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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의 교훈 … 벤처기업의 핵심은 CEO 자질

일러스트=강일구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약관 20세의 하버드대생 마크 저커버그는 이렇게 말한다. “송어 여러 마리보다 청새치 한 마리 낚고 싶다.” 페이스북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초창기에 당장의 수익모델에 혈안이 되기보다 페이스북을 좀 더 큰 물건으로 다듬어 보겠다는 마음가짐을 드러낸 것이다. 그의 꿈은 현실이 됐다. 영화 주무대였던 2003년에서 9년이 지난 지난달, 페이스북은 드디어 미 뉴욕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공모가 기준의 페이스북 시가총액은 1040억 달러에 달했다.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저커버그도 200억 달러의 주식 거부가 됐다.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는 삼성전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대자동차의 두 배 이상이다.

영화로 보는 투자의 세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2010년작 ‘소셜 네트워크’는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출발한 페이스북의 탄생 일기다. 영화 속에서 저커버그는 뛰어난 사업가라기보다 불안한 천재로 그려진다. 사업에서는 성공하지만 여자친구를 떠나 보내고 페이스북 아이디어에 참여한 캠퍼스 동료들과도 적이 된다. 네트워크 세상에서 수많은 친구를 만들 수 있는 페이스북의 창립자 저커버그가 정작 자기 인생에서는 친구들을 잃어가는 스토리가 흥미롭다.

영화 속에는 투자 관련 에피소드가 풍부하다. 무엇보다 벤처투자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화 속 페이스북의 성공은 유수의 벤처 투자자 유치를 통해 공인받는다. 벤처(venture)는 모험이란 뜻이다. 벤처캐피털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신생업체에 대한 투자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최고경영자(CEO) 자질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영화 속에서도 벤처 투자업계의 거물들이 저커버그의 개인적 능력에 주목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불안한 성품의 저커버그였지만, 엔지니어 자질로 빛을 본 것이다. 영화에서는 저커버그와 반목을 빚었던 하버드 동창생들이 어느 정도의 금전적 보상을 받으며 떠난다. 영화의 끝은 아마도 2000년대 중반께일 것이다.

요즘 페이스북에는 이 영화의 에필로그 격인 일들이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트위터 등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매체의 도전을 받긴 했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성장해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그런 페이스북이 상장 후 거품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최초 공모가는 38달러였다. 상장 첫날인 지난달 18일 장중 42달러까지 갔으나 줄곧 약세를 면치 못하다. 지난 5일에는 25.8달러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한 달도 안 돼 31%의 손실을 봤다.

페이스북의 막전막후 역사를 보노라면 10여 년 전 우리나라의 벤처 붐과 몰락을 떠올리게 된다. 여기에는 앞서 거론한 CEO 자질론과 벤처 거품론의 교훈이 두루 담겨 있다. 김대중 정부의 벤처 육성책으로 코스닥 광풍이 불던 2000년대 초반이다. 1997년 외환위기의 큰 원인 중 하나가 대기업집단의 선단식 경영이라는 비판이 힘을 얻으면서 기존 성장 모델의 대안으로서 벤처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정부·투자자가 한마음이 되면서 새로 재편된 코스닥 주가는 하늘로 치솟았다. 하지만 99년 하반기에서 2000년 상반기의 짧은 활황을 끝으로 장기 약세장에 접어들었다. 현재 코스닥 지수는 2000년 3월 고점에 비해 84%나 떨어진 상태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기 미 다우존스 지수의 하락률보다 더하다. 한국 벤처의 몰락에는 CEO 자질이 한몫했다. 코스닥 활황기에 한국 벤처의 간판이었던 회사 중 요즘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 거의 없다. 최선을 다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는 게 벤처라지만, 한국의 벤처 몰락 과정에는 대주주의 배임·횡령이 단골처럼 끼었다. 설익은 아이디어만으로 성급하게 수익모델을 추구했다. 기업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나 능력 검증 없이 코스닥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역설적이게도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 PC방의 난립이라는 독특한 정보기술(IT) 환경이 없었다면 2000년대 초반 코스닥 거품이 그토록 심하게 나타나진 않았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인터넷과 e-메일·온라인 게임이라는 새로운 소통과 유희 수단에 열광했다. 그 과정에서 닷컴 기업들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 기업의 적정 가치는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고, 다만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의 높은 성장성이 주가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믿음이 거품을 만들었다. 2005년 한국 증시를 풍미한 바이오 주가 열풍 역시 황우석 신드롬과 떼내 생각할 수 없다. 결국은 일장춘몽이었지만 황 교수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던 시절, 우리 국민들은 반도체에 이어 줄기세포·바이오가 차세대 한국의 먹을거리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최근 한국 벤처의 총아로 떠오른 카카오도 수익모델이 약하다는 논란이 있다. 카카오톡 서비스는 3년 만에 4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들인 무료 문자메시지 서비스의 성공모델로 자리 잡았다. 요즘엔 보이스톡이라는 무료 인터넷 전화 서비스로 이동통신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카카오는 페이스북처럼 송어보다 청새치를 낚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대규모 가입자를 기반으로 어떤 수익모델을 만들어갈지 주목된다.

새로운 산업이 떴다고 그 성장의 과실을 현재 기업들이 금세 누린다는 보장은 없다. 2000년대 초반 닷컴 주식 투자자들은 요즘과 같은 세상을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스마트폰 모바일 인터넷으로 이동 간에 e-메일을 보내고, 쇼핑하고, 게임도 하는 세상 말이다. 현실화된 닷컴 열풍의 수혜주는 2000년대 초중반 우리 가슴을 들뜨게 한 기업들이 아니다. 적정 가치 판단이 힘든 성장주에 대한 투자는 어쩌면 합리적 예측보다는 막연한 집단적 믿음이나 유행에 기반하는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목전의 수익모델에 골몰하기보다 10년 가깝게 내공을 키워 대박을 일군 저커버그,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 후 거품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페이스북은 벤처사업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또 신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절감케 한다.



김학균(42) 각종 투자전략 평가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여러 차례 꼽혔다.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SK증권 등을 거쳤다. 한때 영화 제작자를 꿈꿨을 정도로 영화광이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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