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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 대신 한지 넣은 색실누비, 저 혼자 배웠죠

색실누비는 재봉틀을 사용할 수 없다. 김윤선씨는 “전통방식으로 짠 무명천과 명주실을 이용해 손박음질을 하는, 100% 수공의 전통을 지키려 한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빳빳한 무명천에 문양을 그리고, 문양을 따라 박음질을 해 겉감과 안감을 고정한다. 박음질 선을 따라 겉감과 안감 사이에 단단하게 꼰 한지 끈을 넣어 색색의 실로 한 줄씩 잇대어 누비면, 올록볼록한 골을 가진 튼튼한 천이 완성된다.

 바늘 땀은 1.5㎜, 골과 골 사이는 2㎜를 넘지 않는 세밀한 작업이다. 그 옛날 규방의 여인들은 이 같은 ‘색실누비’ 기법으로 가족들에게 줄 쌈지를 밤새워 만들곤 했다.

 작은 주머니 하나 만드는 데도 꼬박 한 달이 걸리는, ‘정성의 결정체’와도 같은 이 작업을 30여 년째 해오고 있는 김윤선(54)씨. 우리 민족 고유의 침선(針線)기법이었으나 근대화와 함께 사라져간 색실누비를 현대에 되살려냈다. 보통 천과 천 사이에 솜을 넣어 보온성을 살리는 누비와 달리 한지를 넣는 색실누비는 작은 생활소품을 만드는 데 주로 쓰였다.

 “색실누비 기법은 오로지 우리나라에만 존재해요. 습기에 약한 잎담배나 부싯돌을 넣는 주머니를 만들 때 주로 사용됐죠. 한지를 이용해 습기를 조절하는, 옛 여인들의 지혜가 담긴 거죠.”

 김씨가 색실누비를 처음 접한 것은 20대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낡은 무명 쌈지가 몇 개 나왔다. 때가 타긴 했지만, 수십 년 사용한 물건 같지 않게 단단한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증조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담배쌈지라고 하더군요. 화려하면서도 소박한 멋이 있어, 어떻게 만든 걸까 자꾸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이를 그대로 흉내내 만든 쌈지가 그의 첫 작품이었다. 이 작품으로 1997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문화보호재단 이사장상을 수상하고, 98년에는 첫 개인전도 열었다. ‘색실누비’라는 명칭은 첫 번째 개인전을 찾은 당시 유희경 복식문화연구원장이 지어준 것이다.

 서민 일상용품으로 사용된 탓에 현재 남아있는 색실누비 작품은 많지 않다. 강릉 동양자수박물관이나 온양 민속박물관 등에서 몇몇 작품이 전시되고 있을 뿐이다.

 김씨는 이들 박물관과 인사동·장안동 등의 골품상을 조사해 색실누비 기법으로 만든 쌈지와 안경집, 버선본집 등을 차례로 복원해냈다. 이브닝백이나 장식용 액세서리 등 창작품을 제작해 2003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도쿄국제퀼트 페스티벌에서 초대전을 열기도 했다.

 고독하게 홀로 해오던 작업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로 결심한 건 최근의 일이다. 올초부터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운영하는 한국문화의 집(www.kous.or.kr)에서 특강을 시작했다, 색실누비에 대한 기록을 담은 『김윤선의 색실누비』(다홍치마)도 출간했다. 출간을 기념해 13~22일 서울 소격동 갤러리 아원(02-735-3482)에서 개인전도 연다.

 “바쁜 요즘 사람들에게는 말 그대로 ‘한땀 한땀’ 꿰매야 하는 색실누비 작업이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온전히 투자해 만들어낸 작품의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가치를 많은 사람과 나누고, 계속 이어가는 것이 제게 남은 숙제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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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