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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카드 ‘독립 선언’ … 비자·마스터 로고 떼자

# 안모(57)씨는 3월 사이판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현지에서 해외겸용 신용카드로 428달러를 결제했다. 다음 달 카드 청구서에 찍힌 금액은 49만6000원. 당일 현지에서 확인한 환율로 계산한 것보다 1만원 이상 높은 금액이었다. 카드사에 이유를 물었더니 결제금액의 1%가량을 해외카드사에 수수료로 내야 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은 최근 중국 상하이에 다녀왔다. 중국 은련카드와 제휴하기 위해서다. 최 사장은 “지금껏 카드사는 고객이 해외 겸용 카드를 쓰면 해외는 물론 국내 이용액에 대해서도 비자·마스터 등 해외카드사에 수수료를 내왔다”며 “은련카드와 제휴한 카드를 이용하면 고객의 부담과 카드사의 수수료 부담을 한꺼번에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신용카드사가 비자·마스터카드사로부터 홀로 서기를 시작했다. 해외 결제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독자적인 제휴선 구축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국내 신용카드사의 해외 겸용 카드는 비자·마스터카드의 로고가 찍힌 카드가 대부분이었다. 국내 카드사 입장에선 고객의 해외 결제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세계적 결제망을 구축한 비자·마스터 카드와 제휴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수수료를 이들 카드사에 냈다. 하지만 국내 카드사는 최근 다른 해외 금융사와 제휴를 통해 독자 해외 결제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국내에서 비자·마스터카드의 점유율은 92% 정도”라며 “최근 이 같은 흐름에 반기를 드는 카드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곳은 비씨카드다. 비씨카드는 지난해 4월 미국 디스커버, 일본 JBC, 중국 은련 등 세계 103개국 신용카드사와 제휴한 ‘BC글로벌카드’를 시장에 내놨다. 소비자가 내던 1%의 수수료는 물론 카드사가 부담하던 수수료도 사라졌다. 롯데·신한·KB국민카드도 중국 은련이나 일본 JBC카드와의 제휴를 시작으로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가입 고객도 크게 늘고 있다. ‘비씨 글로벌 카드’의 발급건수는 출시 후 1년여 만에 160만 장을 넘어섰다. 신한카드가 일본 JCB와 제휴를 맺은 ‘유어스 카드’ 역시 최근 가입회원 300만 명을 돌파했다.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는 해외 결제를 할 때마다 비자·마스터카드에 1%, 국내 신용카드사에 0.2%가량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지난해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긁은 카드 대금은 모두 86억1900만 달러(약 10조1187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중 1000억원가량은 해외카드사에 수수료로 낸 금액인 셈이다.

 카드사 역시 해외 겸용 카드로 인한 부담이 만만치 않다. 비자·마스터 로고가 찍힌 카드를 발급하면 해외이용액의 0.2%는 물론 국내 이용분에도 0.04%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신용카드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결제망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재연 박사는 “국내 카드사도 다양한 해외 카드사와 제휴하거나 자체 가맹점을 구축해 소비자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말했다.

김혜미 기자

비자·마스터 카드  세계 네트워크를 보유한 대표적인 국제카드사. 비자카드는 195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에 소재한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만든 신용카드 ‘뱅크아메리카드’가 모태가 됐다. 마스터카드는 1966년 17개의 미국 은행이 설립한 캘리포니아 뱅크 카드협회에서 시작됐다. 국내 해외 겸용 카드 중 이들 카드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6월 기준 92%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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