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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이 ‘그 꽃’ 낭독하자 … 아하, 감탄사가 들렸다

한국의 고은, 폴란드의 아담 자가예프스키, 시리아의 아도니스 시인(오른쪽부터)이 ‘노르웨이 문학 페스티벌’에서 시를 낭독한 후에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 (그 꽃)

 1일(현지시간) 오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의 쿨투르후셋 방켄(문화은행) 연회장. ‘시(詩)의 저녁파티’가 열렸다.

고은 시인(79)이 ‘그 꽃’을 낭독하자 곧바로 노르웨이 배우 외이스텐 뢰게르가 노르웨이어 번역본을 읽었다. 너무나 짧은 시에 연회장에는 잠시 물음표를 품은 침묵이 감돌았다. 그리고 곧 “아하!” 하는 감탄사가 들려왔다.

 고은 시인은 자신의 대표작을 20여분 낭독했다. 뒤를 이어 폴란드 시인 아담 자가예프스키(67)와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82)도 대표작을 소개했다. 셋 모두 최근 몇 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왔다.

 1994년 겨울올림픽이 열렸던 릴레함메르에선 매년 초여름 북유럽 최대 문학축제가 열린다. 올해 17회를 맞은 ‘노르웨이 문학 페스티벌’이다. 지난달 29일부터 3일까지 세계적 문인 31명이 초청됐다.

 ‘시의 저녁파티’는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 고은 시인이 ‘모기’를 낭독하며 유머러스한 몸짓과 어조로 “긁적긁적”이라고 하는 순간 객석에선 폭소가 터졌다. 반면 그가 ‘휴전선’을 읽어 내려갈 때에는 숙연한 분위기가 흘렀다.

학교교사로 일한다는 키르스티 클루게(59)는 “불교와 선(禪)에 대해 관심이 많다. 고은의 시는 간결한 것이 매력적이고 생각을 자유롭게 해준다”고 평했다. 그는 고은 시인의 선(禪)시집 『뭐냐』의 2007년 노르웨이어 번역본 『Hva』을 들고 있었다. 노르웨이 국영방송 NRK를 비롯해 여러 매체도 고은씨를 인터뷰했다.

 고은 시인은 지난달 31일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외무장관과 올해 페스티벌의 주제인 ‘돈’에 대해서도 대담했다. 그는 “돈은 먹는 것을 도와주는 수단에 불과한데 이제는 다들 미쳐서 돈을 먹으려고 한다”며 세태를 꼬집었다. 또 “돈에 대한 시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데 나중에 한 번 돈을 노래해 봐야겠다”고 했다.

 한국문학은 아직 노르웨이에 낯설다. 현재 노르웨이어로 번역된 고은의 시집은 『Hva』 한 권뿐. 그는 “『만인보』 선집 번역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겨울 안에 되겠지만, 나귀 타고 가듯 천천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시집은 약 60종이 16개 언어로 소개됐다.

 노르웨이 제2도시 베르겐에 내년 1월 완공되는 ‘문학의 집’ 대표 크리스틴 헬레-발레는 “한국문학은 노르웨이에서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랜 문화적 자부심, 노르웨이와 비슷하게 산이 많은 자연 등이 노르웨이인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문학 주간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릴레함메르(노르웨이)=글·사진 문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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