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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207> 오픈 프라이머리

백일현 기자
정몽준·김문수·이재오. 새누리당 내에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맞서는 대선 주자들입니다. 이들이 최근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게 있습니다. 이른바 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완전국민경선제). 당의 대통령 후보를 이 방식으로 뽑자는 것인데요.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기존 방식으로 선출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요즘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인 오픈프라이머리를 파헤쳐 봤습니다.

당적 없이도 정당 후보자 선출에 참여

오픈프라이머리란 ‘당적과 상관없이 유권자가 주요 정당의 후보자 선출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결국 일반 국민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자는 방안인 셈입니다.

 이 방식은 유권자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홍보 효과가 커지는 장점이 있습니다.정당과 유권자의 연대감도 강화될 수 있습니다. 또 민심을 반영하는 만큼 추후 다른 당 후보와 치르는 ‘본선’에 대비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찬성론자들의 주장입니다. 게다가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만큼 과거 당원이나 대의원들이 ‘오더(order)’에 따라 동원되던 ‘조직선거’의 폐해도 줄일 수 있다며 정당 개혁방안의 하나로도 논의됩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정당을 통한 책임정치 구현과는 거리가 있다”는 논리를 폅니다. 정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것을 국민에게 맡긴다면 당비를 내는 당원과 정당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겁니다. 당원과 대의원의 뜻이 바로 국민의 집약된 의견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해도 유력 후보들이 정당의 외곽 조직을 활용해 대규모 조직, 동원선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힙니다. 특히 다른 당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해 당의 유력 후보를 탈락시킬 수 있다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을 우려하는 이도 많습니다.

미국에선 주마다 도입 여부 선택 … 역선택 사례도

지난 5월 15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픈프라이머리 찬성론자들이 항상 드는 사례가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은 각 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주체가 대의원인데요, 바로 이 대의원을 뽑는 과정에 오픈프라이머리가 적용됩니다. 일반 국민이 당원과 함께 대의원을 뽑는다는 겁니다.

 미국은 주별로 후보 선출방식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픈프라이머리 외에 당원만 참여하는 코커스(전당대회)를 채택한 주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를 선택한 주가 훨씬 더 많습니다. 1903년 위스콘신주에서 처음 도입한 이래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50개 주 중 각각 35개, 36개 주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채택했습니다. 개방성과 민주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2008년 공화당 대통령 경선 당시 ‘역선택’ 논란이 일었습니다. 매케인 후보가 당원투표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최종적으로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것이 결국 오픈프라이머리 덕분이었고, 당시 민주당 유권자도 상당수 참여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명확한 물증은 없습니다.단지 당원 외 일반 국민을 참여시키면 당원의 선택과 달라질 수 있다는 거지요.

 미국 외에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한 국가로는 멕시코의 제도혁명당, 불가리아의 민주연합, 아르헨티나의 야당연합, 칠레의 민주정당연합, 우루과이 등이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민주성을 강화하고 후보 지명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해소해 결속을 높이기 위해 도입했다고 합니다.

한국에도 국민경선은 있었다

박근혜 전 위원장
사실 한국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는 아니지만 ‘제한적 국민경선’ ‘변형된 국민경선’을 도입한 적이 있습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세론이 한창이던 2002년 새천년민주당은 국민 50%와 당원·대의원 50%를 혼합한 제한적 국민경선을 도입했습니다. 당시 민주당에선 이인제 후보가 우세했는데, 이 같은 경선 방식 덕에 열세 후보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울산과 광주에서 승리하면서 예상을 뒤엎고 후보로 선출됐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법적 제약 때문에 형식적으로나마 일반 유권자가 당원 등록을 해야만 경선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또 모든 유권자에게 개방하지 않고 선거인단을 7만 명으로 제한했습니다. 7만 명 중 3만5000여 명은 공모대의원이었는데 여기에 무려 184만 명에 달하는 유권자가 응모해 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노사모 등 자발적 정치인 팬클럽들이 후보자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유권자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겁니다. 이에 한나라당도 제한적 국민경선제를 도입했지만 이회창 후보의 독주로 국민의 주목을 끌지는 못했습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선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이 더 세분화된 방식을 내놓았습니다. 민주당은 현장투표는 물론 모바일투표와 여론조사를 혼합했습니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위원장 측 협상을 통해 대의원, 책임당원, 일반국민선거인단, 여론조사를 각각 2대 3대 3대 2로 혼합한 국민참여경선제를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민주당에선 낮은 지지도 만회를 위해 흥행성을 중시했습니다. 선거인단 300만 명 모집을 목표로 하면서 차떼기 동원 등 탈·불법을 초래했습니다. 이에 유권자들이 경선을 외면해 결과적으로 최종 평균 투표율은 16.19%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전북-전남-광주는 유권자 비율에 비해 투표자 비율이 과다대표되고, 서울-경기도 지역은 과소대표됐습니다. 이에 손학규 후보는 국민여론조사에서 앞섰는데 국민참여경선에서 정동영 후보 측 조직이 대거 개입해 여론을 왜곡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민번호 도용사건까지 생기면서 손학규·이해찬 후보는 경선을 중단하고 정 후보 캠프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등으로 국민참여경선은 그 의미가 퇴색됐습니다.

