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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법사찰, 특검 수사로 진상 밝혀라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



 지난 4월 1일 대검찰청은 국무총리실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와 관련해 “진상을 조속히 밝혀 엄단하라는 것이 국민 여러분의 여망임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국민 앞에 이렇게 약속했다. 그러나 어제 발표된 검찰의 수사 결과를 보면 무엇이 ‘사즉생’인지, 진정 목숨을 걸겠다는 결의로 조사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 5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그 결과를 요약하면 사찰의 ‘몸통’과 ‘윗선’은 파이시티 비리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박 전 차관이라는 얘기다. “VIP 보고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BH(청와대를 지칭) 비선→VIP(또는 대통령실장)’로 한다”는 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 문건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다. 민정수석실이 2010년 수사 때의 증거인멸과 사건 관련자에 대한 금품 전달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당사자들을 조사한 결과 개입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같은 결론은 철저히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한 것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순수한 마음에서 돕기 위해” “청와대 이미지 손상을 막기 위해”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 등에게 수천만원씩 개인 돈을 줬다는 말을 믿으라는 것이다. “돈 준 사실을 몰랐다” “증거인멸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당시 민정수석실 비서관들의 진술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번 수사에서 새로 밝혀진 것이 있다면 지원관실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용훈 전 대법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주요 인사들의 동향까지 파악해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은 500건의 추가 사찰 의혹 중 기업체 관련 조사 등 3건만 “범죄가 성립된다”며 기소 내용에 포함시켰다. 불법사찰의 진상도, 몸통과 윗선도, 폭로 무마용 금품의 출처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셈이다. 정정길 당시 대통령실장을 서면조사하고,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해명성 진술서를 받는데 그쳤다는 점에서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수사 결과는 물론 그 과정에서도 국민 기대에 부응하려는 결연함을 찾기 힘들다. 이러고도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를 자임할 수 있는가. 이 모든 상황에 대해 권 장관이 책임지고 거취를 밝혀야 한다.



 민간인 사찰은 국가 기관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한 중대 범죄다. 우리는 비상한 수단을 통해서라도 의혹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가려내야 한다고 본다. 특검 수사는 실체적 진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밝힐 수 있는 길이다. 이를 위해 수사 능력이 검증되고 중립적인 인사를 특검에 임명해야 한다. 특검에서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을 때 국정조사 등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순리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시민의 사생활은 언제든 국가라는 이름의 ‘빅 브러더(Big brother)’ 앞에 놓인 먹잇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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