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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의 과학 산책] 짝퉁명품 쓰면 거짓말 잘 한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
짝퉁 명품을 지닌 사람은 스스로 부정직해지며 남을 불신하는 경향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8일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실린 내용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팀은 같은 대학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명품과 짝퉁’ 실험을 했다. 명품은 12개의 ‘끌로에’ 선글라스, 개당 가격은 40만원 안팎이었다. 연구팀은 ‘진품’ ‘짝퉁’ ‘진품 여부 설명 없음’의 세 가지 상황을 조성하고 모두에게 진품을 나눠 줬다.

 참가자들은 이를 쓰고 복도에 나가 벽에 붙은 포스터와 창밖 풍경을 보면서 착용감과 품질을 느껴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어 산수 문제 20개를 5분간 푸는 과제를 받았다. 정답을 맞힌 수에 따라 돈이 지급되는 과제였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속임수를 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답안지를 분쇄기에 넣은 뒤 자신의 정답 개수를 스스로 보고하게 한 것이다(분쇄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진품 그룹에서 실제보다 많이 풀었다고 보고한 학생은 30%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짝퉁 그룹에선 거짓 보고 비율이 74%에 이르렀다. ‘설명 없음’ 그룹에선 42%였다. 이는 진품 그룹에 가까운 수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진품의 정직성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반면 짝퉁을 사용하면 자아의 윤리적 제약이 느슨해져 부정직의 길로 들어서기 쉽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짝퉁이 타인의 정직성을 의심하게 만드는지도 알아봤다. 참가자들에게 진품이나 짝퉁(실제로는 진품) 선글라스를 착용한 뒤 설문에 응답하게 했다. 설문은 “내가 아는 사람이 새치기 같은 행동을 할 가능성을 평가하라” “사람들이 ‘미안해, 차가 너무 밀려서’라는 변명을 할 때 이것이 거짓말일 가능성을 평가하라” 등이었다. 그 결과는 예상과 같다. 짝퉁 착용자는 지인이 새치기를 할 가능성이나 사람들이 흔히 하는 변명이 거짓말일 가능성을 진품 착용자보다 더 높게 평가했다.

 잡지가 보도한 교훈은 간단하다. “주변에 짝퉁 명품을 지닌 사람이 있으면 그의 정직성을 믿지 말라. 그 또한 나를 신뢰하지 않고 있을 터이다.” 짝퉁은 우리의 행태,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갖는 이미지, 타인을 보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명품과 짝퉁이 함께 유행한다는 점이다. 남에게 꿀리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가엾은 허영심을 어찌할 것인가. 이들의 정직성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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