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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드기 “한국 시의 깊이, 우리는 너무 몰랐다”

프랑스가 한국문학을 주목하고 있다. 6일 파리 한국문화원에 양국을 대표하는 시인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곽효환, 정과리(문학평론가), 황지우, 프랑스 미셸 드기, 김혜순, 강정.


미셸 드기(82)는 '현존하는 최고의 프랑스 시인'으로 불린다. 보들레르(1821~67)ㆍ랭보ㆍ말라르메ㆍ아폴리네르 등으로 이어지는 프랑스 상징주의 시의 적자(嫡子)다. 그가 6일(현지시간) 오후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시를 주제로 '미니 강연'을 했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시 전문지 ‘포에지’ 주최 강연



드기가 편집장으로 있는 프랑스 시 전문 문예지 '포에지(PO&)'는 최근 한국 시 특집호를 냈다. 그걸 계기로 2일 샹보르 성을 시작으로 프랑스 각지에서 한국 시 낭독회가 펼쳐지고 있다. <중앙일보 4일자 26면 보도>



드기는 빠짐없이 낭독회에 참석했으나, 한국 시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한 적은 없다. 그래서 이날 강연은 다소 뜻밖으로 받아들여진다. 드기는 예정에 없던 강연을 자청했다. 15분 남짓 진행된 '미니 강연'에서 그는 시를 매개로 한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 교류를 강조했다.



"프랑스 시인들은 한국은 알아도 한국인을 이해하진 못했습니다. '포에지'에 실린 27명의 한국 시인들을 통해 한국인과 한국 문학에 대한 무지를 떨쳐낼 수 있었어요. 한국 시와 프랑스인의 만남은 수많은 문화 교류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이 또한 세계화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 시에는 깊은 심연의 세계가 있습니다. 그 세계가 우리(프랑스)에게로 건너오는 중입니다. (한국 시에 관한) 우리의 교감이 시작됐습니다."



이날 낭독회에는 1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렸다. 프랑스 문학 교과서를 펴내는 블랭출판사 주느비에브 부파르티그 편집장 등 프랑스 출판계 인사들도 자리를 매웠다. 주최 측은 "시 낭독회로는 이례적인 열기"라고 전했다.



낭독회 직후에는 프랑스와 한국의 시인ㆍ평론가들이 둘러앉아 시의 교류를 주제로 방담을 했다. 이날 시를 낭독한 황지우ㆍ김혜순ㆍ곽효환ㆍ강정 시인과 문학평론가 정과리 교수(연세대), 미셸 드기, 클로드 무샤르(시인ㆍ평론가) 포에지 부편집장 등이 참석했다.



▶정과리=한국 시인들은 보들레르ㆍ랭보 등 프랑스 시로부터 영향을 받아왔다. 이제 프랑스 시인들이 한국 시를 읽기 시작했다. 현대 문명에서 시의 역할에 대해 한국 시인과 프랑스 시인들이 공통된 운명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샤르=한국 시에서는 역사와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솟구치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정과리=그 생명력을 해방감과 자유로 바꿔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무샤르=맞는 말이다. 한국 시에선 일상생활의 복잡한 구조로부터 해방되려는 욕망이 읽힌다. 무엇보다 한국 시에는 밖으로 나가려는 열망, 세계로 스며드려는 열망이 있다.



▶드기=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번역을 하더라도 한국 시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가 흘러가 사람들에게 닿을 때 발생하는 교감의 에너지는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



▶무샤르=한국 시인들은 저마다 독특한 시 세계를 갖추고 있다. 황지우의 시는 복잡한 한국 현대사에 대한 증언이다. 김혜순 시인은 외부의 억압에 저항하는 오만한 자유를 잘 표현한다. 곽효환의 시는 판화처럼 섬세하고, 강정 시인은 독자들이 상상하는 지점을 비트는 능력이 뛰어나다.



▶황지우=여기 참석한 4명의 시인이 한국을 대표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프랑스 문단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한국 시에 주목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낭독회를 통해 한국 시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시인들이 유럽 문단의 주목을 받기를 희망한다.



▶김혜순='한국'이라는 말을 지워도 좋을 것 같다. 누구도 한국을 대표해 시를 쓰진 않는다. 한국의 시인들은 저마다의 별자리에서 개별적인 시 세계를 펼치는 중이다. 문학의 영토에서 한국 시인과 프랑스 시인은 한 울타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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