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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공무원 반바지 근무 바람직한가



서울시가 공무원 복장 지침을 바꾸면서 6~8월을 ‘수퍼 쿨비즈(super cool biz)’ 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엔 반바지와 샌들 차림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충청남도도 같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데다 실용적”이란 찬성과 “공무원의 근무자세와 품위를 해칠 수 있다”는 반론이 엇갈린다. 두 갈래의 의견을 들어봤다.



에너지 절약 위해 ‘쿨비즈’ 필요하다



이동근
범경제계 에너지절약 운동본부장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지구촌 기업들이 넥타이를 자르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에서는 노랑 머리, 빨강 머리, 검정 머리의 직원들이 반바지를 입고 잔디밭에 앉아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유분방한 복장이 구글 고속 성장의 밑거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우리는 청바지와 검은 터틀넥 셔츠,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 나타난 기업인에게 열광한 적이 있다. 아이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든 스티브 잡스의 옷차림을 두고 패션 전문가들은 ‘신념을 구현하려는 성직자의 옷차림’이라고까지 평했다.



 서울시도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 일환으로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넥타이와 재킷을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일하는 ‘쿨비즈 운동’을 펴고 있다. 이런 쿨비즈 운동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6~8월 실시되는데, 시민을 대하는 민원부서는 일부 예외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무원의 자율 복장이 공무원의 권위와 품위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듯하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며칠 전 예비전력이 350만kW 아래로 떨어지면서 정부는 제1단계 전력 비상조치를 발령했다. 예년보다 더욱 무더워진 올여름 전력난을 어떻게 넘길지 걱정인지라 서울시의 이러한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신선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넥타이만 풀어도 체감온도가 2도 내려간다고 한다. 여기에 에어컨 설정 온도를 2도만 높여도 전국적으로 연간 76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여름철 4개월 동안의 쿨비즈 캠페인이 약 14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는 300만 가구가 한 달 동안 내뿜는 배출량과 맞먹는다. 특히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범국민 절전운동을 통해 전력 사용량의 20% 절감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다.



 사상 유례없는 전력 부족이 예상되면서 서울시뿐 아니라 모든 경제 주체들까지 나서고 있는 판국이다. 경제계와 시민단체들이 힘을 합쳐 지난해 출범한 범경제계 에너지절약운동본부는 ‘50대 절전 행동요령’을 만들었고 6월부터 전국 14만 기업의 자발적 실천을 유도하고 있다. 원전 3기에 해당하는 전력량(300만kW)을 비축하자는 목표 아래 8월 초에 집중된 휴가를 8월 중순 이후로 분산하고 전력 사용 피크시간대를 피해 조업을 실시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지식경제부까지 나서 ‘휘몰아치는 들판에 부는 시원한 바람 같은 옷’이란 의미의 에너지 절약형 의류 ‘휘들옷’을 저렴한 가격에 보급 중이다.



 최근 미국 타임지는 불을 ‘제1 에너지’, 석유를 ‘제2 에너지’, 원자력을 ‘제3 에너지’, 수소·태양에너지를 ‘제4 에너지’ , 그리고 에너지 절약을 ‘제5의 에너지’로 꼽았다. 앞으로는 에너지 낭비를 없애는 것이야말로 에너지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뜻이다.



 몇십 년이 지난 후에도 우리 아이들에게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 상황을 남겨줄 것인지, 아니면 제5의 에너지를 통해 후손들에게 쿨라이프(Cool Life)를 물려줄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시대는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10여 년 전 시대의 흐름이냐, 전통이냐를 두고 격론을 벌였던 ‘여성 호주제’의 교훈을 다시금 되새겨보며, 전통이라 하여 무조건 수호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에 맞게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이동근 범경제계 에너지절약 운동본부장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공무원의 품위·업무 특성에 맞지 않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 법과대학
지구 온난화와 화석 에너지 절감 문제는 공무원 복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상당히 오래전부터 정부는 에너지 절약운동 차원에서 공무원에게 겨울에는 내복 착용을, 여름에는 노타이 차림의 가벼운 복장을 권장해 왔다.



 2009년 행정안전부는 여름철 냉방을 자제하는 대신 조금이라도 더위를 피하는 방법으로 ‘공무원 복장 간소화 지침’을 마련해 복장 기준으로 상의는 남방과 셔츠까지, 하의는 면바지도 가능하도록 했다. 행정안전부 지침은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돼 2011년에는 울산시가 지방공무원 복무조례 범위 내에서 ‘공무원 복장 간소화 시책’을 시행했다. 그리고 2012년 서울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청 공무원들에게 평상시 직무 수행에서도 반바지와 샌들을 허용하는 ‘공무원 쿨비즈(cool biz) 복장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시대 흐름과 환경 변화에 따라 공무원 복장도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공무원 복장이 공직 수행이란 관점에서 정형화돼 있다고 해도 이를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또한 오늘날 대부분 국가에서 공무원 복장이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정장차림이라고 해도 동일한 것이 아니다. 그 국가의 역사나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수 국가가 공무원에게 단정한 복장을 요구하는 것은 공무원이 공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민간 부문의 단체나 기업과 다르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자연재해를 겪고 에너지 부족 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반바지 허용까지 포함시키는 등 공무원 복장에 변화를 보이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는 극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공무원 복장에는 공무원의 품위 유지라는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는 직무의 중요성과 공정성 및 투명성 때문이다. 헌법과 법률은 공무원이 전체 국민의 봉사자라는 것을 선언하고 있다. 또한 공무원은 선임 방식에 따라 국민을 대표하기도 하고,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위임 받은 권한을 행사해 국정 수행과 대국민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공무원의 품위 유지를 정의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해도 어느 정도 기준은 정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운 여름, 냉방도 제한받고 있는 사무실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간편한 복장이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창의성을 증진시킬 수도 있다. 그렇지만 “덥기 때문에 간편한 복장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반바지와 샌들을 허용하는 것은 공무를 수행하는 장소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사적 공간과 구분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옷이 날개’라는 말처럼 복장이 사람을 변하게 할 수도 있다. 더위를 이기기 위한 간편한 복장이 정도를 지나쳐 편안함만 추구한다면 이것이 공직 수행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그리고 만약 지구 온난화가 심화돼 더 더워진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정부의 복장 지침은 남방이나 면바지 등을 허용하고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공무원은 사회가 변화되는 속도보다 반걸음 정도 늦게 따라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공무원의 반바지 복장은 여름철 일반 사회 대부분에서 반바지를 허용할 때,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 법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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