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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합쳐 아이가 여덟, 걸그룹 뺨치는 줌마파워

주부 셋으로 구성된 그룹 레이디 스텔라. 왼쪽부터 실비아 정·문현경·오세연.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 땅의 많은 여성이 결혼 뒤 이름을 잃어버린다. 전업주부의 경우 더욱 그렇다. 집에선 ‘여보’ 혹은 ‘엄마’, 집 밖에선 ‘철수(영희) 엄마’ ‘아줌마’가 그들의 새 이름이다. 처녀 때 이름과 함께 잃어버린 것은 젊은 날 푸르렀던 꿈이다.

30대 주부 3인 ‘레이디 스텔라’ 가요계 도전
결혼 14·12·6년차 주부 셋
직접 만든 노래로 화제 모아
댄스와 랩까지 프로 못잖은 실력



 여기,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과 꿈을 되찾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다. 셋이 합쳐 애가 여덟. 가요계에 도전장을 던진 주부 3인방, 그룹 레이디 스텔라(Lady Stella)다. 기혼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음악과 재능으로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싶다는 세 여자가 그 주인공이다.





 2000년대 후반 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강타한 ‘줌마테이너(아줌마+엔터테이너)’ 열풍이 가요계에도 상륙했다. 7일 데뷔 싱글앨범 ‘레이디 스텔라’를 내놓은 그룹 레이디 스텔라는 실비아 정(본명 정순은·37)·오세연(37)·문현경(31)으로 구성됐다. 각각 결혼 14·12·6년차 주부다.



 정씨와 오씨는 각각 애가 셋이고 막내 문씨는 둘을 뒀다. 앨범에 수록된 세 곡 ‘줌마파워’ ‘펭귄엄마’ ‘여자가 있는 곳’을 모두 직접 만들었다. 특히 중독성 있는 타이틀곡 ‘줌마파워’는 10일 음악 사이트인 엠넷의 인기 뮤직비디오 일간 차트 1위에 오른 뒤 계속 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노래와 춤뿐 아니라 작사·작곡·랩까지 가능한, 어찌 보면 ‘수퍼 아줌마’처럼 보이는 이들이지만 “우리도 전에는 극히 평범한 주부였다”고 했다. 11일 그들을 만났다. 인터뷰라기보다 아줌마들과 함께하는 유쾌한 수다에 가까웠다.



 접을 수 없는 꿈, 음악



 실비아 정은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웠다. 중학교 음악시간에 우연히 한 청음 테스트에서 당시 음악선생님은 그의 재능을 발견했다. 이후 선생님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곡 대회마다 그를 데리고 다녔다. 동요를 직접 만들어 도 단위 대회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음대 작곡과 진학을 꿈꿨으나 실패한 뒤엔 영문과에 들어갔다. 이후 한 밴드부에 들어가 건반을 쳤고, 대학 4학년 때 결혼을 했다. 이후론 애 셋을 키우며 영어유치원·영어학원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했다.



 “영어로 쉬운 노래를 만들어 가르쳤어요. 애들에게 인기가 굉장했죠.”



 시동생 결혼식 땐 직접 만든 노래로 축가를 부르기도 했다. 그렇게 음악은 늘 그의 삶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오세연씨의 아버지는 마을 풍물패에서 징을 쳤다. 어느 날 장구를 칠 마땅한 사람이 없자 아버지는 초등 1학년이던 오씨에게 장구를 가르쳤다. 이후 그는 풍물패 멤버가 됐고, 도 대표로 전국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풍물패 아저씨들은 꼬마 소녀에게 종종 노래도 시켰다.



 “운동회 때 다른 친구들은 땡볕 아래 소고(小鼓) 춤을 추는데, 저는 선생님과 그늘에 앉아 장구를 치곤 했죠.”



 고등학교에 진학해선 다음 주 음악시간에 배울 노래를 음악선생님으로부터 한 주 먼저 배웠다. 다음 주 수업시간이 되면 반 친구들에게 그날 배울 노래를 직접 불러 소개하는 이른바 ‘가이드’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진로를 정할 때 담임 교사는 음대를 추천했지만 가정 형편 걱정에 스스로 포기했다. 그리고 국문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뒤엔 작은 밴드에서 3년간 보컬을 했다. 결혼을 하며 밴드 활동도 관뒀다. 애 셋을 열심히 키웠고 실용음악학원 보컬강사로 일하며 생활비를 보태기도 했다.



 문현경씨는 어려서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했다. 집안 행사가 있으면 항상 친척들 앞에서 재롱을 피웠다. 성악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학비 부담에 유아교육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친구의 권유로 한 CCM그룹 보컬로 활동했다. 7년간의 그룹 활동은 결혼과 동시에 끝이 났다. 보컬과 병행하던 영어강사 일도 첫아이 출산 뒤론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됐다.





 동네 어린이집의 인연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품고 있던 정씨는 2009년 오씨를 만났다. 정씨의 막내아들과 오씨의 막내딸이 같은 어린이집에 다닌 게 인연이 됐다. 정씨는 오씨를 ‘꼬셔’ 그해 동네 노래자랑에 나갔고, 입상도 했다. 이후 이들은 문씨까지 소개받아 3인조로 데뷔 준비를 하게 된다.



