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통장님, 가스 샐 때 대처법 아세요?

서울 마포구 성산2동 통장들이 생활안전과 민방위 등 업무와 관련된 필기시험을 치르고 있다. [사진 마포구]

5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성산2동주민센터 회의실. 머리가 희끗한 중년 남녀 29명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의자에 앉으면서도 예상 문제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지금부터 성산2동 통·대장 업무 향상을 위한 시험을 실시합니다. 부정행위는 당연히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모두 좋은 성적 거두시길 빕니다.” 강단에 선 감독관이 웃으며 격려했지만 시험지를 앞에 둔 이들의 얼굴은 사뭇 비장했다.

 “제가 5년째 통장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시험 성적이 안 좋으면 창피하잖아요. 얼마나 공부를 했는지 몰라요.” 김옥희(64·여)씨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수험생(?)들은 마포구 성산2동의 통장(統長)들. 민방위와 생활안전 등을 주제로 한 시험을 치르기 위해 주민센터로 모인 것이다. 전체 35명 중 29명이 시험에 응시했다. 이들이 시험을 보게 된 이유는 정확한 업무파악과 재난 발생 시 업무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통장은 일명 동네 일꾼이다. 주로 반상회 운영이나 주민등록 일제 정리, 민방위훈련 소집통지서 배포 같은 주민센터의 일을 지원한다. 또 화재나 수해 등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나서서 피해 현황을 파악한다. 제설작업 등 예방활동도 통장의 몫이다. 민방위기본법에 따라 통장이 해당 지역의 민방위대장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문제는 통장이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마포구의 경우 통장의 임기는 2년이고 2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그러나 하는 일은 많은 데 비해 수당은 한 달에 기본수당 20만원 정도로 적다. 이수병 성산2동장은 “통장들이 자주 바뀌다 보니 민방위대장의 역할이나 업무에 소홀한 것 같아 시험을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시험을 앞둔 지난 4월 주민센터는 민방위 관련 책자를 참고해 예상문제집도 만들어 배포했다. 그리고 이 중 50개 문제가 시험에 출제됐다.

 출제된 문제들은 주로 ‘민방위 불참 과태료’ 등 통장의 업무와 관련된 내용과 재난 대피·유도 요령과 응급처치 방법 등이다. ‘가스 누출사고 시 대처요령으로 틀린 것’ ‘생화학무기의 종류에서 병원성을 잘못 설명한 것’ 등 전문적인 내용도 다루고 있다.

 물론 반발도 있었다. 일부 통장들은 주민센터로 몰려와 ‘통지서만 잘 돌리면 되지 무슨 시험이냐’고 따져 물었다. 윤만희 성산동 민방위담당 주무관은 “항의하던 통장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시험 취지를 설명했는데 나중에는 다들 이해해줬다”고 했다. 이날 1등은 94점을 받은 황명화(47·여) 18통장이 받았다. 그는 “시험공부를 하면서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성산2동은 이번 시험 성적을 매년 한 차례 있는 통장 평가에 일부 반영할 예정이다. 통장 평가 성적이 하위 10%면 재위촉 대상에서 제외된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통장은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행정을 챙기는 사람”이라며 “이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성산2동의 통장 시험을 모든 동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