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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한인 대통령의 꿈

이상복
워싱턴 특파원
미국 워싱턴주 상원부의장 폴신(신호범). 서울역 주변을 전전하던 전쟁고아에서 미국 입양 후 5선 주 의원까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얼마 전 워싱턴의 한 행사에서 그를 만났는데, 양복 안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기자의 손에 꼭 쥐여주었다. ‘오직 나의 길’이란 자작시가 적힌 종이였다.

 “고향 산천 접어 놓고/ 자유 찾아 기회 찾아/ 이방 땅에 뿌리내리려/ 귀머거리 삼 년에 벙어리 삼 년/ 눈치 보며 다시 십 년/ (중략) 씨 뿌리는 농부처럼/ 저들의 가슴에 꿈을 심으리라/꽃피고 열매 맺어/ 이 땅을 정복하라고”.

 구구절절 그의 인생이었다. 신 의원은 “기자 양반, 난 항상 이 시를 가슴에 품고 다녀요. 장담하건대 30년 안에 한인 대통령이 나올 겁니다. 평생을 죽어라고 달려온 내 마지막 소원이오. 우리 젊은 세대들, 믿어도 좋아요”라며 껄껄 웃었다. 기자도 따라 웃었지만 고백하건대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한인과 관련한 행사들을 취재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백악관은 지난 7일 한인들만을 초청해 별도의 국정설명회를 개최했다. 한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 전역에서 모여든 150여 명의 한인은 유창한 영어로 교육·이민·중소기업 문제를 질문하고 토론했다. 소수민족이라고 주눅드는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미 상무부는 미주 한인의 경제력을 국가로 따지면 세계 65위 수준에 이른다는 통계를 내놨다. 상무부 관계자는 민원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며 개인 전화번호를 공개했다. 행사가 끝난 뒤 한인 대표단은 “한인 이민사(史)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며 “미국 주류사회로 파고드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모임을 주도한 한인위원회 마이클 양 회장은 “한인이 미국을 이끌어가는 날이 곧 올 것으로 믿는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5개월여 남은 미 대선에서 맞붙게 된 오바마 대통령이나 공화당 롬니 후보는 모두 마이너리티를 대표한다. 우선 오바마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다.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공화당 주류가 이단으로 여기는 모르몬교도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편견에 맞서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두 후보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폴신의 꿈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그의 꿈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한인의 위상이 더 높아져야 하고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 단결 또한 필수적이다. 한인 대통령은 그 모든 것의 총화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아직은 현실보다는 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 밭에서 시작된 미국 이민사에서 공개적으로 한인 대통령을 얘기하고 꿈꾸는 것 자체가 유쾌한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또 당당하게 미국 사회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아가는 젊은 한인들을 볼 때 폴신의 꿈은 언젠가 이뤄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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