 한나라당도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당원과 대의원·국민이 참여한 현장투표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앞섰지만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가 역전했기 때문입니다. 여론조사의 전화 한 통이 30표의 위력을 발휘했다는 겁니다.

2012년 정치권 논쟁

올해 대선을 앞두고 오픈프라이머리는 특히 새누리당에서 뜨거운 쟁점입니다.

 새누리당 비박근혜계 주자들은 100% 국민참여경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야권이 후보 단일화 이벤트를 반복하는 데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고 ▶새누리당 조직은 이미 특정 대선 주자로 편향돼 공정한 경선이 불가능하며 ▶국민 여론을 적극 수용해 대선에서 중간층의 표를 흡수해야 하고 ▶미국 등 세계적인 추세에서 오픈프라이머리가 점차 대세가 되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들은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이 선관위 관리하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는 걸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을 지난달 30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대선 90일 전 첫 번째 토요일인 9월 15일 여야 동시경선을 실시하자는 겁니다.

 반면 박 전 위원장 측은 ▶이미 현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선출방식에 당원과 국민 참여가 50% 보장돼 있고 ▶대선 후보 선출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흥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과거 민주당 경선 등 조직 동원으로 오히려 민심이 왜곡된 사례가 있고 ▶비주류 주자들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탈당 명분을 쌓기 위한 정략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야당 지지층이 박 전 위원장만 떨어뜨리면 대선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해 조직적·집단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문성근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창설한 ‘백만민란’ 활동가가 20만, 민주노총 조합원이 70만 명이니 어떻게든 새누리당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겁니다. 2011년, 2012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참여한 당원 선거인단 투표 수는 각각 5만, 3만 명 정도에 불과해 ‘투표 결과의 왜곡’이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비용과 시기도 쟁점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경선 투·개표 관리에만 209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국 읍·면·동별 3469개 투표소 설치, 투표소별 9명의 투표사무원과 7명의 선관위원 인건비 등 투표 관리에 175억, 개표 관리에 33억원이 든다는 겁니다. 이는 올 12월 대선 투·개표 예산 614억원의 3분의 1에 달합니다. 경선 후보자들의 위법행위 단속까지 포함하면 300억원이 넘어간다는 계산입니다. 박 전 위원장 측은 “천문학적인 국고 낭비가 초래된다”는 입장이지만 비박근혜계는 “체육관 선거와 당원 동원 경선의 폐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비용”이라고 맞섭니다.

 시기에 대해서도 당헌에 따르면 대선 120일 전(8월 21일)까지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데 비박근혜계는 “대선 90일 전(9월 15일)으로 후보 선출을 연기하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박 전 위원장 측은 “당 후보 선출이 지나치게 늦어지면 본선 경쟁력을 해친다”고 합니다.

 이처럼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박 전 위원장 측은 끝까지 비박근혜계 주자들을 포용하지 못하면 ‘절대 강자의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근혜계 일각에선 ▶일반국민 선거인단 대거 확충 ▶전국 순회 경선 등의 타협책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습니다. 2007년에도 박 전 위원장은 끝까지 원안을 고수하다 “당원들의 뜻이라면”이란 명분으로 경선 룰 조정에 응한 전례가 있습니다.

 반면 민주통합당에선 당 밖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후보 단일화 방식으로 100% 국민참여경선제를 실시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안 원장이 당 경선에 참여하기 어려운 만큼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해도 그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민 여론은 오픈프라이머리 선호

최근 국민을 상대로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픈프라이머리를 선호하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방식에 대해 현재 방식(30.3%)보다 오픈프라이머리(53.2%)로 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더 많았습니다. 디오피니언의 최근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8.9%는 “민심을 반영해 본선 경쟁력이 높은 후보를 선출할 수 있으므로 도입을 찬성한다”는 비박계의 주장에 동의했고 “타 정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나 돈선거의 우려가 있으므로 도입을 반대한다”는 박근혜계 주장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28.6%에 그쳤습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민주통합당 자체 여론조사에 의하면 찬성 63.1%, 반대 18.6%로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완전국민경선제를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지는 각 당 구성원들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국민참여라는 취지를 살리되 정치현실을 감안하는 지혜가 필요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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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