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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창업 대박' 30대男 대표, 매형 병원서…

위로 누나만 넷, ‘딸딸딸딸, 아들’인 막둥이는 ‘질문대장’이었다. 뭐든지 궁금해했고 누나들 화장품과 옷가지도 자주 기웃거렸다. 공무원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아래서 성장해 원광대 건축학과를 졸업해 건축감리회사에 입사할 때만 해도 이진욱(36) 해브앤비 대표는 그저 남보다 호기심이 조금 많은 평범한 청년이었다. 직장인 3년차인 2004년, 피부과 의사인 매형과 얘기하다가 호기심이 발동했다. 며칠 전 여드름 치료차 다녀온 서울 강남 피부과에서 본 ‘비비크림’이라는 물건이 궁금했던 차였다. 매형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피부과에서 개발한 화장품 시장이 꽤 크다”고 말해 줬고, 순간 ‘이걸 내가 팔면 되겠다’는 생각이 이 대표의 머리를 스쳤다.


비비크림의 선구자 이진욱 해브앤비 대표가 자사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해브앤비]
직장에 사표를 내고 3년간 모은 돈 5000만원으로 그해 말 화장품회사를 차렸다. 국내와 미국·캐나다·일본·홍콩 등 해외 11개국에서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화장품 브랜드 ‘닥터자르트’의 창업 스토리다.

 화장 안 한 듯한 자연스러운 얼굴을 만들어 주는 ‘비비크림’의 국내 선구자, 닥터자르트는 지난달 영국 최대 화장품 체인점 ‘부츠’ 150개 가두점과 온라인몰에 동시 입점했다. 루이뷔통 모엣 헤네시(LVMH) 그룹의 화장품 유통사 ‘세포라’의 미국 내 160개 점에는 지난해부터 닥터자르트 비비크림을 중심에 비치한 ‘비비크림존’이 따로 설치됐다. 한국산 비비크림이 세계 화장품 유통의 양대 산맥인 두 유통사에 모두 들어선 것이다.

 7일 서울 역삼동 해브앤비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확신이나 전문성을 갖추기 전에 창업한 게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진 게 몸과 열정밖에 없는 청년창업에 확신은 사치”라며 “지식은 전문가들에게 빌려 사업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닥터자르트(Dr. Jart+)’는 피부과 전문의 21인의 지식을 빌려 탄생한 브랜드다. 이름도 가장 큰 도움을 준 피부과 전문의의 이니셜 ‘J’에 ‘아트(ART)’를 합해 지었다. 이는 이 대표에게 의학계 인맥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는 “매형 외에는 아는 의사가 한 명도 없어 사돈의 팔촌까지 뒤져 의사 만날 길을 알아보고 다녔다”고 했다. 그러다가 피부과 의사들끼리 정기세미나를 연다는 것을 알게 됐고, 불러 주는 이 하나 없었지만 꼬박꼬박 얼굴을 들이밀었다. 본 체 만 체하던 의사들도 2년째가 되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문단이 꾸려지고, 병원과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납품할 길도 열렸다.

 이 대표는 초기부터 수출에 힘썼다. 2006년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이듬해에는 홍콩에 진출했다. 이후 동남아시아에 한류 붐이 불었지만 그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 사운을 걸었다. “어려운 시장을 개척해야 브랜드 위상이 올라간다. 세계 화장품의 심장부인 미국과 유럽을 감탄시키면 아시아권은 자연히 따라온다”는 판단에서였다.

 행운도 따랐다. 지난겨울 이탈리아 화장품박람회에 참석했다가 세포라 부사장과 면담할 기회를 우연히 얻게 됐다. ‘아시아 10억 명이 쓰는 신개념 화장품’이라고 비비크림을 소개하자 부사장은 “닥터자르트를 중심으로 비비크림이라는 새 품목을 정립하라”고 회사에 지시했다. 바비브라운이나 맥(M.A.C) 같은 세계적 메이크업 브랜드들이 쓰는 마케팅 기법을 벤치마킹해 효과를 보기도 했다. 지난 2월에 열린 뉴욕 패션위크에서는 유명 디자이너 리처드 채와 제이 멘딜 패션쇼의 메이크업을 공식 협찬했더니 보그·인스타일 같은 현지 잡지와 NBC-TV에서 닥터자르트 비비크림을 소개했다.

 그의 회사는 직원 118명에 평균 연령 30대 초반의 작은 회사다. 하지만 수출이 해마다 120% 이상씩 늘자 상복이 이어졌다. 2010년 ‘100만불 수출탑’을, 지난해 ‘벤처기업대상’ 중소기업청장 표창을 받았다.

심서현 기자

비비크림 잡티를 가려주는 연고를 가리키는 ‘블레미시 밤(Blemish Balm)’의 약자. 독일에서 피부과 의사가 치료 후 환자들의 피부 재생과 보호를 목적으로 개발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2000년대 초·중반 피부과 병원을 중심으로 소개돼 잡티를 가려주고 얼굴색을 균일하게 정리해주는 연예인들의 ‘민낯 화장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급속히 대중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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