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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금융위기 진원지는 조세 피난처인가

보물섬

니컬러스 색슨 지음

이유영 옮김, 부키

560쪽, 2만원




또 다른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불러온 금융위기, 그 중증 질환의 뿌리를 캐기 위해 ‘조세피난처(tax haven)’를 파고들었다.



 바하마나 케이맨 제도 등으로 대표되는 조세피난처는 역외 체제의 동의어다. 역외 체제는 각국 사법 체제의 지배를 받는 ‘역내’ 시장의 대척점이다. 다국적 기업과 각국 지배층이 세금 같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채 각종 사회 혜택을 편취하는 ‘무임승차’를 조장한다.



 탈세를 위한 우회로인 역외 체제에서 다국적 기업 등은 ‘면책특권’을 손에 넣은 듯 의무와 책임이라는 족쇄를 벗어 던지고 이익과 권리만을 추구하는 절름발이 인격체가 된다. 자본주의와 세계 경제가 휘청대는 것도 그 삐뚤어진 발걸음에 끌려 온 탓이다. 국제 은행업 및 채권 발행의 약 85%가 ‘유로마켓’이라는 무국적 역외 지대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역외 체계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음은 허언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문제는 자본의 힘이 커지고 역외 체제의 논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역외 체제라는 악화(惡貨)가 역내 시장이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데 있다. 전염병처럼 역외 시장에서 만들어진 금융 기법이 순식간에 인근의 조세피난처로 전이되고, 결국 역내로 파고들어 각국이 쌓아 올린 규제의 벽을 깨부수고 있다.



 더 나아가 규제의 진공 상태인 조세피난처에 깃든 자본은 원격조정하듯 민주주의 하의 규제와 법, 제도적 개입의 수준을 약화시키고 있다.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자본의 논리로 각국의 규제와 감독은 솜방망이가 될 수밖에 없고, 소득에 따르는 세금은 점점 증발하고 있다. 초단위로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은 각국의 통화 정책도 무력하게 만든다.



 저자는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꼽혀 온 세계 거시경제의 불균형도 중국 같은 신흥국의 무역흑자 때문이 아닌 부유한 경제대국과 스위스나 룩셈부르크 같은 금융 비밀주의 국가로 흘러 들어가는 불법적 자금에 주요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더 위험한 것은 역외 시장이 자본주의 세계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라는 데 있다. 불법과 탈법 거래가 몰려 있고,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며 레버리지를 높인 역외 시장은 쉽게 끊어질 수 있는 고리이기 때문이다. ‘튼튼한 사슬의 강도를 결정하는 것은 가장 약한 고리’라는 말처럼 역외 시장은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 넣을 수 있는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역외 시장은 금융엘리트와 다국적 기업, 기득권 세력 등에게 화수분 같은 보물섬이다. 하지만 역외 시장에 쌓이는 부는 수많은 임금 노동자의 주머니를 턴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세계 시민은 보물섬에 자리한 막강한 자본의 인질이 된 셈이다. 우리의 목줄을 죄는 역외 시장의 실체와 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문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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