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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엑스포 농락하는 크루즈호텔

최경호
사회부문 기자
“어차피 여수시내 숙박업소도 빈방이 많아 배가 늦게 들어올수록 이익이다.”



10일 전남 여수시청의 크루즈호텔 담당 팀장은 전혀 의외의 말을 했다. 여수엑스포 기간 동안 선상호텔로 사용될 크루즈선이 여수항에 늦게 들어올수록 낫다는 얘기였다. 이미 한 달 동안 3차례나 호텔운영 날짜를 미뤄온 여수시로선 전혀 뜻밖의 반응이었다. 수차례에 걸쳐 ‘출항’과 ‘연기’를 번복해온 그의 목소리에선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분위기도 느껴졌다.



여수시가 추진해온 크루즈호텔 사업이 한없이 표류하고 있다. 박람회 기간에 해상호텔로 사용될 크루즈선의 여수 입항이 오는 25일 이후로 또 미뤄진 것이다. 이 배는 엑스포 개막 전인 지난달 12일 이전부터 호텔 영업을 할 예정이었지만 입항 날짜가 기약 없이 늘어지고 있다.



이 사업은 여수시의 장미빛 청사진과는 달리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시와 해상호텔 사업자인 여수엑스포크루즈㈜가 선택한 배가 운항한 지 50년이 넘은 노후 선박이었기 때문이다. 시와 사업자는 지난 4월 30일에야 ‘오션 스타퍼시픽’호로 배를 교체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항구 이용료와 기름값 등을 못 내 멕시코의 마사틀란(Mazatlan)항에 억류돼 있다는 등 온갖 흉흉한 소문이 나돈 것이다. 당황한 사업자와 시 관계자들은 멕시코까지 찾아가 문제해결에 나섰지만 결국 배를 띄우는데 실패했다. 이 사이 호텔의 운영 날짜는 5월 12일에서→5월 28일→6월 8일→6월 25일로 세 차례나 늦춰졌다. 박람회 기간 3개월 중 꼬박 절반을 까먹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여수시의 안하무인식 태도다.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다”, “배가 여수항을 향해 떠났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것이다. 멕시코 항구에 묶여 있는 배를 두고 “기름을 넣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 “안정인증서를 받지 않아 멕시코로 되돌아갔다”고 그럴듯한 핑게만 늘어놓았다.



부실한 사업 추진의 피해는 고스란히 예약자들에게 돌아갔다. 당초 호텔 숙박을 예약한 3만여명 중 상당수 예약자들이 배가 들어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예약을 취소했다. 여수엑스포크루즈㈜ 측은 25일 이후분부터 다시 예약을 받고 있지만 부실 사업 논란은 커지고 있다. 박람회 핵심 사업의 잇따른 연장 소동으로 여수엑스포의 신뢰도까지 추락시켰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숙박 수요 감소에 따른 사업자의 적자를 감안해 호텔 개장 시기를 늦췄다”는 여수시의 새로운 변명은 너무도 궁색해 보인다. 터무니없는 핑계나 책임회피보단 글로벌 축제를 치르는 지자체에 걸 맞는 신뢰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경호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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