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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돌려보면…" 자살 고교생 유서 보니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 대구 고교생 김모(16)군의 장례식이 6일 치러졌다. 대구화장장에 도착한 김군의 관 위에 새 축구화와 유니폼, 국제축구대회 입장권이 놓여 있다. 이는 김군이 숨지기 전 아버지가 선물한 것이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A:‘너 죽으려는 거 아니지.’

김군:‘오늘, 다 끝날 듯하네요, 제가 죽든, 도망 가려고요.’

A:‘꼭 싸워야겠냐.’

김군:‘나오래요, 밤에, 학교로, 때리겠죠.’

A:‘무슨 이유로.’

김군:‘깝쳤대요.’(까불거나 잘난 체했다는 의미)

 대구 모 고교 1학년 김모(16)군이 지난 2일 자살하기 직전에 쓴 카카오톡 문자메시지의 일부다. 문자에는 김군이 느낀 공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찰은 김군이 가해 학생인 다른 고교 1학년 김모(16)군이 자신을 불러내 폭행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죽음을 택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이날 낮 12시24분부터 오후 4시19분까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A군 등 대화의 상대방은 자신이 인터넷에서 운영하는 축구클럽 회원 5명이었다. 이후 집을 나서 오후 4시26분 인근 아파트 15층으로 올라간 김군은 2시간30분 이상 혼자 고민하다 오후 7시5분쯤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김군은 이날 문자메시지 대화에서 ‘2년째 견디는데 힘들다’고도 했다. 숨진 김군은 이날 오후 6시에 가해학생을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극도의 공포감 때문에 약속장소에 나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부모에게는 끝내 고민을 털어놓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당일 김군이 가해 학생 등 중학교 동창 축구동아리 회원 4명과 오전 9시16분부터 11시5분까지 한 PC방에서 온라인 축구게임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게임을 성의 없이 했다며 가해 학생이 김군에게 욕설을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때 가해 학생이 김군을 폭행하기 위해 학교로 나오라고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장례식이 열린 6일 대구시 시립화장장에서 김군의 아버지(44)는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관 위에는 축구화와 유니폼이 놓여 있었다. 축구 매니어인 김군을 위해 아버지가 얼마 전 사 준 것이다. 김씨는 “아이가 누구 때문에 고통받았는지 꼭 밝혀야 한다”며 가해 학생의 처벌을 강조했다. 김군은 지난 2월 썼다가 찢어버린 유서에 ‘○○초등학교 앞 폐쇄회로TV(CCTV)를 돌려 보면 (내가) 매일 잡혀가는 모습이 나온다. 그래도 안 되면 거짓말탐지기를 써서라도 그 녀석들 꼭 벌주라’고 했다.

대구=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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