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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삼양식품 주가 동반 하락 … ‘매운맛’의 추억 때문?

신라면 등 빨간국물 라면이 8일 서울 청파로 서울역 롯데마트의 라면매장에 진열돼 있다. 작은 사진은 5개들이에 1개를 덤으로 주는 꼬꼬면 광고. 조용철 기자
경기방어주라면 요즘처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 때에도 영업실적과 주가가 그리 흔들리지 않는 기업 주식종목을 뜻한다. 라면 회사 같은 데가 대표적이다. 라면은 1인당 연간 70개를 먹을 정도의 국민음식이다. 보통 값이 1000원 이하고 조리가 간편해 소득이 줄면 더 사랑받는다. 그런데 최근 1년 새 국내 라면업계 1, 2위인 농심과 삼양식품의 주가가 나란히 19%, 27% 떨어졌다. 간판 경기방어주로서 체면을 구겼다.

하얀국물 라면 열풍 이후 … 주가로 본 라면시장 판도

‘하얀국물 라면 전쟁’의 상흔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나가사끼짬뽕(삼양식품)·꼬꼬면(팔도)·기스면(오뚜기) 하얀국물 라면 3총사와 빨간국물 라면의 지존 농심 간의 치열한 공방이 출혈 경쟁으로 번져 수익성에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다. 나왔는지도 모르게 사라지는 신제품이 한 해 10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라면시장은 이미 경쟁이 과도한 ‘레드오션(Red ocean)’이었다. 하얀국물 라면 출시로 더 극심한 생존경쟁의 장이 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에 따르면 하얀국물 라면의 점유율은 지난해 8월 본격 출시 후 급상승해 12월 16.2%까지 치솟았다가 올 들어 급격히 꺾여 4월에는 7.9%에 그쳤다. 2라운드 전쟁은 다시 빨간국물 라면 쪽에서 일어날 조짐이다.

8일 오후 서울 청파로 서울역 롯데마트 2층의 라면매장에 가봤다. 손님 발길이 잦은 통로에 신라면·너구리 등 빨간국물 라면과 비빔라면·짜장라면 등이 진열돼 있었다. 나가사끼짬뽕·꼬꼬면 같은 하얀국물 라면은 안쪽 진열대에 자리 잡았다. 5개들이 포장에 1개를 덤으로 묶어 주는데도 값은 3950원을 받았다. 한 개에 700원도 안 된다. 지난해 여름 출시 초기만 해도 사재기 때문에 정가 1000원을 다 주고도 없어서 못 샀다.

손님들은 카트에 주로 빨간국물 라면을 담았다. 그중 한 사람인 주부 임정순(42)씨에게 물어보니 “지난겨울만 해도 하얀국물 라면을 자주 먹었지만 요즘엔 남편과 아이들 모두 얼큰한 빨간국물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고 했다. 롯데마트 체인이 집계한 월별 라면판매 순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는 꼬꼬면(2위)·나가사끼짬뽕(3위)·기스면(6위) 등 하얀국물 라면이 상위권이었으나 지난달에는 나가사끼짬뽕만 8위에 턱걸이하고 꼬꼬면·기스면은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농심과 삼양식품의 주가는 하얀국물 라면이 출시되기 전인 지난해 6월에 비해서도 훨씬 낮다. 과도한 판촉 경쟁이 업체들의 수익성을 하락시킨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삼양식품은 대형마트에서 나가사끼짬뽕 5개에 1개를 덤으로 주는 판촉 행사를 출시 후 줄곧 진행해왔다. 기스면과 꼬꼬면도 잇따라 판촉 경쟁에 뛰어들었다. 농심도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빨간국물 라면의 판촉을 강화했다.

실제 삼양식품의 1분기 매출은 971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3.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9억원으로 40% 줄었다. 많이 팔고 못 남긴 것이다. 농심의 1분기 영업이익은 313억원으로 하얀국물 라면에 밀렸던 지난해 4분기보다는 70% 늘었지만, 빨간국물 라면이 대세였던 지난해 1분기에 비해서는 10% 줄었다.

