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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인사이트] 수익률 0% 연금신탁 … 사과도 AS도 안하는 은행

나현철
금융팀장
#1. 2000년대 초반 한 국책은행의 개인연금신탁에 가입했다. 시중은행의 같은 상품보다 수익률이 꽤 높았다. 2년쯤 지난 2004년, 난데없는 안내장이 날아왔다. “한 중견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많이 편입했는데 갑자기 부도가 나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담당 부행장 명의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지만 본점 영업부나 가까운 지점을 방문해 상담을 받아보라”는 안내도 해줬다.

 영업부로 전화를 하니 여직원이 연신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손실이 워낙 커 당분간 수익률이 좋아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별상품’을 귀띔해 줬다. 빌딩이나 상가에 투자해 연 7% 확정금리를 주는 부동산신탁상품이었다. 본래 아무나 가입할 수 있는 개방형으로 만든 상품이지만 연금신탁 피해 고객에게 가입 우선권을 준다고 했다.

 ‘꼼수’가 분명했다. 고객 항의와 은행 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해 ‘입막음’을 하자는 거였다.

개방형 상품에 특정 고객들을 먼저 가입시키는 것도 위법 소지가 다분했다. 그럼에도 성의는 느껴졌다. 문제가 생긴 걸 고객에게 먼저 알리고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했으니 말이다.

 #2. 2005년 한 시중은행으로 연금신탁을 갈아탔다. 장기간 꾸준한 운용실적을 자랑해 온 곳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익률이 떨어졌다. 연 6%를 넘나들던 게 5%, 4%로 미끄럼을 탔다. 저금리 탓이려니 했다. 그러던 2011년 초 기어코 수익률이 0%대로 주저앉았다. 일시적인 게 아니었다. 수익률은 1년 내내 1% 아래를 헤맸다. 채권형 상품인데도 마이너스 수익률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은행은 태연했다. 분기마다 꼬박꼬박 망가진 수익률이 명시된 ‘운용보고서’를 보내왔다. 보고서는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수식으로 채워져 있다. 금융지식이 깊지 않은 고객들은 무심코 지나가기 십상이다. 고객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게끔 전화나 편지로 안내를 해온 적도 없다. 7년의 세월이 거꾸로 흐른 걸까.

 금융시장에선 항상 ‘망가진’ 상품이 나온다. 복잡다단한 시장에선 늘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금융은 고객의 신뢰를 먹고산다. ‘고객의 이익은 극대화하고 손실은 최소화한다’는 믿음이다. 그리고 고객은 이익보다 손실에 민감하다.

 은행들의 현재 모습은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 망가진 신탁상품에 대해 ‘마이너스는 아니지 않느냐’ ‘장기상품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다. 상품 수익률이 시장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건 고객에게 손실을 끼치는 일이라는 인식이 별로 없다. 애프터서비스라는 개념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면서 여전히 한 달에도 여러 차례 e-메일과 편지로 신상품을 소개하고 가입을 권유한다. 그랬다 다시 상품이 망가지면 ‘잠깐의 변명’→‘갈아타기 권유’→‘또 망가지기’ 식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 더 나쁜 게 있다. 소를 잃었다고 외양간을 그냥 놔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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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