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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필름에 녹였다, 예술의 미래

문경원ㆍ전준호씨의 단편영화 ‘세상의 저편’의 한 장면. 배우 임수정(뒷모습)씨가 세상 종말 후의 신인류로 출연했다. 뭔가를 가져와 끊임없이 분류하는 게 그의 역할. 무미건조한 일을 반복하던 그는 창의적인 작업에 눈을 뜨고, 자기가 해놓은 것들의 아름다움에 감동한다. 세상이 없어져도 예술은 남는다는 긍정의 메시지다. [사진 문경원&전준호 스튜디오]

제13회 카셀 도쿠멘타(Kassel dOCUMENTA)의 주전시 공간 중 하나인 도쿠멘타 할레. 7일 이곳을 찾은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디렉터는 “브라보, 당신들 결국 해냈군!”이라며 문경원(43ㆍ이화여대 교수)·전준호(43)씨를 포옹했다. 오브리스트는 “두 사람이 예술의 미래를 물으며 앞으로의 작업 계획을 얘기하던 몇 년 전만 해도 ‘과연 될까’ 싶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2009년 영국 미술전문지 ‘아트 리뷰’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인’에 오른 바 있다.

전준호(左), 문경원(右)
문경원·전준호씨는 이번에 ‘뉴스 프롬 노웨어(News from nowhere)’를 출품했다. 2개 채널 영상 ‘세상의 저편’, 건축ㆍ패션 등 국내외 전문가와 협업한 설치 ‘공동의 진술’, 철학ㆍ과학ㆍ종교 등 각계 인사 인터뷰와 프로젝트 과정을 담은 책 등 세 가지 형태의 작업이다. 장르의 경계를 넘어 시대 변화를 읽고자 하는 도쿠멘타의 정신을 충실히 구현해 주목됐다.

시작은 2007년 타이페이행 비행기 안에서 이뤄졌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그들은 “지금의 예술은 예술계에서의 입지 확보, 작가로서의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공감했다. 큐레이터 오브리스트를 비롯해 시인 고은, 과학자 정재승ㆍ최재천 교수 등을 찾아다니며 미래의 예술, 진정한 아름다움 등에 대해 질문했다. 예술가는 더 이상 골방에서 사유하는 독립된 우주가 아니라는 뜻에서다. 미래의 예술은 미술인뿐 아니라 과학자·건축가·디자이너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데서 나온다고 믿었다. “패션 디자이너는 아름다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건축가는 무슨 생각으로 집을 지을까, 지금의 가치들이 모두 무너진 뒤 우리는 무엇을 만들 건가, 이런 고민을 다른 분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전준호)

일본의 건축가 이토 도요, 디자인 그룹 타크람(TAKRAM)이 각각 만든 동일본 대지진 난민을 위한 공동주택 모형과 일상용품, 디자이너 정구호 씨의 미래 의상, 네덜란드 건축가 그룹 MVRDV의 미래 도시 모형 등이 협업의 결과 탄생했다.

그들은 이를 기반으로 15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배우 이정재ㆍ임수정씨가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 렘브란트ㆍ베르메르 등 네덜란드 회화를 떠올리게 하는 구도의 두 화면 속에서 각각 종말 직전의 예술가, 예술에 눈뜨게 되는 종말 이후 신인류를 연기했다. “예술의 종말과 예술의 시작을 보여주며, ‘예술가는 꿈꾸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문경원)

프로젝트의 제목은 영국작가 윌리엄 모리스의 소설에서 따왔다. 모리스는 19세기 영국에서 100년 뒤의 미래 세계에 빗대 당대를 비판했다. 이들 또한 종말 이후의 세상을 상정해 현재를 성찰하고자 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다가와 긴야 타크람 대표는 “처음에 ‘물 마시기 힘든 환경을 상정한 미래의 물’을 디자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후 대지진이 일어났다. 판타지 프로젝트라 여겼던 것이 실제 상황과 뒤섞여 버렸다. 판타지와 리얼은 그렇게 아주 가깝더라”고 말했다.


◆카셀 도쿠멘타=1955년 시작된 지구촌 현대미술 축제. 5년마다 열린다. 올해로 13회째다. 9일 개막해 9월 16일까지 100일간 열린다. 전시회란 것은 모던 아트의 기록(documentation)이라는 의미에서 명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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