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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32 올림픽 D-50] 얍! 태권 아프간, 전쟁 고통 돌려차기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로훌라 니크파이(왼쪽)와 2007 베이징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네사르 아흐마드 바하위는 전쟁의 상처로 신음하는 조국 아프가니스탄에 태권도로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경기도 포천에서 전지훈련 중인 두 선수가 발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포천=정시종 기자]
아프가니스탄 태권도 국가대표 네사르 아흐마드 바하위(27)는 런던 올림픽 목표에 대해 자신 있게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7년 전 그에게 올림픽 메달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딴 나라 이야기’였다.

 아프간 정부와 올림픽위원회는 2005년 12월 한국인 민신학(40) 감독을 태권도 대표팀 감독으로 초청했다. 선수들과의 첫 만남에서 민 감독은 “반드시 여러분 가운데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바하위는 태권도 종주국에서 온 낯선 감독의 말을 믿지 않았다.

 민 감독은 “선수뿐 아니라 협회 사람들도 믿지 않았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민 감독의 말은 현실이 됐다. 2007년 베이징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바하위는 아프간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달리스트(은메달)가 됐다. 1년 뒤인 베이징 올림픽에선 바하위의 동료 로훌라 니크파이(25)가 조국에 첫 올림픽 메달(동)을 안겼다.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아프간 대표팀은 민 감독과 함께 경기도 포천의 영북종고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바하위와 니크파이는 런던 올림픽에서 각각 -80㎏급, -68㎏급에 출전한다. 두 선수 모두 지난 올림픽 체급에서 한 단계씩 높였다. 민 감독은 “2008년엔 체격 조건에서 우위를 얻기 위해 7~8㎏ 감량한 상태에서 뛰었다. 지금 우리 선수들의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라고 말했다.

민신학 감독
 바하위는 “민 감독님이 아프간 태권도를 변화시켰다”고 했다. 승부 근성을 키우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됐다. 주말마다 수도 카불 인근의 500m 높이 산을 오르며 독기를 길렀다. 체계적인 훈련으로 상대의 동작을 읽고 페인트 모션을 쓰는 수준까지 기량을 끌어올렸다. 대표 선발 시스템도 바꿨다. 전국에서 우수 선수를 뽑았고, 선발에 탈락한 선수도 훈련에 참가시키며 기량 향상과 재선발 기회를 줬다. 2008년 베이징의 영웅 니크파이도 원래 선발에서 탈락했던 선수였다. 민 감독은 “협회에 ‘내 목을 걸겠다’고 우겨 니크파이를 발탁했다”고 웃었다.

 아프간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시작으로 모두 12차례 올림픽에 참가했다. 88년 서울올림픽까지 가장 많은 선수가 출전한 종목은 레슬링이었다. 바시르 타라키 대표팀 코치는 “우리는 매우 강한 민족이라 레슬링을 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89년 소련군 철수 이후 끊임없이 이어진 전쟁은 아프간 국민에게 스포츠의 전통과 참여 기회를 앗아갔다.

 태권도는 평화와 재건을 위해 몸부림치는 아프간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니크파이는 “많은 이들이 올림픽 동메달에 기뻐했어요. 환영식에서 한 국회의원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동메달은 니크파이의 인생도 바꿔놨다. 훈련이 끝난 뒤 펌프질한 물로 허기를 채웠던 그는 지금 한 전기업체 홍보담당 부사장이다. 정부는 국민영웅인 그에게 주택과 자동차를 제공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쁜 건 자신의 메달 획득 이후 많은 아프간 부모가 자녀에게 스포츠 활동을 권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간의 태권도 인구는 2007년 1만여 명에서 지금은 4만 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니크파이는 “ 조국이 평화를 되찾아 더 많은 어린이가 스포츠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포천=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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