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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 미녀 검사 "부장님, 회식이 싱겁다며…"





법정 소란 있을까 걱정했는데 … 되레 부드럽게 돌아가요











































13일 오전 10시 서울남부지법 404호 법정. 교통사고를 전담하는 형사8단독 현의선(38·여·사법연수원 31기) 판사가 법대에 앉아 20대 초반의 남성 피고인에게 충고하고 있었다. 술에 취해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차와 가로등을 들이받고 도주한 사건이었다.



 판사: 사고 직후 불구속 수사를 받다가 소환에 응하지 않아 구속됐어요. 왜 연락이 안 됐죠?



 피고인: 부산에 일하러 갔었어요…. 합의금 마련하려고.



 변호인: 판사님, 피고인이 아직 만 21세이고 형편이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해 선처해 주시길 바랍니다.



 검사: 피고인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해 주십시오.



 판사:(생각하다가) 선고 기일을 넉넉하게 잡을 테니 방법을 찾아보고 합의하는 방향을 알아보세요.



  이날 재판을 진행한 것은 여성 법조인들이었다. 현 판사를 포함해 피고인에게 징역형을 구형한 김봉경(27·연수원 40기) 검사, 선처를 호소한 국선변호인 이세영(38·연수원 31기) 변호사가 모두 여성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재판을 보좌하는 표은정(42) 참여관과 이모(36) 실무관(※실명 공개 거부), 한수영(38) 법원 경위도 여성이었다. 참여관은 공판조서나 증인신문 조서를 작성하는 6~7급, 실무관은 송달이나 기록 등 업무를 하는 8~9급 직원이다.



 현 판사와 김 검사는 법복을, 표 참여관과 이 실무관 및 법정 경위는 제복을 입고 있었고 이 변호사만 재킷 차림이었다.



 이날 법정 풍경은 법조계 여풍(女風)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주소였다. “어찌하다 이런 광경이 나온 것이냐, 자주 있는 일이냐” 등 호기심 어린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지만 이들은 “여자들만 있는 게 놀라운 일인가요? 일하는데 남녀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인터뷰를 부탁하자 손사래만 쳤다. 결국 이들을 한 사람씩 각개전투로 만나 ‘2012년 6월 13일 서울남부지법 법정에 6명의 여성이 모이게 된 사연’과 법조계 여성들의 삶의 일단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두 아이 키우며 재판하는 현의선 판사



13일 서울남부지법 404호 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김봉경 검사의 추궁은 날카로웠고, 이세영 변호사의 방어도 두터웠다. 현의선 판사는 피고인에게 때론 강하게 경고하기도, 때론 부드럽게 타이르기도 했다. 교통전담재판부를 맡은 이들은 모두 여성이다. [김회룡 기자]






 현 판사는 일벌레로 유명하다. ‘여자라서 안 된다’는 말을 듣기 싫어 더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같은 법원에서 근무하는 남편 강재원(40·연수원 31기) 판사의 도움이 컸다. 현 판사는 동료 판사들로부터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성) 같지만 알고 보면 속정 깊은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다.



●여성 판사로서 어려운 점은 없나.



 “가장 어려운 건 생활인이자 동시에 판사라는 것이다. 집에 가면 아이가 있고 나오면 사건이 있고. 한 가지에만 집중할 때보다 힘든 게 사실이다. 아이가 아프거나 집에 일이 생기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니까….”



●오늘 법정에서 단호한 모습을 보이던데.



 “피고인들을 위해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면 처벌받는다는 생각을 안 한다. 그래서 재판 진행 중에도 또 사람을 때리고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그럼 양형에 불리해 구속까지 될 수가 있다. 나중을 위해 미리 얘기해 주는 거다.”



●기억에 남는 사건은



 “지난달 학원버스로 태권도장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주던 30대 태권도 관장이 아파트 도로에서 대여섯 살 난 아이를 치어 사망하게 한 사건이 기억난다. 관장이 엄청난 자책감을 갖고 있더라. 법정에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순간부터 계속해서 울더라. 유가족과도 합의한 상태이고 진심으로 반성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양형에 있어 관대한 편인가.



 “그렇진 않다. 하지만 염치가 있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기준은 있다. 실수든 고의든 상대가 피해를 보면 용서를 구하고, 회복은 됐는지 살피는 것이 기본이라고 본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2년 차 김봉경 검사



미녀였다. 이날 재판정에서 큰 눈을 깜빡거리며 연신 증거자료를 뒤지고, 포스트잇에 정갈한 글씨로 신문사항을 추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주일에 4일은 공판에 들어간다. 자신이 맡은 사건을 파악하느라 야근은 말할 것도 없고 주말 내내 일에 매달려 산다. 김 검사는 “일이 많은 건 당연하다. 꾀부리지 않고 시간을 많이 들여야 성과가 나오는 게 검사라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교통사고 전담 재판부인데 운전을 하나.



