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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도, 실험실에도 … 미술은 어디에나 있다

프랑스 미술가 카더 아티아(42)의 설치 ‘서구 혹은 그걸 넘어선 문화로부터의 수리(repair)’를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알제리 이민자 2세인 그는 두 문화 사이의 간극을 가로지르는 작업을 해 왔다. 장르·장소·시대를 가로지르는 것, 바로 제13회 카셀 도쿠멘타가 보여주는 야심이다. 9월 16일까지 100일간 열려 ‘100일의 미술관’이라고도 불린다. [카셀(독일)=AP 연합뉴스]

#1. 중국 미술가 얀 레이(47)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360점의 그림을 도쿠멘타 할레 전시장 한 방 가득 설치했다. 전시기간 중 그는 이 그림을 하루 서너 점씩 떼어 인근 폴크스바겐 자동차 공장에 가져가 공업용 도료로 반질반질하게 칠한 뒤 다시 건다. 100일간 이 작업을 반복, 마지막엔 딱 한 점만 남긴다. 제목은 ‘한정된 예술 프로젝트(Limited Art Project)’. 굴뚝공장도 미술이 될 수 있다는 웅변이다.

 #2. 오스트리아 빈 대학 안톤 자일링거(67) 교수. 1997년 세계 최초로 양자 원격이동(Quantum Teleportation)을 성공시킨 노벨 물리학상 후보다. 그는 카셀 도쿠멘타 주전시장인 프리데리시아눔 미술관(Museum Fridericianum)에 칠판을 걸어 자신의 이론을 가득 적고, 실험 기기를 작동시켰다. “양자 이론은 수학적 아름다움에 대한 얘기”라는 구절도 눈에 띄었다. 그의 ‘작품’ 앞엔 관람객이 북적댔다.

중국 미술가 얀 레이의 ‘한정된 예술 프로젝트’. 마오쩌둥 초상화 등 각종 이미지를 중국의 ‘그림공장’에서 그려왔다. [카셀=권근영 기자]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 장르도, 장소도, 시대도 중요치 않았다. 이제 미술은 더 이상 화가·조각가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생물학자·물리학자들도 참여해 자신의 이론을 미술처럼 가시화했다. 미술이란, 그리고 전시란 궁극적으로 지식이 어디서 비롯했는지, 세계는 어떻게 가시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양새였다.

 당대의 최신 미술을 보여주는 독일 카셀 도쿠멘타가 9일 시작됐다. 살바도르 달리(1904∼89)나 만 레이(1890∼1976) 등 작고 미술가의 작품뿐 아니라 기원전 3세기 중앙아시아의 돌조각 여인상도 함께 전시됐다. 인간은 어디서 왔는가를 살필 때, 서구 중심의 세계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한 시도였다.

 레바논 내전(1975∼90) 때 파괴된 베이루트 국립박물관의 소장품도 나와 미술과 사회와의 긴밀한 연관성을 입증했다. 참여 작가를 100명 이내로 압축했던 예년에 비해 55개국, 150명으로 늘려 지구촌의 오늘을 담으려 했다.

 해서 미술은 어디에나 있었다. 주최측은 전시장도 카셀 곳곳으로 확장했다. 18세기 말 지은 주전시장 프리데리시아눔을 중심으로 공원, 옛 나치 수용소, 벙커 등 곳곳에서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일상의 모든 곳이 갤러리인 셈이다. 물리·천문 박물관의 플라네타륨에선 과거와 현재, 인간과 우주에 대한 미디어 아트가 상영됐다.

 근현대미술관에선 기존의 회화 전시와 ‘현대미술의 첨단’을 달리는 도쿠멘타가 어우러졌다. 총감독 캐롤린 크리스토프-바카기예프(52)는 “전시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도, 작가 선정 기준도 없다. 나는 작가를 선정(select)한 게 아니라 모았다(aggregate)”며 “제13회 도쿠멘타가 예술·과학 그리고 세상을 한데 모은 담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정도련 큐레이터는 “이번 도쿠멘타는 ‘지식이 어떻게 생산되는가’를 보여준 향연이었다. 다른 분야, 다른 시간을 한데 모아 세상을 보여주겠다는 흥미롭고 야심 찬 시도였다”고 평했다.

 이번 도쿠멘타 예산은 210억원. 전시에 참여한 설치미술가 양혜규는 “미술이야말로 궁극의 럭셔리인지도 모른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할 때도 그랬지만, 이 많은 거대한 작업들이 전시가 끝나면 여기서 철수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제인 이번 카셀 도쿠멘타는 향후 5년간의 미술담론, 세계 지성 담론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끝> 카셀(독일)=권근영 기자

◆카셀 도쿠멘타=1955년 시작된 세계적 현대미술 축제. 초반에는 4년, 이후 5년마다 열렸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는 취지의 행사. 도쿠멘타는 모던 아트의 기록(documentation)이라는 뜻에서 명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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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