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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현재만 보는 은행, 가능성을 보는 미소금융

권혁주
경제부문
가족과 친척, 그리고 친구들을 빼면 그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유명인도 아닌 그가 지난 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이번스와 삼성라이온즈 경기에서 시구를 했다. 서울 당산동에서 식당 ‘봉평이네 막국수’를 운영하는 최성일(38)씨. 마운드에 오른 그의 유니폼에는 선수라면 이름이 새겨졌을 자리에 ‘미소금융’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아나운서는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미소금융 수혜자입니다.”

 최씨는 SK그룹이 600억원을 출연한 SK미소금융재단으로부터 2010년 초 2000만원을 빌렸다. 한식당과 일식당 주방장으로 일하며 모은 돈에 대출금을 더해 직접 음식점을 차리려는 목적이었다. 금융재단을 만나기 전, 일단 은행부터 들렀다고 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은행은 그의 신용대출 요청을 외면했다. 캐피털 회사는 이자로 연리 29%를 불렀다. 이리저리 뛰는 와중에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해주는 미소금융을 알게 됐다. 연리 4.5%에 1년 거치, 4년 상환 조건으로 2000만원을 빌릴 수 있었다. SK미소금융재단은 “솜씨가 좋고 성실하다”고 판단해 대출을 결정했다. 최씨의 음식점은 맛집으로 소문나 지금은 서울과 대전에 세 곳 가맹점까지 두게 됐다. 빌린 돈을 착착 갚아나가고 있음은 물론이다. 재단은 그를 대표 성공 사례로 판단해 8일 SK와이번스 홈경기에 시구자로 내세웠다.

 어엿한 프랜차이즈 사장이 된 최씨. 이젠 가끔 시중은행으로부터 “사업 확장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지 않느냐.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의를 받는다고 했다. 2년 전 은행에서 문전박대를 당할 때와는 180도 상황이 달라졌다. 왜 이렇게 성공할 최씨를 은행들은 진작 알아보지 못했을까.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왜 ‘돈을 떼일 위험이 크다’고 생각했을까.

 은행은 늘 그렇다. 미소금융이 따진, ‘가능성’을 구태여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그저 대출 신청자의 현재만을 볼 뿐이다. 그런 은행들에 2년 전의 최씨는 가진 것 없는 신용등급 하위자 이상이 아니었다.

 은행이 대출 희망자의 미래를 가늠하려 하지 않는 것은 실력이 모자라서가 절대 아닐 것이다. 대표적인 고액 연봉 직장인 은행은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이 모인 곳 아닌가. 진정한 엘리트들이라면 보다 멀리, 보다 넓게 보는 시야가 있어야 한다. 최씨 같은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창업자금 대출 희망자의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에 일자리를 늘리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은행의 이미지를 ‘미소은행’으로 바꾸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은행의 대출 심사 수준이 미소금융만도 못하다’는 소리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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