 “운전한다. 근데 재판하면서 점점 더 운전을 두려워하게 됐다(웃음). 순간의 실수로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거나 상처를 주는 경우가 너무 많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피고인석을 가리키며) ‘실수하면 나도 저 자리에 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늘 한다.”



●여자 판사·변호사와 일하면 다른점은.



 “처음에는 걱정했다. 법정 소란이 있으면 어쩌나, 여자들로만 구성된 재판부라 색안경을 끼고 보지는 않을까 우려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판사·변호사·참여관·경위 모두가 10년 차 베테랑이니까 법정이 부드럽게 운영되고 있다. 또 다 같이 식사하며 얘기한 적이 있는데 참 재밌었다. 나는 미혼이지만 법조 선배들이 애 키우는 얘길 들으면 인생 선배로서의 존경심도 생기고….”



●여검사가 많이 는 것 같다



  “서울남부지검 공판부 검사 10명 중 6명이 여자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회식도 하고 와인도 마시고 하며 수다를 떨면 스트레스가 많이 풀린다. 부장님은 회식이 싱거워 서운해하실지도 모르지만(웃음).”



 국선변호인 이세영



●국선변호인을 택한 계기는.



 “현대산업개발 법무팀에서 7년 가까이 일하다가 당시 네 살이던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3년을 쉬었다. 그사이 둘째도 얻었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고 싶어 3월부터 국선변호인으로 일하고 있다.”



●커리어(경력)를 희생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국선변호인을 하면서는 여자고 나이가 많지 않다 보니 나이든 남자 피고인들이 반말을 하거나 쉽게 대하는 경우를 접하곤 한다.”



●안타까운 점은.



 “치킨집이나 중국집 배달하는 10대들이 사고당할 때, 장애를 얻을 때 마음이 아프다.”



 법정 내 고참 엄마 표은정 참여관



●재판 보좌하면서 어려운 점은.



 “교통사고 전담 재판부라 자연스레 사고 장면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이 보행 중 사고를 많이 당한다. 걸음이 느려서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이기 때문에 두세 살 난 아이들이 사고로 사망하는 것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여성들과 일해서 좋은 점은.



 “아이들 둘 다 초등학교에 다닌다. 내가 제일 고참 엄마다. 현 판사님 아이 중 큰애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고 작은애는 네 살이다. 경위님 아이가 6살이다. 그래서 중간중간 육아 노하우를 전수하곤 한다. ‘학부모 회의는 꼭 참석해라’ ‘큰애가 작은애 때리면 어떻게 대처해라’ 등등.”



 사상 첫 여성 법원 경위 한수영(38)씨



 1998년 7월 법원 사상 최초의 여성 경위로 임용됐다. 짧은 단발. 줄 잡힌 제복. 이런 차림새로 법정 질서를 지켜온 게 벌써 15년이 됐다. 민원인들과 울고 웃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꽃다운 처녀는 여섯 살 난 아이의 엄마가 됐다. 있는 듯 없는 듯 재판이 부드럽게 진행되는 것은 한 경위가 민원인들의 고충을 잘 들어주기 때문이다.



●여성들로 구성된 재판부라 어려움이 많겠다.



 “아무래도 부담이 크다. 사건 당사자들이 여자라고 하면 쉽게 보는 경향이 있으니까.”



●경비를 서다가 다친 적은 없나.



 “많다. 흥분한 민원인에게 팔을 물리기도 하고, 우산으로 발등을 찍히고, 신발로 여기저기 맞고…. 경위들뿐 아니라 판사들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예전에는 석궁 테러도 있지 않았나. 다행히 지금 재판부에선 큰 사고가 없었다.”



●다년간 경험으로 얻은 노하우가 있다면.



 “돌발행동 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낌새가 다르다. 또 자주 법정 내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피고인의 재판이 있는 날은 미리 법원 내에 공익근무요원을 여러 명 배치해 놓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성 법조인이 늘어나면서 “남성들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해 남성이 피의자(피고인)인 형사 사건에서 처벌수위가 과도하게 높아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현 판사와 김 검사 등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그래서 더 꼼꼼하게 기록을 살피고 상황에 대해 질문하곤 한단다. 법조계 여풍을 보는 시각은 걱정과 기대가 교차한다.



“부유한 사람은 가난을 경험해볼 수 있고, 가난한 이는 부를 느껴볼 수 있지만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녀 법조인이 고루 배치돼야 하고 동시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달 말 퇴임하는 전수안(60·연수원 8기) 대법관의 이 말이 후배 법조인들에게 나침반이 될 수 있을 듯싶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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