흥미로운 건 라면업계 3위인 오뚜기의 주가가 1년 전보다 21%가 올랐다는 점이다. 우원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뚜기는 사업의 라면 비중이 20%대로 낮은 편이라 업계의 출혈경쟁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오히려 케첩·마요네즈·즉석요리제품 등 다른 제품군이 꾸준해 주가에 호재가 됐다”고 말했다. 4위인 팔도는 비상장사라 주가를 비교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하얀국물 라면의 열기가 왜 급속히 식었을까. 우선 ‘신제품 효과’의 실종을 꼽을 수 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년 넘게 고춧가루가 들어간 라면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에게 하얀국물 라면에 대한 호기심이 한때 폭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식료 중 라면과 술이 유행을 많이 타는 편이다. 한국희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년 전 막걸리 열풍이 식은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말했다.

대표적 빨간국물 라면인 신라면을 생산하는 농심은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서 원인을 찾는다. 윤성학 농심 홍보실 차장은 “한국 음식은 고춧가루가 들어간 빨간 음식이 많다. 또 빨간국물 라면이 쇠고기 육수를 쓰는 데 비해 하얀국물 라면은 닭 국물 맛이라 금세 적응이 잘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꼬꼬면과 기스면은 닭 국물을, 나가사끼짬뽕은 돼지뼈 국물을 쓴다.

라면과 밥을 함께 먹을 때의 음식 궁합 문제도 있다. 얼큰한 빨간국물 라면이 밥과 더 잘 어울린다는 주장이다. 분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김가네의 이준희 마케팅부장은 “손님 중에 김밥 한 줄과 라면을 함께 시키는 분이 많다. 하얀국물 라면과 김밥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적잖다”고 말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최남석 삼양식품 홍보실장은 “나가사끼짬뽕은 돼지뼈 육수에 해물과 청양고추를 넣었기 때문에 밥 말아먹기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분식집 메뉴로 정착하지 못한 것도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대다수 분식집에서는 여전히 신라면·안성탕면·삼양라면 같은 빨간국물 라면 메뉴가 주종이다. 김밥천국이 지난해 8월 꼬꼬면을, 김가네가 올해 3월부터 나가사끼짬뽕을 메뉴로 내놓았지만 반응이 뜨겁진 않다. 김밥천국 물류센터의 신영순 실장은 “출시 초기에는 꼬꼬면이 신라면만큼 잘 팔렸지만 최근에는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김가네의 이준희 부장은 “한 점포의 경우 빨간국물 라면이 30개 나갈 때 나가사끼짬뽕은 3개 정도 나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얀국물 라면이 1000원으로 라면 판매 1위 제품인 신라면(780원)보다 비싸다는 점을 든다. “맛이나 내용물이 200원 넘게 차이가 날 정도는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차재헌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1000원을 다 주고 사야 하는 동네 수퍼에서는 하얀국물 라면의 매출 비중이 할인 판매하는 대형마트보다 떨어진다. 동네 수퍼에서는 라면 수요가 가격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하얀국물 라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지난해 같은 폭발적 인기는 다시 오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라면시장에서 10% 안팎의 비율을 꾸준히 유지할 가능성은 있다. 임민욱 팔도 홍보팀 과장은 “사실 지난해 출시 초기에 꼬꼬면이 기대 이상으로 잘 팔렸다. 라면시장의 주류는 빨간국물 라면이다. 하얀국물 라면은 비빔면이나 짜장라면처럼 특화된 라면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빨간국물 라면=농심’의 등식을 상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농심이 내놓은 1000원짜리 매운라면 신제품 ‘진짜진짜’가 인기를 얻자 삼양식품·팔도 등이 잇따라 매운맛을 강화한 빨간색 라면을 내놓으며 경쟁이 가열되고 있어서다. 김정윤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라면시장의 경쟁 격화로 라면 업계 전체가 알찬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라면 회사 주식에 투자하고 싶다면 라면전쟁 2라운드 추이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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