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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적개발원조 약속 지켜야

이창호
남서울대 교수
시민사회환경연구소 전문위원
지난달 23일 오전 10시 서울 가톨릭청년회관 3층. 정부 각 부처의 과장급 및 시민사회계 인사 등 60여 명이 모였다. ‘OECD/DAC(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개발원조위원회)의 동료검토(Peer Review)와 한국 ODA(공적개발원조)의 개선방안’이란 주제의 토론회 자리였다. OECD/DAC 동료검토 실사단이 한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관련 부처 공무원들과 시민사회계 인사들이 현황을 파악하고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실사단은 11일부터 일주일간 총리실을 비롯한 관계부처 및 시민사회 인사들을 만나 ODA 진행상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그런데 토론회에서 일부 공무원의 이해하기 힘든 발언이 이어졌다. “2015년도까지 ODA 자금을 GNI(국민총소득)의 0.25%까지 늘리겠다는 것은 사실 계획보다는 선언이 앞선 것입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홍보를 통한 국민 인식의 제고가 필요합니다”(총리실 팀장). “ODA 절대 규모에 대한 달성이 요원하다고 말하는데 그 궁극적 원인은 정부의 중장기 예산계획에 ODA 확대치가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기획재정부 사무관).

  우리나라가 2010년도 OECD/DAC에 가입해 원조공여국이 되면서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내용에 대해 담당 공무원들이 “계획보다 선언”이라며 “정부의 중장기 예산계획에 반영조차 안 된 사안”이라고 말한 것이다. 시민사회계 인사들은 멍한 표정들이었다.

 ODA워치 대표 이태주(한성대) 교수가 말문을 열었다. “OECD/DAC에 가입한 지 고작 1~2년밖에 안 된 국가가 국제적 규범을 무시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며 “ODA 총액 약속도 지켜야 하고, DAC의 각종 규범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AC 가입은 대한민국이 지난 50여 년간의 원조수혜국에서 벗어났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선진국 중의 선진국 클럽’이라 하는 원조공여국의 일원으로서의 국제적 지위에 올랐음을 뜻한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들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 교수의 지적처럼 자칫 국제적 위상을 갖자마자 곧바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길지 모르는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사실 정부가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0년 DAC에 가입한 그해 초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을 제정하고 같은 해 10월에는 총리실을 비롯한 기획재정부·외교통상부 등 17개 관계부처 및 기관이 합동으로 ‘국제개발협력 선진화 방안’ 및 2015년도까지의 기본계획을 작성해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라 정부는 2010년 1조1000억원(GDP 대비 0.12%), 또 올해는 1조9000억원(0.15% 예상)으로 ODA 예산을 증액 편성했다. 그리고 G20회의에서 개발원조를 어젠다로 삼았으며 지난해 부산 세계원조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등 DAC 신생 가입국으로서 평가받을 만한 노력들을 해왔다.

  그런데 아직도 ‘2015년도까지 국민소득 대비 0.25% 원조’한다는 약속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의 경제성장 추세대로라면 2015년도의 ODA 총액은 약 3조6000억원이 돼야 한다. 물론 그 이후에도 OECD/DAC 회원국들의 현재 평균치(0.35%)까지 되려면 계속 증액돼야 한다. 과연 그 같은 증액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가능할까 의문이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와 이를 위한 홍보는 별개의 문제다. 우선 국제적 약속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경제규모 세계 13위에 걸맞은 행동을 하고 국제규범도 성실히 지키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임을 지구촌이 확실히 인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약속 당사자인 대통령이 ODA 선진화 방안의 이행을 확실하게 챙기고, 증액계획을 정부의 중장기 예산계획에 넣어야 한다.

이창호 남서울대 교수 시민사회환경연구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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