죄 제보를 얻기도 하지. 지난번 금융기관 여자 임직원 배임에 대해 조사 중이었는데, 아이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해줬더니 불법 대출하면서 증재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본인 형기도 늘어나는데 고맙다며 다 털어놓은 거지.



 박 : 내 경우엔 유리한 적이 없던데. “니가 뭘 알어”라는 분들도 있고 자꾸 나를 설득시키려고 하는 경우도 많아. 하 선배가 말한 건 그분 성향인 것 같고. 오히려 남자 검사로 바꿔달라는 사람도 있어.



 김 : 맞아요. 내가 직접 전화를 받으면 “검사님 맞아요”라고 몇 번이나 물어봐요.



 박 : 다들 인지부서가 아니라 형사부서에서 근무하다 보니 큰 사건보다 많은 사건을 처리하지. 그러다 보니 의욕이 떨어지기도 하고. 진상 피의자들만 기억난다고 할까.



 신 : 저는 처음 조사했던 구속 피의자가 기억나요. 20대 초반이었는데 결손가정에서 자라 절도로 자주 입건되었더라고요. 기소하고 잊어버렸는데 ‘검사 누나’라며 편지가 왔어요. ‘그동안 나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검사 하길 잘했다 싶더라고요.



 박 : 나도 처음에는 순수하게 연민을 느껴 조언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연차가 늘어갈수록 사건 처리에 치여서 신경쓸 수 있는 여력이 줄더라.



연애할 시간도 없다



 하 : 보통 일주일에 세 번은 밤 11시까지 야근하고 주말에도 나와야 하잖아. 나도 체력은 자신 있는데 지난 2월에는 일이 너무 몰려 몰래 보약을 챙겨 먹으며 일했어. 어떤 검사는 링거 맞으며 조사했다고 하더라.



 박 : 여검사마다 다르지만 집안일도 짐이죠. 남편도 있고 애도 있으니 시간적 여유가 없어요. 처녀 검사로 살았다면 싶을 때도 있어요.



 신 : 저는 야근 때문에 결혼 못 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친구들 만난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요. 요즘은 밤 11시에 퇴근하면 어머니가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와”라고 하시는 거 있죠.



 박 : 바빠도 연애는 다 할 수 있어. 나도 대학교 동창이랑 다시 만나 연애 1년 하고 결혼했잖아.



 신 : (한숨 쉬며) 연애할 시간이 없는데. 박 검사님이 많이 지도해 주세요. 결혼은 저희도 걱정이에요.



 하 : 사실 누가 강요하는 건 없는데 책임감이 있어서 다들 늦게까지 남는 거지.



 박 : 우리나라 사회에서 여자로서 성공하려면 동일한 위치의 남자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줘야 해. 그러려면 다른 것들은 포기하고 일해야 하는데 나 같은 경우 가족이 생기고 나니까 일도 중요하지만 가정도 포기를 못 하겠더라.



수퍼맘들의 육아 문제



 박: 일과 육아 병행이 어려운 건 직장맘들과 똑같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당연히 밥·식사·육아 문제가 생기지. 난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도움을 받고 안 되면 도우미 아주머니 도움을 받아. 집에 들어가면 아이에게 잘해주려고 하는데 피곤해서 마음만큼 안 되지.



 하 : 그럴 수밖에 없지. 일에서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 ‘여자’라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으니.



 박 : 내가 제일 원하는 건 낮에 일하고 밤에 가정에 충실하는 건데 사실 불가능해. 그 부분에 대해서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있으면 좋겠어. 남자 검사들은 새벽까지 일하는데 우린 그렇게 못하니까.



여성이 많아질수록 더욱 바뀔 것



 신 : 검찰도 이미 많이 유연해졌어요. 높은 기수 선배들 이야기를 들으면 상상이 안 가요. 예전에는 검찰 문화가 군대 문화와 비슷했지만 지금은 수평적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 왔을 때 동기들한테 ‘다.나.까’체를 사용해야 한다고 해 그대로 했어요. 평소에 안 쓰던 ‘압존법’을 쓰느라 머리도 아프고. 근데 오히려 선배들이 “신 검사, 군대 갔다 왔느냐”고 하시며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김 : 저는 지금 다나까체를 배우는 중인데….



 신 : 아직 여자 검사장이 나오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법조계는 유리천장이 약한 것 아닌가요.



 하 : 유리천장이 남아 있지만 조금씩 약해지는 것 같아. 여자가 많아지면 더 바뀌겠지.



 박 : 그래도 여전히 여검사가 인지부서나 기획부서에 가기가 힘들어. 물론 일이 많고 업무 강도가 높은 곳에서 육아 등에 신경 써야 하는 유부녀 검사를 반기지는 않을 테고.



‘여검사 록밴드’



 신 : 취미는 음악이에요. 대학 때도 교내 록밴드 ‘베루카’에서 베이스 기타를 쳤죠.



 김 : 지금도 집에 기타 있어요?



 신 : 물론. 근데 베이스 기타라 혼자서는 안 돼요. 검사 생활 하면서 일 말고 다른 걸 찾으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김 : 말 나온 김에 같이 여검사 록밴드 해봐요. 제가 드럼 배울게요. 팔뚝 살도 빼고.



 박 : 그럼 내가 보컬해야 되나.



 하 : 남은 게 그럼 일렉 기타인가? 재미있겠네. 한번 해 볼까?



 3시간이 넘게 이어진 여검사 4인방의 수다는 급작스러운 ‘록밴드’ 결성 이야기로 막을 내렸다. 이들의 유쾌한 이야기는 여검사 전성시대를 맞은 검찰의 변화와 숙제를 동시에 보여줬다. 캐릭터가 그려진 휴대전화를 들고 부장검사와 카카오톡을 하는 신세대 여검사들이 만들어갈 검찰의 모습이 궁금하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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