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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보다 예술가 의견 먼저 들어야

11일 옛 구의취수장을 찾은 영국 출신의 공간디자이너 앤서니 서전트(오른쪽)와 서울 문화재단 조선희 대표. 취수장의 활용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 서울문화재단]

“놀라운 공간이에요! 예술가들이 여기서 활동하는 모습이 상상돼요. 창의적인 에너지가 넘치는데요.”

 11일 오후 서울 자양동 옛 구의취수장. 13일 개막한 국제공연예술협회(ISPA) 총회 참석차 서울에 온 앤서니 서전트(62) ‘세이지 게이츠헤드’ 대표가 20m 깊이의 취수장을 내려다보며 탄성을 질렀다.

 서전트 대표는 “애초부터 공연장 용도로 이렇게 높은 건물을 짓기는 힘들다”며 “이런 멋진 산업시설을 공연 센터로 바꾸는 일은 예술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며 취수장 구석구석을 살폈다.

 그는 용도 폐기된 산업시설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세계적인 기획자 겸 디자이너다. 그가 디자인한 ‘세이지 게이츠헤드’는 영국 북동부 중소도시 게이츠헤드에 있는 문화예술공간. 유리로 마감한 모던한 소라모양 외관으로 유명하다. 2004년 개관한 뒤 침체된 탄광 마을을 전 세계 예술인과 관광객이 몰려드는 문화 중심지로 거듭나게 한 일등공신이다. 그 변신 과정을 이끈 서전트에게 구의취수장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는 공간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는 “건축가의 말보다 예술가의 의견을 먼저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연장을 단순히 건물 개념이 아니라 예술적 상상력이 나올 수 있는 창조의 공작소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전트를 초청한 서울문화재단 조선희(52) 대표는 “거리예술과 서커스 등 평소에 우리가 볼 수 없던 공연 양식을 그곳에 가면 늘 볼 수 있다는 걸 강점으로 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0년 11월부터 폐쇄 절차를 밟고 있는 구의취수장은 하루에 55t이 넘는 물을 들여왔다 내보내던 곳이었다. 취수장 두 곳과 부대시설을 포함하면 규모가 1만7000여에 달한다.

 서울문화재단은 이 공간을 ‘태양의 서커스’ ‘델라 구아다’ 같은 대형 서커스를 할 수 있는 거리예술센터로 구상 중이다. 재단은 오는 8월까지 디자인 공모를 받은 뒤 이르면 가을부터 본격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재연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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