 “처음부터 우리 의견은 같았어요. 주부, 여성의 마음을 아우를 수 있는 음악을 하자는 거였죠.”(문현경)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요. 여자도 남자들과 똑같이 배우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많고 나 자신이 배운 걸 사회에 발휘하기란 쉽지 않죠. 그걸 잘 누르고 표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견뎌 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실비아 정)



 이들의 앨범 제작자인 이승한(37)씨는 정씨의 남편이다. 이들 셋이 모이기 몇 년 전, 이씨가 알고 지내던 한 주부가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씨는 생각했다. ‘여자들, 특히 주부들이 사각지대에 있구나’. 이 사건 또한 레이디 스텔라의 탄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곡 준비가 완료되고 녹음을 앞둔 상태에서 문씨가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 앨범 작업은 늦춰졌다. 문씨는 미안한 마음에 출산 100일 만에 다시 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2012년 6월 7일, 마침내 이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나는 줌마파워



 ‘내 이름을 묻지 마라 나도 내 이름 부른지 오래/ …/ 오픈할 시간이 왔다 팔이 짧은 게 한이 된다/ 앗 저거 내 건데 누가 잡았어…’.



 타이틀곡 ‘줌마파워’는 아줌마들의 신나는 주제가다. 마트 세일행사장에 달려가 다른 아줌마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팔이 짧아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지 못한 것을 통탄한다. 후렴구에선 ‘망설일 필요 없다 줌마파워/ 머무를 수가 절대 없다 줌마파워’라며 아줌마들에 힘을 준다.



 2번 트랙의 ‘펭귄엄마’는 애틋한 버전의 ‘아줌마 주제곡’이다. ‘나 이제 먹이를 구하러 저 넓은 바다로 가요/ 우리 아기들의 배를 든든히 채우러/… / 이런 난 펭귄이에요. 그래서 내 배가 좀 나왔죠’란 가사의 따뜻한 발라드다.



 마지막 트랙 ‘여자가 있는 곳’은 아줌마들을 토닥인다. ‘눈물이 잠시 앞을 가려도 나는 너무 소중하니까/ 눈물을 닦고 다시 화장을 하고 내 뺨을 토닥여/ 나의 손길이 필요한데/ 여자 그대의 숨결이 없이는 이 세상도 아무런 의미가 없지…’.



 평범한 주부였던 그들의 변신에 주변에선 놀랍다는 반응 일색이다.



 “자신을 찾자는 작은 움직임들이 보여요. 서로 ‘누구 엄마’ ‘앞동 언니’로 불렸던 우리였는데 새삼스럽게 ‘언니 이름이 뭐였지’라고 다시 물어보고요.”(문현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톡 자기소개란에 실제 자신을 ‘OO맘’이라고 적어뒀던 문씨의 한 지인은 최근 자신의 원래 이름을 올려놓았다고 한다. 시댁·남편들도 든든한 후원자로 큰 힘이 된다.



 문씨는 “일정이 있을 때 시어머님이 둘째를 봐주시는데, 먼 지역에 사는 형제들에게까지 전화해 ‘TV에 나오는 우리 며느리 참 대견하고 예쁘다’고 자랑하신다”며 웃었다. 연습 일정 등은 최대한 오전으로 맞춰 가사에 지장이 없도록 했다. 안무 연습, 몸매 관리 등을 하면서 다소 펑퍼짐했던 몸매도 몰라보게 날씬해졌다.



나만의 별을 찾다



 가정과 노래의 하모니.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점이다. “가정을 내팽개치고 자신의 꿈을 찾아라”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실천은 쉽지 않다.



 “가정은 당연히 중요하죠. 하지만 나 자신에게도 소홀하지 말자는 거예요. 누구나 잘하는 게 있는데 자식과 남편 보살핌에만 집중하느라 꿈을 잃지 말고 틈날 때마다 개발시키자는 거죠.”(문현경)



 이들은 앞으로 여성, 특히 주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계속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너무 심한 사교육 문제, 매년 오르는 전셋값도 노래로 만들 거예요. 또 운전 못해 죄송하단 노래도 할 거고요.”(실비아 정)



 팡팡 튀는 아이돌그룹이 가요계를 점령한 지금, 이들의 도전은 자신들의 표현대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유행처럼 우리 노래를 듣길 바라진 않아요. 단 한 사람이라도 우리 노래를 듣고 소망·희망을 얻는다면 그걸로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힘이 될 거예요. 밤하늘의 스텔라(별)처럼요.”(오세연)



주부 3인조 그룹 ‘레이디 스텔라’는 누구



실비아 정




본명 정순은, 37세, 팀의 리더이자 작곡·작사·랩 담당



결혼 14년차, 자녀 셋(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6·3학년)



대학 시절 밴드부 활동(건반 담당), 결혼 뒤 영어강사로 활동





오세연



37세, 리드 싱어, 작사 담당



결혼 12년차, 자녀 셋(초등학교 5·4학년, 유치부)



대학 졸업 뒤 밴드 활동(보컬 담당), 결혼 뒤 실용음악학원 보컬강사 활동





문현경



31세, 보컬, 팀내 젊음과 미모 담당



결혼 6년차, 자녀 둘(유치부·한 살)



결혼 전 CCM 가수 활동과 영어강사 병행, 첫아이 출산 뒤 전업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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