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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긴축정책으론 위기 극복 못 한다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
유럽은 현재 재정위기라는 대화재를 맞고 있다. 이를 진화할 소방대는 독일이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소방대장이다. 그런데 이 소방대는 가솔린으로 불을 끄려고 해왔다. 독일이 주장하는 긴축정책이 바로 이 가솔린이다. 지난 3년간 이런 정책을 펴오면서 유로존의 재정위기는 유럽의 존재 위기로까지 번졌다.

 사태를 자세히 들여다 보자. 유로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 세계 최대 경제연합인 유럽의 위상도 함께 떨어지게 된다. 이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겪어 보지 못한 글로벌 경제 위기를 대대적으로 몰고 올 것이다. 유럽에선 독일과 프랑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조만간 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최근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 그리고 이탈리아 지방선거, 그리고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선거 결과 이들 나라의 국민은 그동안 독일이 강요해온 엄격한 긴축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메르켈의 강력한 긴축 처방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으며 민주주의에도 위배된다.

 역사에서도 배워야 한다. 과거 대형 재정위기 때 이런 종류의 긴축정책을 처방한 결과가 어떠했나? 불황만 불렀을 뿐이다. 1930년대 미국의 허버트 후버 대통령과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였던 당시 독일의 하인리히 브뤼닝 총리가 폈던 긴축 정책이 이를 잘 보여준다. 불행히도 독일은 물론 다른 모든 나라도 이런 교훈을 까맣게 잊은 듯하다.

 결과적으로 현재 그리스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으며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도 그 뒤를 이를 전망이다. 재정위기라는 눈사태가 유럽을 온통 묻어버릴 태세다. 자칫하면 유럽이 지난 20년간 그토록 많은 투자를 하며 공을 들였던 유로존과 유럽연합(EU)이라는 연합체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대륙의 역사에서 가장 긴 기간 동안 평화를 유지하게 했던 바로 그 시스템 말이다. 유로화와 EU가 무너지면 유럽은 세계사의 무대에서 퇴장할 수밖에 없게 된다. 현재 독일이 다른 나라에 강요하고 있는 긴축정책은 앞으로 맞닥뜨릴 이러한 정치·경제적 결과를 생각하면 불합리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사태 해결의 열쇠는 독일과 프랑스가 쥐고 있다. 메르켈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유럽 대륙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유럽이 구제될 수 있느냐는 독일 경제정책 입장의 기본적인 변화와 프랑스의 정치적 통합과 구조조정에 달렸다.

 프랑스는 유로존을 통제하는 공동 정부와 공동 의회를 만드는 정치적 연합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 유로존 내 개별 정부는 재정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미 사실상 하나의 정부처럼 행동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 현상을 앞으로 공식화해야 한다.

 독일은 앞으로 재정 동맹을 하자는 입장을 취할 것이다. 이는 결국 독일 경제의 힘과 자산을 바탕으로 유로존이 생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중앙은행(ECB)으로 하여금 위기 국가들의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게 하고 유로본드를 통해 부채를 전 유럽이 흡수하도록 하는 동시에 유로존의 불황을 막고 회복을 촉진할 목적의 성장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이란 뜻이다.

 정치적·재정적 통일과 단기 성장 정책과 함께 유럽은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조개혁도 긴급하게 필요로 한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양쪽이 다 있어야 한다. 독일은 범유럽적인 책임을 이해해야 한다. 유럽은 20세기 두 차례에 걸쳐 유럽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멸했다. 그런 다음 현재의 EU와 유로존 체제를 만들었으며 이는 잘한 선택으로 보인다. 재정위기로 분열된 유럽이 재통합되려면 독일이 성장 프로그램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만일 독일이 세 번째로 유럽 질서를 파괴한다면 그만큼 비극적이고 아이러니컬한 일도 없을 것이다.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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