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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튀는 유로 2012] 폴란드 - 러시아, 만나면 전쟁이다

13일(한국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 A조 2차전에서 폴란드의 다미엔 페르키스(왼쪽)와 러시아의 로만 시로코프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자 페르키스의 동료 에우겐 폴란스키(가운데)가 뜯어 말리고 있다. 양팀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바르샤바 AP=연합뉴스]
폴란드와 러시아는 물과 기름 같은 나라다. 절대 섞이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 관계와 비슷하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는 1815년부터 105년간 러시아의 통치를 받았다. 폴란드 군인과 지식인 2만2000명이 러시아 비밀경찰에 살해당하는 ‘카틴 숲 대학살’이 1940년 일어났다. 2010년에는 레흐 카진스키 폴란드 대통령 부부가 카틴 숲 대학살 추모식에 참석하러 러시아로 가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어 양국의 감정이 극에 달했다. 폴란드와 러시아의 앙숙 관계는 축구공 앞에서도 이어졌다.

 폴란드는 12일(한국시간)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러시아와 A조 두 번째 경기에서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자 폴란드 선수들과 팬들의 얼굴엔 실망감이 가득했다. 수백 년간 러시아에 당한 한을 폴란드의 심장인 바르샤바에서 풀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폴란드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 러시아 선수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폴란드 선수들끼리 경기장 중앙에 모여 서로 격려하고 따뜻하게 안았다. 양국 선수들 사이에 유니폼 교환도 포옹도 없었다. 프란치셰크 스무다 폴란드 감독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인사 없이 곧바로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브로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 폴란드 대통령과 러시아 관계자들도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나눠 앉아 경기를 지켜보다 자리를 떴다. 러시아 선수들도 분위기를 감지하고 서둘러 경기장을 벗어났다. 환호로 가득 차야 할 경기장엔 묘한 적막감이 흘렀다.

 폴란드는 경기 내내 쉬지 않았다. 공이 경기장 밖으로 벗어나면 빨리 공을 달라며 재촉했다. 15개 슈팅을 쏘아 대며 러시아(슈팅 7개)를 압박했다. 한국이 일본을 만나면 투지를 불태우는 것처럼 폴란드도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폴란드는 전반 37분 알란 자고예프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12분 터진 야쿠프 브와슈치코프스키의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슛으로 경기장을 뒤집어 놓았다.

 경기장 밖은 양팀의 신경전으로 홍역을 치렀다. 바르샤바 시청 주변에서는 두 나라 팬들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졌다. 폴란드 경찰 6000명이 투입됐지만 소용없었다. 혈기 넘치는 양국의 젊은 팬들은 파이프와 돌을 들었고 유혈사태까지 벌어졌다. AP에 따르면 이날 싸움으로 양국 팬 15명이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고 100명 넘게 체포됐다.

 두 팀의 충돌은 경기 전부터 예고됐다. 폴란드는 러시아와 경기를 ‘바르샤바 전투’라고 불렀다. 스무다 감독을 군인으로 합성해 잡지 1면을 만들며 애국심을 끌어 모았다. 러시아도 마침 경기일이 7대 명절 중 하나인 ‘러시아의 날(독립 기념일)’이라 폴란드에 거주하는 러시아인 1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충돌이 불가피했다. 어쩌면 1-1로 비긴 게 양팀 팬들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됐을 수도 있다.

  하리코프(우크라이나)=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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