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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복도에 늘어놓은 선수 가방 … 800만 관중 시대의 현실

잠실구장은 라커룸이 좁고 시설이 열악하기로 악명 높다. 지난 7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경기에 출전한 SK 선수들이 라커룸 밖 복도에 내놓은 가방들. [임현동 기자]
프로야구는 12일 현재 207경기를 치른 가운데 333만8024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당초 목표로 했던 700만 관중은 물론 800만까지도 내다볼 수 있는 폭발적인 흥행이다. 하지만 ‘남들에게 보여주기 창피한’ 인프라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본지는 프로야구 선수 및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 산하 야구발전위원회가 작성한 ‘국내 프로야구 주요 경기장 시설 및 환경 보고서’를 통해 프로야구가 열리는 7개(잠실·목동·문학·대구·대전·광주·사직) 구장의 인프라 현황을 들여다봤다.

 ◆그라운드도 펜스도 실격=선수들은 잔디와 흙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잔디가 파인 곳이 많고, 흙도 고르지 않아 불규칙 바운드가 잦기 때문이다. 조성환(롯데)은 “미국이나 일본은 한국처럼 불규칙 바운드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경기 질이 떨어지고 재미도 반감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야구장 시설관리 업체 스포츠테레카의 우수창 대표는 “두 종류의 흙을 배합만 잘하면 적은 비용으로 좋은 구장을 만들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사후관리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원 부족이 문제의 원인이다. 잠실구장은 직원 5명이 밤낮으로 그라운드는 물론 구장 안팎을 관리한다. 지방 구장은 그보다 더 적다.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홈 구장 시티필드에는 잔디와 흙만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인원이 10명이나 된다. 한 구장관리 관계자는 “장비는 물론 인원이 부족하다. 잔디의 경우 물과 비료를 꾸준히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비용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상 선수가 속출하는 펜스 역시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구장 펜스 대부분을 시공한 우수창 대표는 “매년 펜스광고를 위해 페인트를 새로 칠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 대표는 “일반 페인트를 쓰면 펜스 위에서 딱딱하게 굳게 되고 몇 년 동안 거듭되면 펜스의 충격 완화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우레탄 소재의 페인트가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쓰지 않는다”며 “10년이 넘은 문학구장 등은 교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옷은 버스에서, 샤워는 숙소에서=라커룸은 그라운드와 더그아웃 다음으로 선수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그러나 원정 팀 라커룸은 대부분 낙제점을 받았다. 임재철(두산)은 “지난해 일본 미야자키로 캠프를 갔는데 그곳의 연습구장만도 못하다”며 아쉬워했다.

 최악의 구장으로는 잠실이 꼽혔다. 잠실은 원정 라커룸이 협소해 선수들이 장비를 복도에 늘어놓고 있다. 옷을 갈아입을 곳도 부족해 버스에서 유니폼을 입고 내리기도 한다. 송지만(넥센)은 “식당이 지나치게 좁아 번갈아 가면서 먹고, 그마저도 어려우면 더그아웃에서 밥을 먹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샤워시설 역시 한심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구장에 샤워장이 있지만 선수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김상훈(KIA)은 “뜨거운 물도 잘 나오지 않고 누가 봐도 씻고 싶은 장소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팬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야구를 관람하는 팬들도 선수들 못지않게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좌석 너비가 가장 넓은 목동구장이 55㎝밖에 되지 않는다. 좌석 간 간격도 2~5㎝ 정도다. 앞뒤 좌석 간격도 70~90㎝로 영화관(110~120㎝)에 비해 불편하다. 야구팬 정민욱(29)씨는 “20~30대 성인 남성들이 프로야구 주 관람층인데 너무하다”고 말했다.

 좌석에 팔걸이와 컵받침이 설치된 비율도 절반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구장에는 지정석에만 팔걸이와 컵받침이 있다. 광주와 대구는 그나마도 없다.

 가장 불편한 곳은 화장실이다. 2만7000명을 수용하는 잠실구장의 화장실 수는 41개다. 659명당 1개의 화장실을 이용하는 셈이다. 여자 화장실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여성 관중의 비율이 40%까지 늘었지만 남자 화장실에 비해 숫자가 현저히 적다. 화장실이 모자라 “물도 마시지 않는다”는 여성 팬들도 있다. 매점·주차시설과 놀이·수유시설 등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야구장 관리의 주체인 지자체가 나서지 않고서는 해결이 어렵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야구발전을 위한 청책워크숍’에 참석한 뒤 “현직 시장으로서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9회 말 2아웃에서 역전 만루홈런을 치겠다”고 개선 의지를 밝혔다. 야구팬들이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김효경·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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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